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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 김대호의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

“정치가 해결해야 할 과제, 저울질해야 할 가치, 가늠해야 할 정세 전체에 대한 고민의 총화는 바로 국정 운영 플랫폼, 즉 국정철학·국가비전·국정과제로 집약된다. 사실 한국 정치의 혼미, 무능, 본말전도는 압도적으로 국정 운영 플랫폼의 부실에서 온다.”

지난 총선 기간에 유권자들 입에서 ‘대한민국 정치는 어쩌다 이렇게 망가졌나?’ ‘윤석열 정부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나?’ 등의 말들이 오간 데 대한 분석이다. 총선에서 정부 여당의 참패를 예견이라도 하듯 작심하고 현 정부를 비판하고 분석한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가 눈길을 끈다. 저자는 한 세대 넘게 한국 사회의 정치와 비전을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해온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다. 김 소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 자유민주공화주의자들의 승리에 대한 구체적인 답을 제시하겠다면서도 쓴소리부터 앞세운다.

“2024년 1월말 기준, 정부·여당의 핵심 지도력은 직업공무원 출신으로, 현실정치 경력이 3년이 안 된 0선 대통령, 2년이 안 된 0선 당대표(비상대책위원장), 0.5선 사무총장 등 현실정치 경험이 일천한 이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정치라는 업의 성격에 비추어보면 여간 비정상이 아니다.”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김대호 지음│타임라인 펴냄│416쪽│2만원
윤석열정부와 근대화세력의 미래│김대호 지음│타임라인 펴냄│416쪽│2만원

김 소장은 영화 《건국전쟁》은 정치 현안과 가장 먼 것 같으면서도 가장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대한민국과 주류 보수우파에 대한 정치적 혐오와 증오의 원천을 다루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책이 다루는 주제도 동일하다고 설명하며, 잘못된 진보정치와 무능한 보수정치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담아내면서 앞으로 정부와 정치권이 해나가야 할 일들을 함께 제시한다.

‘80년대 운동권 출신 경세가’로 불리는 김 소장은 20대에는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을, 30대에는 대우자동차에서 엔지니어 생활을, 40대 초반(2006년)부터는 사회디자인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국가, 정당, 지자체, 이념·정책 혁신운동을 해왔다. 대한민국은 어디쯤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지를 쉬지 않고 고민하며 실천해 왔던 것이다.

그는 1990년대 중반부터 화석화된 민주화운동, 노동운동, 진보적 정치·사회운동이 개혁의 견인차이기는커녕 청년에게 최악의 체제를 만드는 주범임을 절감했다. 노동·공공 개혁을 부르짖고, 보편 지성과 양심에 부합되는 종합적 국가 비전 정립을 위해 노력해 왔다. 한국 정치의 문제가 지식, 지혜의 부족이 아니라 소명, 용기, 강단의 실종임을 절감하고, 사상이론가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 정치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운동권 정치 청산은 운동권 출신 정치인 몇십 명 청산이 아니라 어떤 역사관, 세계관, 정의관의 재건축과 정책·운동 노선의 혁신이었다. 다시 말해 1987년 이후 한국 정치와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점점 높여온 운동권 철학·가치·정책 패러다임 청산이었다. 사람은 나이 들면 늙고 병들어 죽는 존재지만, 철학·가치·정책 패러다임은 종교처럼 불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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