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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광주·이준석 대구 등 ‘영·호남·수도권 트라이앵글’ 전략도 여전히 검토 중
양향자·금태섭·김종민·조응천·이원욱 수도권 출마 선언…‘수도권 집중’ 전략 고심

요원해 보였던 제3지대 빅텐트가 설 연휴 기간 중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를 비롯해 금태섭·양향자·김종민·이원욱·조응천·류호정 등 양당 구도를 깨겠다며 제3지대 도전에 나선 전·현직 의원들이 하나의 당으로 뭉치면서 기성 정당들을 위협할 4·10 총선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직까진 이들의 파괴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많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50석을 얻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2016년 20대 총선에서 38석을 얻은 국민의당 등 제3지대 바람을 일으키며 선거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얻은 사례들은 분명 존재하지만, 이번처럼 이념적 스펙트럼이 제각각인 세력이 뭉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일단 한 지붕 아래 모이는 것은 성공했으나 화학적 결합, 지분 정리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게 현실이다. 과연 현재의 미풍은 돌풍으로 이어질까.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2월1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통합신당은 노인 무임승차 폐지인가, 유지인가

설 전까지만 해도 제3지대 빅텐트가 결국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개혁신당(이준석·양향자), 새로운미래(이낙연·김종민), 원칙과상식(이원욱·조응천), 새로운선택(금태섭·류호정) 등 서로 다른 세력이 하나로 뭉친다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실제 협상이 계속됐지만 합당이 이뤄진 2월9일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당명과 지도체제를 놓고 상당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국 당명은 개혁신당으로, 이준석·이낙연 공동대표 체제로 통합하는 방안으로 전격적으로 뜻이 모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합당은 성사됐으나 아직까지 진정한 하나의 당으로 거듭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선이 많다. 화학적 결합이 돼야 하는데 국민의힘과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의당 출신 인사들까지 포함되는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 지지 기반을 어떻게 하나의 정체성과 지향점으로 묶어내느냐가 관건이다. 그게 없이 단순히 한곳에 모인 것만으로는 ‘선거용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두 공동대표를 비롯한 대다수 참여 인사도 각종 언론에서 선거용 합당은 안 된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지향점은 곧 정책으로 발현되는데 이와 관련해 당장 난관이 예상된다. 이준석 대표 중심으로 꾸려졌던 옛 개혁신당은 얼마 전 노인 무임승차 폐지, 여성 공무원 병역 의무화 등 논쟁적 정책들을 발표했다. 비슷한 시기에 금태섭 전 의원이 이끌던 새로운선택은 노인 무임승차제를 유지·확대하는 정책을 꺼내며 생각의 차이를 보였다. 합당 이후 이준석 대표는 “기존에 저희가 밝혔던 정책들은 상호 존중하면서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으나 그렇다면 당장 현재의 개혁신당은 노인 무임승차제에 대해 폐지 입장인지, 유지 입장인지에 물음표가 찍힌다.

젠더 이슈와 관련한 생각 차이도 향후 상당한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준석 대표는 그간 여성 정책으로 인해 남성들이 받는 역차별 등을 주장하면서 안티 페미니즘적 입장을 견지해 왔으나, 정의당 출신 류호정 전 의원 등은 대표적인 페미니스트다. 이런 차이 속에서 같은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하나의 정책으로 꺼내놓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각 세력의 지지자들 역시 혼란을 겪는 모습이다. 특히 이준석 대표 지지자들이 중심이 된 옛 개혁신당 당원들이 빅텐트 합당에 크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합당 이후 개혁신당 홈페이지엔 탈당 문의와 조속한 탈당 처리를 요구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준석 대표를 지지하던 2030 남성 당원층이 류호정 전 의원 등과의 동행에 실망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옛 개혁신당 당원은 6만 명 남짓으로 개혁신당 세력 중 가장 많다.

ⓒ시사저널 박은숙

화학적 결합·지분 정리 등 과제 산적

이준석 대표는 부랴부랴 “이유를 불문하고 통합 과정에서 심려를 끼친 것은 당대표로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당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을 중심으로 한 통합이기에, 우리에게 합류하기 위한 여러 세력이 오히려 국민들에게 개혁신당의 어떤 가치에 동의해서 함께하기로 했는지,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가졌던 생각에 변화가 있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그들의 당적이 개혁신당으로 바뀐다 하더라도, 그럴 용기가 없는 인사들에게 개혁신당 지지자들의 마음이 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지자들을 달랬다.

제3지대 합당 직후 개혁신당은 곧바로 지도부 인사를 임명하며 조직 안정화에 나섰다. 양향자 의원은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을 겸직하고, 김종민·조응천 의원, 금태섭 전 의원이 최고위원으로 임명됐다. 정책위의장은 김만흠 전 국회입법조사처장과 김용남 전 의원이 공동으로, 사무총장은 김철근 전 국민의힘 당대표 정무실장이, 전략기획위원장은 이훈 전 의원이 맡게 됐다. 수석대변인에는 허은아 전 의원이, 대변인에는 김효은 새로운미래 대변인과 이기인 경기도의원이 각각 발탁됐다. 주요 당직에 이준석계 인사들이 배치된 것을 두고도 분노한 당원들을 달래기 위한 방책이란 관측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추후 현역 의원과 인재 영입 등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재 개혁신당 내 현역 의원은 5명이다. 양향자·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2월14일 추가로 개혁신당에 합류한 양정숙 의원이다. 양정숙 의원은 민주당 출신으로 21대 총선 당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지면서 민주당으로부터 제명됐으나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양 의원이 합류하면서 개혁신당은 극적으로 1분기 정당 경상보조금을 5000만원 미만에서 약 6억원으로 5억여원 더 받게 됐다. 양 의원 입당 다음 날인 2월15일이 보조금 지급일이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의석수가 보조금 총액의 5%를 받는 기준인 5석으로 늘면서 혜택을 본 것이다. 향후 현역 의원의 이탈이 없다면 20억원 이상의 선거보조금도 역시 5명 기준을 넘기면서 보장받게 됐다. 선거보조금 기준일은 3월22일이다.

개혁신당은 추가적으로 국민의힘과 민주당 등의 현역 의원들에 대해 적극적인 영입 작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3월 중순쯤엔 교섭단체(20석 이상)에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의석수는 선거보조금은 물론 선거 기호 부여 기준이기에 정당들엔 매우 중요한 문제다. 현재 제3당은 6석을 보유한 녹색정의당인데, 개혁신당이 1석만 더 확보해도 당명이 가나다순으로 더 앞서기 때문에 기호 3번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국민의힘 출신 무소속 황보승희 의원과 민주당 중진 설훈 의원에게도 개혁신당 합류 제안이 전달된 것으로 전해진다. 무엇보다 개혁신당은 거대 양당이 본격적인 공천 작업에 돌입한 가운데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아 불만이 있는 인사들을 집중 공략할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선 낙천자들을 데려가는 ‘이삭줍기’식 영입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등 선거전략상 보탬이 될 인지도 있는 원외 인사들의 영입 여부도 주목된다. 이준석 대표는 “김 전 위원장이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 기준에 부합한다”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김 전 위원장은 “관심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개혁신당 내부에선 여전히 김 전 위원장 카드가 거론되고 있다.

 

이낙연 “출마한다면 광주를 최우선으로 고려”

개혁신당은 이른 시일 안에 공관위를 출범시켜 본격적인 총선 채비에 돌입할 계획이다. 출마 지역도 관전 포인트다. 현재 개혁신당 주요 인사 중에는 지역구를 확정한 인사도 있고, 여전히 고민 중인 인사도 있다. 양향자 원내대표와 금태섭 최고위원은 각각 경기 용인갑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하며 수도권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응천 최고위원과 이원욱 의원도 자신의 기존 지역구인 경기 남양주갑과 경기 화성을에 출마해 수도권 벨트 구축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최대 관심은 이낙연·이준석 두 공동대표의 거취다. 둘은 아직 출마지 등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이낙연 대표는 광주, 이준석 대표는 대구에 출마해 호남-영남-수도권 각 거점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에 나서 시너지를 내는 ‘트라이앵글’ 전략이 검토된다. 이낙연 대표는 아직까지 총선 출마 여부를 확정 짓지 않았으나 “출마한다면 광주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 그 마음에 지금도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권노갑·정대철 등 동교동계 원로들이 이 대표의 호남 출마를 지원한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최근 당내에선 전력이 분산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이낙연·이준석 등 주요 인사들을 수도권에 집중해 승부를 보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개혁신당 관계자는 “이낙연·이준석 대표 모두 수도권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화력을 너무 분산시키지 않고 주요 승부처에 집중시키는 방안 등도 거론된다”고 전했다. 두 인사는 영·호남과 수도권 출마 가능성 모두 여전히 열려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종민 최고위원 역시 원래 지역구인 충남 논산·계룡·금산과 서울 출마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김 의원은 서울에 출마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실정 심판 의미에서 용산구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3지대 합당 전 개혁신당 최고위원이자 이준석 대표의 최측근 인사인 천하람 전 위원은 국민의힘 시절부터 지켜왔던 전남 순천 출마가 유력하다. 다만 개혁신당은 기본적으로 현 지도부를 비롯해 주요 인사들을 기존 양당의 공천 상황 등을 고려해 자객공천 등 전략적으로 지역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천 전 위원같이 인지도 높은 인사들이 상황에 따라 수도권이나 대구에 배치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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