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양자대결…이재명 54%vs한동훈 35%, 이재명 54%vs오세훈 35%

[시사저널 2011명 여론조사] 다자대결 이재명 41%, 한동훈 23%, 조국 5%, 이준석 4% 순 李, 韓과의 양자대결서 ‘전 지역’에서 앞서…오세훈은 이재명과 맞붙을 때 한동훈과 같은 지지율 韓, 조국과 36% 대 48%, 김경수·김동연·김부겸과도 박빙…尹 긍정평가 30%, 부정평가 68%

2024-09-06     박성의 기자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 2024년 대한민국의 운전대는 이 세 사람이 나눠 쥐고 있다. 행정권력을 차지한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여당 수장이 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입법권력을 거머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입’과 ‘결심’에 따라 정치·경제·사회·외교·안보·문화 등 대한민국의 모든 분야가 요동친다. 운전자 자리는 영원하지 않다. 누구든 언제든 교체될 수 있다. 그 변화의 키는 ‘민심’이 쥔다. 국민이 누구에 대해 지지를 거두고 더하느냐, 그 지지세가 누구에게 옮겨가느냐에 따라 권력의 추는 기울고, 대한민국호의 목적지는 달라질 수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9월1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마친 뒤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한가위 명절을 앞두고 이들 세 사람에 대한 ‘국민의 온도’를 측정했다. 나아가 이 세 사람에 맞설 ‘대항마’는 누구인지 묻고, 그들 간 경쟁력의 높낮이를 쟀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대란 △채 해병 특검법 △연금 개혁 등 산적한 정치 현안에 대한 개별 의견은 묻지 않았다. 개별 정치 현안보다는 그 현안을 움직이고 풀어내야 하는 권력의 세 꼭짓점이 받아든 성적표의 점수에 국민의 시선이 더 많이 깊게 담겨 있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국민이 생각하는 유력한 ‘포스트 윤석열’은 누구일까. 시사저널이 8월29~31일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11명에게 ‘차기 대통령감 양자대결 적합도’를 물은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당 대권 잠룡들에 비해 오차범위(±2.2%포인트) 밖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한동훈·오세훈·안철수·원희룡 등 與 잠룡들에 ‘절대 우위’

‘이재명 vs 한동훈’ 양자 구도에선 이재명 대표가 54%, 한동훈 대표가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없음’은 10%, ‘잘 모름’은 1%였다. 이 대표는 60대 이상 유권자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우위를 보였다. 특히 40대 유권자에서 가장 큰 지지세(69%)를 기록했다. 다만 60대 유권자에선 이 대표 45%, 한 대표 46%로 오차범위 내 비등한 지지세를 보였으며, 70대 이상 유권자에선 이 대표 33%, 한 대표 57%로 타 연령대와는 상반된 지지세를 기록했다. 고령 유권자는 보수 성향이 짙다는 정치권의 정설이 유효했던 셈이다.

그러나 지역별 조사에선 정치권의 오랜 불문율에 금이 갔다. 한 대표는 수도권을 비롯한 전 지역에서 이 대표에게 뒤졌는데, 특히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경북(TK)과 부산·울산·경남(PK)에서도 한 대표가 열세를 보였다. 조사에 따르면 TK에선 이 대표 44%, 한 대표 40%, PK에선 이 대표 49%, 한 대표 42%의 지지율을 각각 기록했다.

‘이념 성향’에 따른 지지도는 사실상 양당의 전당대회 결과(이 대표 85.4% 득표, 한 대표 62.8% 득표)와 유사했다. 응답자는 자신의 이념에 따라 같은 진영 대표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그 ‘세기’가 달랐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84%가 이 대표에게 ‘몰표’를 보낸 반면, 한 대표는 보수 성향 응답자로부터 65%의 지지를 얻었다. 특히 두 대표 모두 지지하지 않는다는 ‘없음’ 비율이 진보에선 4%, 보수에선 11%로 큰 차이를 보였다. 중도 성향 유권자의 경우 이 대표 지지율이 57%로, 한 대표 지지율(29%)과 두 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26일 서울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정원산업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만약 이재명의 상대가 한동훈이 아니라면 어떨까. 이 대표와 다른 여권 후보들과의 양자대결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이재명 vs 오세훈’ 양자 구도에선 이 대표가 54%, 오 서울시장이 3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없음’은 9%, ‘잘 모름’은 1%였다. 친윤(親윤석열)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 대표에게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열세를 보였다. ‘이재명 vs 원희룡’ 구도에선 이 대표가 57%, 원 전 장관 29%를 기록했다. ‘없음’은 13%, ‘잘 모름’ 2%였다. 친윤(親윤석열) 색이 옅다고 평가되는 안철수 의원도 선전하지 못했다. ‘이재명 vs 안철수’ 구도에선 이 대표 56%, 안철수 의원 27%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없음’은 16%, ‘잘 모름’은 1%였다.

野 잠룡들에게 압도적 우위 못 보여준 한동훈

그렇다면 야권 대선후보가 이재명이 아니라면 어떨까. 상대가 바뀐다면 현 여당 수장인 한 대표는 선전할 수 있을까. 조사 결과 한 대표와의 대결에서 이 대표보다 더 큰 경쟁력을 보인 야권 후보는 없었다. 다만 한 후보는 이 대표를 제외한 야권 후보들과의 대결에서도 35% 내외의 ‘박스권 지지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복권돼 대선 도전이 가능해진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의 양자대결에서 한 대표는 36%, 김 전 지사는 38%의 지지를 얻으며 오차범위 내로 한 대표가 뒤졌다. ‘없음’은 24%, ‘잘 모름’ 3%였다. ‘한동훈 vs 김동연’ 구도에서도 한 대표는 35%, 김 경기지사는 39%로 김 지사가 소폭 우세했다. ‘없음’은 23%, ‘잘 모름’ 3%였다. ‘한동훈 vs 김부겸’ 구도에선 한 대표 35%, 김 전 총리 34%로 박빙 구도였다. ‘없음’은 28%, ‘잘 모름’ 2%로 조사됐다.

특히 한 대표는 ‘반윤(反윤석열)’ 연대 선봉에 선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의 대결에서 큰 열세를 보였다. ‘한동훈 vs 조국’ 양자 구도로 조사한 결과 한 대표 36%, 조 대표 48%로, 오차범위 밖인 12%포인트 격차로 조 대표가 앞섰다. ‘없음’은 14%, ‘잘 모름’은 2%였다.

양자대결이 아닌 다자대결에서는 어떨까. 자천타천 언급되는 여야 대권후보 13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감 다자대결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이재명 대표가 41%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한동훈 대표는 23%의 지지율로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조국 5% △이준석 4% △홍준표 3% △오세훈 3% △원희룡 3% △김동연 2% △이낙연 2% △김경수 2% △김부겸 2% △안철수 2% △나경원 1% 등으로 조사됐다. 기타 후보 2%, ‘없음·모름’은 6%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7명은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조사에서 ‘잘함’은 30%, ‘잘못함’은 68%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2%였다. 특히 전체 응답자 중 ‘매우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59%였다. 윤 대통령에 대한 부정평가는 40대(81%)에서 가장 높았고, 70대 이상(43%)에서 가장 낮았다. 전 지역에서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가 높게 나온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TK와 PK 등 보수 텃밭에서도 부정평가가 각각 63%로 절반을 훌쩍 넘었다.

8월29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尹 지지율 침체 속 ‘한동훈 vs 이재명’ 차기 구도 확신 일러

그러나 윤 대통령을 향한 보수 지지층의 평가는 사뭇 달랐다. 국민의힘 지지자로 한정해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물었더니 ‘잘함’ 71%, ‘잘못함’ 28%로 전체 결과와는 180도 다른 응답을 내놨다. 보수 이념 성향의 유권자의 경우에도 ‘잘함’ 59%, ‘잘못함’ 39%로 조사됐다. 중도 성향 유권자는 ‘잘함’ 23%, ‘잘못함’ 76%로 전체 결과와 유사한 평가를 내렸다.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오차범위 내에서 소폭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38%, 국민의힘은 36%로 조사됐다. 이어 △조국혁신당 8% △개혁신당 4% △진보당 1% 순이었다. 이 외에 기타 정당 지지율은 2%였고, 지지 정당이 없거나 모른다고 답한 비율도 11%로 적지 않았다.

윤석열, 한동훈, 이재명. 정치권력을 쥔 이 세 사람이 받아든 성적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윤석열의 위기’라는 공통된 진단 속에 ‘이재명 vs 한동훈’으로 짜인 현 정치판의 구도가 대선까지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동훈 대표가 중도층의 표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 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윤 대통령을 향한 보수 전통 지지층의 충성도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이재명 대표의 경우 압도적인 당심을 확보하고 있으나, 조국·김동연·김경수 등 야권의 ‘잠룡들’ 역시 한 대표를 상대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쟁자의 자격’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경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대표는 “한동훈 대표가 중도층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여권 내 20~30%대 ‘안티 한동훈’ 세력은 여전하다”며 “여권 내 균열이 일면서 정권 재창출에 적신호가 켜진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가 독주하고 있지만 다른 야권 주자들도 한동훈 대표와의 대결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오세훈 시장 역시 이 대표와의 양자대결에서 한 대표와 같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여야 내 ‘한동훈·이재명의 독주’를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시사저널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에 의뢰해 8월29~31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유권자 2011명을 대상으로 무선 RDD를 이용한 ARS 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응답률은 2.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차기 대통령감 적합도’ 물었더니…이재명 52%, 한동훈 31%, 

오세훈 27%, 김동연 25%, 김경수 17%, 원희룡 15%, 안철수 12%

차기 대통령선거까지는 900일 이상 남았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유력한 대권후보들이 거론되고 있다. 과연 현시점에서 유권자들은 이 후보들을 ‘대통령감’으로 인정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이 ‘차기 대통령감 개인별 적합도’를 물은 결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한 여야 모든 대권후보가 부정평가를 더 많이 얻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표는 ‘적합하다’ 52%, ‘적합하지 않다’ 43%로 조사됐다. ‘잘 모름’은 5%였다. 특히 진보 성향 유권자들은 82%의 압도적 지지를 보였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적합하다’ 53%, ‘적합하지 않다’ 40%로 전체 결과와 유사한 응답 성향을 보였다.

반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적합하다’ 31%, ‘적합하지 않다’ 61%, ‘잘 모름’ 8%로 부정평가가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보수 성향 유권자 중 59%가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36%는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중도 성향 유권자들은 ‘적합하다’ 26%, ‘적합하지 않다’ 67%로 한 대표에게 반감을 갖고 있는 이가 과반을 차지했다.

야권 대권 잠룡으로 평가받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적합하다’ 17%, ‘적합하지 않다’ 64%, ‘잘 모름’ 19%로 조사됐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적합하다’ 25%, ‘적합하지 않다’ 56%, ‘잘 모름’ 19%로 집계됐다. 여권 대권후보인 안철수 의원은 ‘적합하다’ 12%, ‘적합하지 않다’ 78%, ‘잘 모름’ 10%로 조사됐으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적합하다’ 27%, ‘적합하지 않다’ 63%, ‘잘 모름’ 10%로 나타났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적합하다’ 15%, ‘적합하지 않다’ 75%, ‘잘 모름’ 10%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