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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하락에 실수요자 거래 나서…가격 오르면 거래량 다시 줄 듯
아파트 사고판 주체에 대한 분석이 핵심…부동산 시장, 긴 호흡으로 봐야

2024년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3482건을 기록했다. 2023년 12월 이후 조금씩 늘어나는 모습이다. 자산시장에서 거래량 증가는 의미가 크다. 거래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 시장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재화나 자산 시장에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는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한다. 첫 번째는 수요 증가다. 수요가 증가하면 거래량이 늘어난다. 두 번째는 공급 증가다. 공급이 늘어나면 거래량이 증가한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했다. 원인은 수요 증가일까, 아니면 공급 증가일까. 원인을 알아야 시장 전망과 예측이 가능하다.

거래량 증가 원인을 찾기 위해 우선 아파트 공급을 살펴보자. 단기 가격을 결정하는 아파트 공급은 주택을 보유한 사람들이 시장에 내놓는 매물의 양이다. 2월28일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7만9000호였다. 3월 들어서면서 아파트 매도 물량이 꾸준히 증가해 최대 8만3000호를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이 약 5% 증가했다. 거래가 완료돼 매물로 인식되지 않는 아파트를 고려하면 3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이 약 4800호 이상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도 물량, 즉 공급이 늘어나면서 거래량이 증가했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가격 하락 지역 중심으로 거래량 늘어

아파트 공급이 늘어 거래량이 증가했을 경우에는 매매가격이 하락해야 한다. 그러나, 일부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공급 증가보다 수요가 더 많으면 매물이 증가해도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파는 사람이 많아져도 사는 사람이 더 많다면 가격이 오르는 원리다. 반면, 수요는 직접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거래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는 수요 증가를 의미한다. 그렇다면, 수요의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래량이 어느 지역에서 증가했는지 살펴보면 최근 증가한 수요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다.

2024년 1월부터 현재까지 아파트 매매를 조사해 보면 서울 25개 구 중 거래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노원구(918건)였다. 노원구 거래량이 증가한 이유는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2023년 12월 대비 2024년 3월 노원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0.84% 하락했다. 즉,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요가 늘어났고 거래량 증가로 이어졌다.

가격이 하락해 수요가 증가했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고 있다. 수요 증가가 지속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가격 하락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수요는 다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이 떨어질 때 늘어나는 수요는 실수요일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수요는 실수요와 투자수요가 공존하는 거의 유일한 자산이다. 쓰면서 투자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요자도 실수요자와 투자수요자로 구별된다. 최근 실수요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투자수요자는 지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수요자는 현재 가격에 반응한다. 직접 사용할 아파트이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이라도 하락하면 매수에 나서게 된다. 반면, 투자수요자는 현재 가격보다 미래 가격이 중요하다. 현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향후 가격 상승 기대감이 낮다면 아파트를 매수하지 않는다.

불과 3년 전에는 월별로 1000명 넘는 사람이 서울 아파트를 갭투자했다. 투자수요가 많았다는 의미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갭투자는 지속되지 못하고 최근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월별 갭투자 건수는 200건 미만인 상황이다. 반면, 감소하던 실수요는 2024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가격이 하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증가했다. 일부 신생아 특례 대출 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2024년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증가는 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가운데 일부 실수요가 늘어나면서 나타난 결과다. 중요한 것은 전망이다. 가격이 조금이라도 상승하면 실수요는 빠르게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수요가 증가하지 않는 상황에서 매도 물량이 증가하면 거래량은 다시 감소하고 매매가격 하락 폭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수요가 감소할 때 매도 물량도 감소하면 가격 하락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아파트를 누가 팔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아파트 매물 증가, 일시적이지 않아

서울 아파트 매도인을 보유기간별로 나누면 9년 넘게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의 매도가 증가하고 있다. 즉, 아파트를 오래 보유했던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팔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를 10년 이상 보유했다면 가격이 평균 50% 이상 상승했다. 즉, 평가이익이 크다. 평가이익이 큰 주택 보유자들의 아파트 매도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중요한 변화다.

전세를 통한 갭투자가 많은 한국에서 부동산을 투자 목적으로 보유하고 있다면 매도해야 이익이 실현된다. 그렇다면 지금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산 장기 보유자들이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최근 매도 물량 증가가 일시적이지 않고 추세적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5월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도 물량은 약 8만5000호로 추정된다. 조사가 이루어진 이후 최대 물량이다.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주택을 팔고, 높은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가 감소할 때 한국 부동산 시장엔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지금은 섣부르게 가격 바닥, 상승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자산시장에서는 지속적으로 거래량이 감소하고 가격이 하락하지 않는다. 하락하는 추세 속에서 일시적으로 상승하고 거래량이 증가하기도 한다. 월별 변화가 중요할까. 시장을 주간, 월별보다 긴 호흡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이유다. 참고로 전 세계에서 주간 아파트 가격 등락률을 발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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