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사주가 별로네”…신생아 5명 사들여 버리거나 학대한 부부

미혼모들에 접근해 범행…“딸 키우면 행복할 거라 생각” 2심, 아내와 남편에 각각 징역 4년과 2년 선고

2024-09-11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법원 전경 ⓒ시사저널 임준선

미혼모들이 출산한 아기 5명을 돈으로 사들인 뒤 유기하거나 학대한 40대 부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형사항소 4부(구창모 부장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매매·아동학대·아동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여성 A(48)씨와 남편 B(46)씨에게 각각 징역 4년과 징역 2년을 선고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A씨는 2020년 1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친모 4명에게 100만~1000만원을 주고 신생아 총 5명을 사들였다. 그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아이를 입양 보내길 원하는 미혼모에게 접근한 뒤 ‘아이를 키워주고 금전적으로도 도움을 주겠다’고 설득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 부부는 미혼모에게 사들인 아기 중 생후 일주일차 아기 등 2명은 성별이나 사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 버리지 않고 키운 아이들 또한 본인들의 부부 싸움 중 이유없이 폭행하는 등 학대했다. 심지어 양육 스트레스를 이유로 ‘애들을 버리고오자’는 취지의 대화를 나눈 사실도 휴대전화 대화 내용을 통해 확인됐다.

재혼 관계인 A·B씨는 정작 이전 혼인 관계에서 낳은 자녀들에 대해선 면접교섭권을 행사하지 않는 등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딸을 낳고 싶었으나 임신이 되지 않았고, 합법적인 입양도 어려워 범행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기소된 A씨 측은 1심 결심공판에서 아동매매 혐의에 대해 “여아를 키우면 결혼 생활이 행복할 거라는 강박적인 생각에 시달리다 범행했다”면서 “실제 양육할 목적이었던 점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유기·방임 혐의에 대해선 베이비박스 유기 전 직원과 상담했으므로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이들이 직원과의 상담을 근거로 유기·방임 혐의를 부인하는 것에 대해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몰래 두고 나가려다 직원들을 마주쳐 어쩔 수 없이 아이의 생년월일만 알려준 것 뿐”이라고 지탄했다.

또한 “결혼 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겠다는 왜곡된 생각에 사로잡혀 죄의식 없이 아동매매 범행을 저질렀고, 아동들을 신체·정신적으로 학대하고 베이비박스에 유기했다”면서 “아동을 인격체로 대하지 않고 욕망 실현의 수단으로 삼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판시했다.

검사 및 피고인 양측 모두 양형부당 등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원심의 양형 판단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며 이를 전부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