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 발언으로 뭇매 맞은 복지차관…“유감 표한다”

앞선 인터뷰서 “어딘가 찢어져 피가 많이 나는 것도 경증” 등 발언

2024-09-06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9월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응급 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을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선 인터뷰서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란 취지의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던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유감의 뜻을 표했다.

박 차관은 6일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1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위원장 자격으로 참석해 “동네 병·의원이나 작은 기관의 응급실 방문을 요청하려다 일반화가 이뤄졌다.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인터뷰 발언으로 여러분들께 걱정을 끼쳤다”면서 “당시에도 ‘환자 스스로 경증이나 중증을 판단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지만, 과도한 일반화를 하는 바람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란은 박 차관이 지난 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한 발언으로 촉발됐다. 당시 박 차관은 ‘환자나 보호자가 경증과 중증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본인(환자 등)이 경·중증을 판단해서 (응급실에) 갈 수는 없다”면서 “본인이 전화를 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또한 박 차관은 “중증이란 건 거의 의식이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거나 하는 경우들이 대다수”라면서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이런 것들이 경증에 해당한다.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나는 것도 사실은 경증”이라고 부연했다.

박 차관의 발언은 즉각적인 반발을 일으켰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4일 입장문에서 박 차관의 발언을 겨냥해 “망언 제조기의 역대급 갱신”이라면서 “한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의협은 “정부는 역대급 망언을 날로 갱신하는 박 차관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라”면서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 최고위원회에서 박 차관의 발언에 대해 “(환자 스스로) 전화를 못할 정도면 결국 죽는 것 아닌가”라면서 “중세시대에 마녀사냥을 할 때 ‘물에 던져서 빠져나오면 마녀, 못 빠져나오면 사람’이라고 하는 일도 있었다. 둘 중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죽는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