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운명 앞에 선 이재명의 재판 리스크 두 가지
위증교사 사건에서 녹음파일 제시한 검찰, “혐의 입증” 자신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도 마무리…법원 최종 판단 따라 의원직 상실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한 사법부의 1차 판단이 추석 이후 이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적용된 위증교사 혐의의 결심공판을 9월30일 진행한다고 밝혔다. 통상 결심공판 뒤 한 달여 후쯤 선고가 이뤄지는 만큼 이르면 오는 10월 1심 판단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연휴 직전 법정에서 이 대표의 육성이 담긴 수 건의 녹음파일을 제시하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이 대표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받은 김진성씨가 이미 위증 사실을 인정한 상황에서다. 김씨는 앞선 재판에서 유력 대권주자였던 이 대표가 증언을 요구해 중압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이 대표가 과거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주요 증인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앞서 이 대표는 2002년 KBS PD와 함께 검사를 사칭해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취재했다가 벌금 150만원을 확정받았는데, 이후 2018년 경기지사 선거 과정에서 “누명을 썼다”고 말해(허위사실 공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재판 과정에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1998~2002)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것이 사건의 골자다. 이 대표와 김씨는 2023년 10월 위증교사와 위증 혐의로 각각 기소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증교사 사건을 포함해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건(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사건, 공직선거법 위반, 쌍방울그룹의 불법 대북 송금)의 재판 가운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판단 역시 오는 10~11월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사건의 결심공판은 9월20일 진행되고 있다. 제1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올 하반기 분수령이 되리라 점쳐지는 배경이다.
검찰, 이재명-김진성 녹음파일 재생
검찰이 최근 법정에서 제시한 증거가 법조계와 정치권의 관심을 모았다. 검찰이 9월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 심리로 진행된 이재명 대표의 위증교사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이 대표의 혐의 입증을 위한 녹음파일을 제시한 것이 단적이다. 검찰은 당시 이 대표가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교사한 정황이 담긴 다수의 녹음파일을 직접 재생했다. 이 대표의 육성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법조계는 위증교사 사건을 주목해 왔다. 혐의 입증이 대장동 등 다른 사건에 비해 비교적 간단한 데다, 재판 진행상 이 대표가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검찰 측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성남시와 KBS 간 야합이 없었는데도 이 대표가 위증을 교사했다고 보고 있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김 전 시장이 (검사를 사칭해 분당 백궁 파크뷰 의혹을 취재한) 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는 대신 김 전 시장과 KBS 사이에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의 허위 증언을 부탁했다는 것이 골자다.
검찰 측은 이를 뒷받침할 녹음파일 4건 등의 증거를 제시했다. 핵심은 이 대표의 주장대로 검사 사칭 사건 당시 KBS와 성남시가 이 대표를 주범으로 몰기로 한 시도가 있었느냐다. 이 대표가 “KBS와 성남시의 이런 시도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을 요청했다는 것이 검찰 측 증거에 담긴 내용이다. 이와 관련한 녹음파일은 2018년 12월 이 대표와 김씨 간 대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당시 통화에서 김씨에게 “‘김 전 시장은 선거에서 이겨야 하고, KBS 측은 책임을 줄여야 하니 나에게 덮어씌워라’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정치적으론 나를 처벌해야죠. 처벌해야 좀 곤경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이고. KBS는 자기들 책임을 좀 줄여야 하고. ‘이재명이 사주해서 하라고 해서 했다.’ 모두가 이해관계가 있던 겁니다. 이해관계가 일치되는, 나한테 도움이 되는 그런 이야기들을 기억을 되살려서. 어쨌든 시장님 모시고 있던 입장에서 전체적으로 한번 이야기를 해주면 크게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이재명 측, 검찰의 공소사실-짜깁기 증거 주장
이재명 대표는 “당시 KBS와 성남시가 그런 식의 협의나 논의가 많았다 정도로 하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김진성씨는 “가능하면 (KBS 측과 성남시가) 교감이 있었다고 말해 주면 제일 좋다. 실제 비서였으니 알 수 있는 상황이지 않느냐”는 이 대표의 말에 “그땐 제가 (선거 준비를 위해 성남시) 밖에 먼저 나와서 애매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그러자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라며 “이 사건을 증언한다면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대화 과정에서 김씨는 “어떤 취지로 (증언을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고, 이 대표는 “변론요지서를 보내주겠다. 기억을 되살려보라”고 답했다. 검찰은 김씨가 이 대표와의 통화 내용 등을 바탕으로 진술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김씨가 2018년 12월 작성한 진술서를 이 대표의 비서실장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는 설명도 더했다.
실제로 이런 취지의 증인신문도 이뤄졌다는 것이 검찰 측 설명이다. 2019년 2월 증인신문 이후 김씨와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경기도 정책보좌관) 사이에 오간 문자메시지도 제시했다. 정 전 실장은 김씨에게 “너무 수고하셨다, 고맙다”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힘냅시다. 부족한 부분이 있었으면 잘 말씀드리고, 변호사하고 상의한 내용대로 답변 잘했다”고 답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이 대표 측은 강하게 반박했다. “검사가 서증조사에서 한 말이 (녹취록에서) 부분 발췌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대표 측은 이어 “검찰의 공소사실도 굉장히 문제가 많다”며 “이렇게까지 검사가 짜깁기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김씨의 증언이) 판결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지만 당시 판결문에는 전혀 그런 내용이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앞선 재판에서 자신의 위증 혐의를 자백한 상황이다.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상황에서 재판부는 9월30일 결심공판을 예고했다. 이에 따라 1심 선고는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에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결심공판은 9월20일 진행되고 있다. 이는 대선후보였던 이 대표가 2021년 12월22일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몰랐다’는 취지로 말한 혐의(허위사실 공표)와 관련됐다. 김씨는 대장동 개발사업 등에서 핵심 실무자로 일한 인물이다. 그는 이 대표의 인터뷰 하루 전날 숨진 채 발견됐다. 이와 함께 이 대표가 같은 해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국토교통부의 압력 때문에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용도 변경했다고 말한 대목도 허위라는 것이 검찰 측 판단이다.
위증교사 혐의로 금고 이상의 형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4억원을 반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