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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 열기 꺾이고 거래 절벽도 심화
“‘똘똘한 한 채’ 선호 따른 집값 양극화 불가피”

서울 부동산 ‘불패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실수요자들이 아파트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청약 열기가 한풀 꺾였고, 매매시장 역시 거래 절벽으로 인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5월말까지 서울 아파트 청약 평균 경쟁률은 29.94대 1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5.63대 1과 비교하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집값 고점론에 대한 인식 확산과 낮은 시세차익, 높은 분양가 등이 맞물려 청약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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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9일 서울 강북구의 한 재개발 단지 앞에 청약 1순위 마감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이 단지는 일반분양에서 328가구를 모집해 1순위 청약에서 마감됐지만, 청약 당첨자의 42%가 대거 계약을 포기하면서 무순위 청약에 나섰다.ⓒ연합뉴스

10년간 재당첨 제한되는데도 청약 포기

청약 열기가 꺾이면서 당첨자들의 계약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5월2일 서울 강북구 미아동에선 한화건설이 지은 ‘한화포레나미아’ 139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 당첨자에 이어 예비 당첨자까지 계약하지 않아 나오는 물량이다. GS건설이 지난 1월 같은 지역 내 공급한 ‘북서울자이폴라리스’에도 미계약 18가구가 발생했다. 재당첨 제한을 감수하고 계약을 포기한 사람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청약 당첨 후 계약을 포기하면 10년 동안 재당첨이 제한된다.

미분양 주택도 빠르게 쌓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4월 서울 미분양 주택은 360가구다. 1년 전(76가구)에 비해 5배 가까이 늘어났다. 유정상 리얼투데이 과장은 “통상 주변 시세보다 20%가량 저렴한 분양가에 나와야 흥행 가능성이 높은데 최근 분양 단지들은 고분양가로 시세차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과거와 같은 ‘묻지마 청약’보다 입지 여건과 분양가·중도금 대출 여부 등을 살피고 청약에 나서는 경향이 강해지는 게 최근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청약시장이 주춤한 것은 매매시장 침체 여파가 전달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서울에서는 최근 매물이 쌓이고 거래량은 줄어드는 이른바 ‘거래 절벽’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31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물은 4만5198건에서 6만1462건으로 36%(1만6264건) 늘어났다. 광주(332.9%)·인천(52.1%)·경기(38.8%)·대전(36.9%) 등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반면에 거래는 뚝 끊겼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거래 성수기로 꼽히는 5월 884건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4901건 대비 81%가량 줄어들었다. 지난 2월 814건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한 이후 3~4월 1000건대를 유지하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5월 들어 다시 주춤해졌다. 매매 거래 신고 기한이 계약 체결 후 30일 이내인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지만 큰 회복세를 보이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향후 전망은 더 암울하다. 추가 금리 인상으로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5월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앞서 4월에도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를 두 달 연속 올린 건 2007년 7·8월에 이어 15년 만이다.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다. 금융 업계에선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2.5%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현재 4% 수준에서 연말 7%까지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주담대 금리가 7%대를 넘어선 건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매수세 회복을 억누르는 원인으로 꼽힌다. 금융위는 오는 7월부터 주담대 포함 총 대출액이 1억원을 초과할 경우 DSR을 강화한다. DSR이란 1년 동안 갚아야 하는 대출이자와 대출원금이 소득과 비교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한 수치다. DSR 적용 비율은 은행 40%, 비은행 50%다. DSR이 40~50%면 1년 동안 내는 이자와 원금 상환액이 연봉의 40~50% 수준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현재는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 DSR을 적용하고 있다. 규제가 시행되면 대출 한도가 낮아지는 수요자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서초·강남·용산 집값만 ‘나홀로 상승세’

전문가들은 당장 주택 가격이 하락하지는 않겠지만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 인상으로 매수자들의 투자 수요는 더욱 줄어들 것”이라며 “금융위가 7월 DSR 규제를 예정대로 도입하기로 한 만큼 매수 자금 마련이 더욱 어려워 관망세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2월 기준 전체 주담대 금액 중 65.8%인 485조8000억원이 수도권에서 이뤄졌다”며 “수도권 대출자가 상대적으로 기준금리 인상에 민감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서울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용산과 서초, 강남 등 주요 지역은 가격 상승세를 이어가는 반면 그 외 지역은 매물 적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넷째 주(23일 기준) 용산구는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서는 등 개발 기대감에 전주에 이어 0.5% 올랐다.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초구는 한강변 인기 단지 거래에 힘입어 0.04%, 강남구는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0.02% 상승했다.

반면 성북·관악·노원구는 매물이 누적되는 분위기 속에 나란히 0.02% 내리며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 외 지역도 오랫동안 하락세를 이어가다 가까스로 보합세를 유지했다. 문종훈 한국부동산원 부동산통계처 주택통계부 부장은 “입지 여건이 양호하고 개발 호재가 있는 강남·서초·용산 등 일부 고가 지역은 상승세를 이어갔다”며 “그러나 전반적으로는 추가 금리 인상 우려, 전세가격 안정, 매수심리 위축 등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서울 전체 아파트 값은 3주 연속 보합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중과 유예 대책이 한시적으로 나온 이후 다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만 남겨두고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 주택을 처분하면서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아울러 새 정부가 1주택자에 대한 부동산 세금 부담을 완화한 것도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최근 1가구 1주택 실수요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사실상 보유세를 동결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함 랩장은 “보유세 부담 경감책이 1주택자에게 선별 집중되면서 당분간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과 시장 양극화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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