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인터뷰] “나는 범죄자가 아니다”…JMS 다룬《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 울분

2024-08-19     김경수 기자

정명석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의 성폭력 범죄 등을 폭로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것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논란은 지난 14일 서울 마포경찰서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조 PD를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찰은 조 PD가 《나는 신이다》를 ‘공익’보단 ‘영리’ 목적으로 제작하면서 JMS 신도들의 나체 영상을 당사자 동의 없이 배포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를 두고 JMS 피해자 측은 “경찰이 JMS를 비호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 PD는 “신도들의 얼굴을 가리는 등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도록 했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해당 영상을 넣었다”며 “경찰의 송치 결정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시사저널이 그를 만나 구체적인 얘기를 들어봤다.

19일 오후 광주광역시 북구의 한 카페에서 조성현 PD가 최근 검찰에 송치된 사건을 두고 입장을 전달하고 있다. ⓒ시사저널 김경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현재 심경은.

“‘조성현 PD 검찰 송치’라는 제목의 기사가 60건이 넘는다. 경찰의 말을 그대로 인용해 마치 나를 조주빈이나 조두순 같은 파렴치한 성범죄자로 묘사한 기사도 눈에 보였다. 경찰을 지지하는 JMS 신도들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재미있는 현상이다. 시사교양 PD로 살면서 소송과 악성 댓글은 일상과도 같지만, 이번 일은 마음이 착잡하고, 괴롭다.”

경찰의 판단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경찰은 여신도들의 나체 영상을 내보내는 것은 범죄라는 입장을 밝혔다. 시간을 되돌려보자. 《나는 신이다》 상영 전 JMS 측은 ‘방송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물론 기각됐다.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 합의부 판사 3명은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한 끝에 상영을 허가했다. 공익성도 인정했다. 경찰의 판단은 어떠한가. 마포경찰서 수사관들이 법원의 판단이 틀렸다고 지적하는 꼴이 됐다. 재판부의 판단을 경찰이 뒤엎은 것이다. 100번 생각해도 (경찰의 판단이) 이해되지 않는다.”

경찰이 왜 이런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하는가.

“경찰은 한 매체에 ‘공익과 비교했을 때 침해 당하는 사익이 크다’고 명시했다. 묻고 싶다, 정명석이 30년간 성범죄를 저지르는 동안 왜 제대로 수사하지 못했는지, 출소 후에도 정명석이 전자발찌를 차고서도 메이플을 비롯해 수많은 여성 피해자가 나오는 동안 경찰은 왜 범죄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했는지 말이다. 결국 경찰이 추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 셈이다. 이러한 경찰이 ‘N번방’ 조주빈의 성착취물과 《나는 신이다》를 동급으로 본다. 조주빈과 나를 같은 성범죄자로 판단하고 있다. 다시 말한다. 내가 만든 다큐는 성착취물이 아니다. 그렇게 평가하는 경찰이야말로 지금까지 무엇을 했는지 생각하길 바란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포스터 ⓒ넷플릭스 제공

JMS와 경찰의 관계를 의심스럽게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데.

“취재를 하면서 의심스러운 정황이 나오고 있다. 취재하는데 경찰이 매번 등장한다. JMS를 취재하는건지, 경찰을 취재하는 건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취재 도중 JMS 현직 경찰 리스트인 일명 ‘사사부’ 리스트도 확보했다. 정명석의 범죄와 증거 인멸을 도운 경찰 신도들이 눈에 보였다. 공권력을 이용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정명석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일을 했는지도 확인했다. 정명석과 함께 찍은 기념 사진도 갖고 있는데,  이 중에는 경찰대 출신의 간부도 있었다. 의심스럽다.”

종교, 특히 사이비 종교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왜 이 일을 시작했는지.

“시사교양물을 제작하는 이유는 힘없고, 억울한 누군가를 대신할 수 있어서다. 세상이 좋게 변하는 걸 목격할 수 있다. 이러한 목소리가 커질수록 내 소중한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욱 따뜻해질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나는 신이다》를 제작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본인 삶의 이익을 포기하면서 30년을 JMS와 싸워온 김도형 교수, 피해자인 메이플(홍콩 국적)의 결단과 희생이 나를 움직였다. 긍정적인 방향을 이끌었다. 《나는 신이다》 이후 JMS는 절반의 신도가 탈퇴했다. 정명석은 구속돼 추가 성범죄를 저지를 수 없다. 대한민국 사회는 사이비 종교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하고 싶은 말이 많다. 남기고 싶은 말은.

“우리 부부의 대화를 엿들은 아이가 내게 다가와 ‘아빠 감옥 가?’라고 물었다. 눈물이 쏟아지려는 걸 애써 참고 아이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빠는 절대 감옥 안 가니 걱정 안 해도 돼. 아빠가 이길 수 있어’라고 답했다. 2022년 초, 메이플이 《나는 신이다》 촬영을 위해 한국을 오기 전, 메이플의 아버지와 약속을 했다. 메이플을 안전하게 잘 돌려보내겠다고. 중간에 절대 포기 하지 않겠다고. 경찰은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장, 건강한 사회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 ‘성폭력특별법 제1조’를 다시 봤으면 한다. 《나는 신이다》를 통해 공익성을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까지 받은 다큐가 성착취 동영상 취급을 받아도 되는지 묻고 싶다.  아직 상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추가로 취재한 부분의 공개도 준비하고 있다. 머지 않아 누가 무엇을 감추고 싶었는지 이 사회가 모두 목격할 것이다. 내 아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나는 끝까지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