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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 시사저널 주최 ‘컨퍼런스G 2021’서 강조
“제품 개발자·영업직·마케팅 담당 협업 절실… 혁신기술로 고객 행동 패턴 분석해야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5월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5월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온라인으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누군가가 마케팅의 정의를 묻는다면 혹자는 ‘제품을 판매하는 것’ ‘판매원과 소비자가 가격을 흥정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나는 좀 다르게 본다. 난 창조(Creation),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더 나은 가치를 만드는 것(Deliver superior Value)이라고 말하겠다.”

‘마케팅의 아버지’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5월25일 시사저널 주최로 서울 용산구 햐얏트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1’의 기조 강연에서 이렇게 조언했다.

‘21세기 마케팅의 미래’ 주제로 열린 강연에서 코틀러 교수는 ‘현대 경영학의 구루’인 피터 드러커 전 미국 클레몬트 경영대 석좌교수를 가리켜 ‘현대 마케팅의 할아버지’라고 소개하면서 “드러커가 ‘기업에겐 마케팅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기 기능이 있으며, 그 목표는 소비자의 행동패턴을 인지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을 위한 다양한 기술 ‘마 테크’(Mar Tech) 소개

그는 자신의 책 《마켓 3.0》에서 마켓 1.0을 제품 중심, 2.0을 소비자 중심, 3.0을 가치와 스토리를 기초로 한 인간 중심으로 봤다. 강연에서 그는 이를 “1.0이 기능, 2.0이 감성이라면 3.0은 웰빙마케팅”이라고 요약해 설명했다. 그리고 2017년 출간한 《마켓 4.0》에선 ‘전통적에서 디지털 마케팅으로의 전환’(Moving from Traditional to Digital)을 주목했다. 소설 마케팅, 옴니(온·오프라인 복합채널)마케팅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올해 출간된 마켓 시리즈 결정판 《마켓 5.0》에서 인간성을 위한 마케팅 기술을 주목했다. 이번 강연에서 그는 ‘마 테크’(Mar Tech)를 ‘미래 마케팅 기술’로 규정했다. 마 테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일까. 코틀러 교수가 강조한 것은 ‘고객이 우리 제품을 왜 사러 왔으며 어떤 경로를 통해 제품에 대한 정보를 취득했는지 살펴보고, 이에 필요한 접점(Touch Point)을 찾는 것’이었다.

이번 강연에서 그가 마케팅의 개념을 ‘판매사 대 고객’으로만 국한시키지 않았다고 한 것은 가장 주목받는 대목이다. 베이비붐세대·X세대·Y세대·Z세대·알파세대 등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사회뿐만 아니라 사내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의 장기 목표(비전)를 향해 브랜드를 키워야 하며 그 성공 사례로 유니레버의 브랜드 ‘도브’도 설명했다.

콘텐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콘텐츠는 공급자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것이다. 세계적인 팝스타 레이디 가가를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한 음료 브랜드 ‘펩시’가 좋은 예다.

제품 개발자와 마케터 간 유기적인 통합, 영업조직과 마케팅 간 협력도 강조했다. 그는 “제품 개발자는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은 고객이 너무 필요해 하는 것이라 착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모든 신제품 개발에는 마케팅 담당자가 참여해야 하며, 기업도 자체 내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와 같은 자리를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들은 카이젠(改善)이라는 개념을 직원들에게 강조하는데, 내가 보기에 삼성과 LG같은 한국 기업들이 이를 잘 실현하고 있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신제품이 나오는 것과 동시에 그 제품을 대체할 것을 준비하는 것이 놀라웠다. 그것이 바로 승리자가 되는 비결이다.”

5월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와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특별대담을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5월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시사저널 컨퍼런스G2021에서 오종남 서울대 명예교수와 필립 코틀러 미 노스웨스턴대 석좌교수가 특별대담을 나누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강연 후 코틀러 교수는 오종남 서울대 과학기술혁신 최고과정 명예교수(전 통계청장)와도 대담을 나눴다.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에서 퍼스트 무버(선도적 혁신가)로 변신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에게 마케팅 측면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코틀러 교수는 “선도적 혁신가도 좋지만 실제로 많을 일을 이뤄내는 것은 빠른 추격자”라면서 “모든 기업가들이 닮고 싶어 하는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주목하는 마케팅 관점은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것을 판매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매번 놀라운 이뤄내는 삼성·LG 등 한국 기업 놀라워

필름 산업의 양대 축인 코닥필름이 내리막길을 걸은 반면, 후지필름은 놀라운 반전을 기록한 것을 예로 들면서 코틀러 교수는 “후지는 CEO(최고경영자)가 훌륭한 아이디어를 냈기에 성공했다. 성공은 보장되지 않는다. 제품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자신을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의 양극화와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연 말미에 코틀러 교수는 섬뜩한 경고를 했다.

“5년 내 당신이 지금과 같은 비즈니스를 하다면, 그 비즈니스는 문을 문을 닫을 것이다”(Within five years, If you are in the same business you are in now , you are going to be out of business.)

‘마케팅의 구루’라 불리는 코틀러 교수의 예견이 적중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 기업인들의 머리가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만 그는 해답을 쉽게 설명했다. 고객의 행동패턴을 분석하는데 혁신기술을 활용하되 마케팅의 본질을 ‘사람’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익 창출만이 아닌 기업의 명성을 쌓는데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강연을 끝내고 그의 마지막 작별 인사에서 그 해답이 담겨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전향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뉴 노멀의 시대다. 현재가 아닌 미래 세대를 바라보고, 지속성과 이윤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모쪼록 한국에 계신 모든 분들이 건강하길 바라며, 함께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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