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진 ‘안티 김 여사’ 여론에…흔들리는 與 ‘특검 방탄 단일대오’
‘공천 개입 의혹’ 포함된 김건희 특검법…야당 단독 본회의 처리 추경호 “특검, 대통령 부부 망신주기용”…거부권 건의 시사 악화된 민심에 與 이탈표 우려도…개혁신당 “국민의힘 흔들릴 것”
2024-09-19 박성의 기자
‘광폭 수사’ 벼르는 野…더 세진 ‘김건희 특검법’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에서 ‘김여사 특검법’(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채 해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차례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김여사 특검법’은 재석 의원 167명이 참석해 가결됐다. 앞서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폐기된 바 있다. 민주당은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채 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추진해 왔다. 이번 ‘김건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등 주가 조작 의혹 ▲상장·비상장 회사의 주식 특혜 매입 의혹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가 뇌물성 협찬을 받았다는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인사 개입 의혹 ▲임성근 전 사단장 등 구명 로비 의혹 ▲22대 총선 개입 의혹 등을 비롯해 총 8개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기타 상장회사 주식 등 특혜 매입 의혹을 주된 수사 대상으로 했던 21대 특검 법안보다 수사 대상이 대폭 넓어진 셈이다. 법안에 따르면,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새로 인지한 사건 관련 범죄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 특검 추천권은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갖는다. 두 야당이 2명의 특검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중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는 형식이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말 그대로 죄를 지었기 때문에 특검을 거부하는 것 아닌가”라며 “자신과 배우자의 범죄 혐의 수사를 방해하기 위한 거부권 행사는 아무런 정당성도 설득력도 가질 수 없다. 윤 대통령이 또 다시 특검을 거부한다면 정권 몰락을 앞당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그는 “국민의힘도 특검법을 반대한다면 범죄 은폐 세력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의 경고에도 ‘김건희 특검법’은 다시금 대통령 거부권에 가로막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날 ‘쌍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채 해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모두 거대 야당의 일방 처리에 대통령이 재의요구하고 국회에서 표결을 거쳐 수명을 다한 법안”이라며 “진상규명은 안중에도 없이 독소조항으로 덧칠된 야당 셀프특검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거부권 건의’ 예고한 與…‘이탈표 8명’ 나오면 가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금 국회로 넘어오게 된다.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전원 참석 기준으로 200명 이상의 찬성표가 필요한 셈이다. 민주당 170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등 야당이 모두 찬성해도 192석에 그치는 만큼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오지 않으면 법안은 부결·폐기된다. 결국 여당이 ‘특검 단일대오’를 유지한다면 거야의 공세에도 ‘김건희 특검’은 다시금 사장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최근 달라진 여당 내 분위기다.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으로 당정 지지율이 집권 이후 최저치까지 동반 하락한 가운데, 당내에선 연이은 대통령실발 악재에 불만과 불신의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당내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들은 대통령실과의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며, 김 여사를 향한 비판의 수위를 높이기 시작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김 여사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우리 당원들도 만나면 ‘여사 좀 다니시지 말라 그래’까지 얘기하더라”라고 말했다. 김 위원은 “마포대교에 가서 소방관들을 만난다든가 경찰들을 만나는 것은 결과적으로 좋은 이미지를 주지는 못한 것 같다”고 김 여사의 최근 활동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국민의힘 지도부 한 핵심 인사는 “민주당이 특검을 밀어붙이는 저의는 결국 ‘이재명 지키기’”라면서도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다. 국민의 의구심만 풀 수 있다면 특검도 고려해야 한다. 민심을 따르지 않고, 민심에 역행한 결과가 지난 총선의 패배로 이어진 것 아닌가”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설’도 특검 정국의 핵심 변수가 된 모습이다. 그간 ‘지라시’(풍문)처럼 떠돌던 김 여사의 ‘텔레그램 정치 개입 의혹’이 실명 보도를 통해 일부 드러나면서, 여권도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다. 김 여사와 유사한 의혹을 받는 ‘전주’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것도 여권에는 악재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는 지난 13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사실 저희는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서는 찬성,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이었다”며 “(김건희 특검법은) 조금 더 지켜봐야 된다는 이유였는데 요즘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특검에 대해 우리가 찬성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내부에서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김건희 특검법’에 완강했던 국민의힘 내에서도 대거 이탈표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은아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힘은 법적인 걸 상당히 중요시 여기는 정당이기에 아마 많이 흔들리는 분들 계실 것 같다. 걱정하는 분들이 계실 것”이라고 밝혔다.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관련 문제를 두고 윤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가 의견을 교환할지도 정치권 관심사다. 윤 대통령은 오는 24일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를 용산으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와 지난달 30일 만찬을 하기로 했다가 민생 대책 대응을 위해 추석 연휴 이후로 연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