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저출산고령委를 부총리급으로 격상…“국가 역량 총동원”
野에 조직법 개정 협조 요청…22대 국회 ‘협치 시금석’ 되나
‘국가 비상사태.’ 윤석열 대통령은 5월9일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저출생 문제를 이렇게 표현하며 총괄부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기존의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부총리급인 ‘저출산대응기획부’로 격상해 국가 인구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기겠다는 게 핵심이다. 초대 부총리 겸 장관으로는 주형환 현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이 거론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이 같은 부처 신설 계획을 처음으로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이 4·10 총선 패배 이후 내놓은 ‘1호 메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총선 이후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인 의제이기도 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4월29일 윤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저출생 문제에 대해)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이 대표가 말한 “국가 역량 총동원”이라는 표현을 이날 윤 대통령도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생 대책의 구체적 방안으로는 ‘더 자유롭고 충분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제일 먼저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이에 따른 기업의 부담은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시차 출퇴근, 근무시간 선택제 등 육아기 유연근무를 제도화해 일과 육아의 양립 환경을 든든히 조성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를 포함해 어린이집 수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대상도 확대하는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도 적극 추진하고, 출산 가구들의 주거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실효적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저출생 원인의 하나로 ‘불필요한 과잉 경쟁’을 꼽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방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이러한 정책들을 제대로 이끌기 위해 저출생대응기획부 장관이 사회부총리를 맡도록 해서 교육, 노동, 복지를 아우르는 정책을 수립하고, 단순한 복지정책 차원을 넘어 국가 어젠다(의제)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부처 신설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의 협조도 요청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22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채 상병 특검법’ 등을 우선 입법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정국이 급랭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부처 신설에 대한 야당의 협조가 22대 국회 ‘협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표가 영수회담에서 인구 의제를 먼저 던진 만큼 민주당도 마냥 반대 입장만 피력하기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견제하고 다툴 건 다투더라도, 협력할 의제에 대해서는 협력하는 자세가 모두에게 필요한데 ‘1호 협치’ 대상으로 국가적 의제인 저출생 이슈를 고르는 데는 양측 다 부담이 적다는 의견도 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치라는 게 한술 밥에 배부를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우리 정치가 오랫동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잉 갈등을 만들어가면서 진행돼 왔다”고 말했다. 또 “제가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분위기가 확 바뀌고 협치가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끈기, 인내, 그리고 서로에 대한 진정성, 신뢰, 대화, 성의 이런 것들을 먹고 사는 것이 협치 아닌가 생각한다. 서로가 국민을 위한 협치를 위해 노력하는 자세, 절대 협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