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열세’ 우크라군, 사기 저하로 “탈영·불복종” 고전
“진지에 투입됐다 살아남은 병사들, 전투 거부” 검찰, 약 1만9000명 군인에 탈영 혐의 형사 소송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력 열세 속에 고군분투하는 우크라이나군이 심각한 사기 저하로 고전하고 있다고 미 CNN 방송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군이 전력을 집중하는 동부 전선의 요충지 포크로우스크(러시아명 포크롭스크)에서 부대를 지휘했던 6명의 우크라이나군 지휘관과 장교 등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탈영과 불복종이 큰 문제가 되고 있으며, 특히 새로운 동원령에 따라 전장에 끌려 나온 신병들이 이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밝혔다.
포크로우스크 전투에 참여한 한 부대 지휘관은 “군인들이 모두 탈영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이 그렇다. 신병들이 이곳에 오면 얼마나 상황이 어려운지 알게 된다”며 “그들은 엄청난 수의 적 무인기, 포대, 박격포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진지에 들어갔다가 살아남은 사람은 다시는 그곳에 돌아가지 않는다”며 “그들은 진지를 떠나거나 전투를 거부하고 군대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병력과 무기의 열세 속에 고전해온 우크라이나군은 지난겨울과 올봄 미국의 군사 지원이 몇 달간 지연되면서 탄약 부족을 겪었다. 이 같은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심각한 사기 저하로 이어졌다. 당시 우크라이나 병사들은 다가오는 적을 확실히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탄약이 없어 포격하지 못하고 보병 부대를 보호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했다.
동부 도네츠크의 또 다른 격전지 차시우야르에 배치된 부대 장교인 안드리 호레츠키는 “하루가 길다. 병사들은 참호 속에서 24시간 근무한다. 이들이 총을 쏘지 않으면 러시아군이 유리해진다”며 “러시아군 진군 소리를 듣는 병사들은 만약 총을 쐈다면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전장의 상황이 악화하면서 탈영병도 점점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의회에 따르면, 검찰이 올해 첫 4개월 동안 주둔지를 포기하거나 탈영한 혐의로 형사 소송을 시작한 군인 수는 약 1만9000명에 달한다. 심지어 일부 지휘관은 군인들의 탈영과 무단결근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복귀하도록 설득하는 상황이 일반화되면서 첫 번째 탈영이나 무단결근은 처벌하지 않도록 법도 바뀌었다. 호레츠키는 이에 대해 “일리가 있는 조처다. (처벌) 위협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다. 똑똑한 사령관은 병사들을 위협하는 상황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장악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이 지역의 군사 및 공급 허브인 포크로우스크를 점령하는 것이 그 목표를 향한 주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