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1등 ‘무더기 당첨’으로 확산된 조작설…사실은 이렇다? [Q&A]

복권위 “1등 63명 당첨, 가능한 확률…‘미선택’ 번호조합 37개 뿐” 로또 게임 매주 1억 건씩 판매…수동구매 증가로 ‘선호 조합’ 나와 고물가 시대에 “당첨금 상향” “당첨 확률 낮춰야” 목소리도

2024-08-09     강윤서 기자
서울 종로구의 한 로또 판매점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814만5060분의 1.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이다. 로또를 처음 산 사람이든 20년 동안 사온 사람이든 확률은 똑같다. 지난 7월13일 무려 63명이 이 행운의 주인공이 됐다. 로또복권 추첨에서 역대 최다 기록이다. 1등 당첨금은 4억1993만원, 세금을 제외하면 3억원 수준에 그쳤다. 무더기 1등 당첨에 ‘로또 조작설’이 곧바로 구설수에 올랐다. 해당 회차 이후 1등 당첨자는 다시 11명에서 12명, 17명으로 평균값에 가까워졌지만 의혹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에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는 “매주 1억 건의 로또 게임이 판매되는 시대에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확률”이라고 해명했다. 로또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알아보자.

 

Q. 확률보다 많은 1등 당첨자, 가능한가?

A. 1등 당첨자 63명, 확률적으로 신기한 결과다. 로또 1등에 당첨되려면 45개 숫자 중 6개가 일치해야 한다. 한 로또 게임에서 가능한 번호조합은 총 814만5060개다. 그 중 1개의 번호조합이 당첨될 확률과 해당 회차에서 1억1000만 건 가량의 로또가 판매된 점을 고려해 단순 계산해보자. 확률적으로 1등 당첨자는 13명이 된다. 이를 배로 뛰어넘는 당첨자 수는 이례적인 결과다.

그러나 불가능한 확률은 아니다. 복권위 관계자는 “굳이 따지면 15년에 한 번 나올만한 확률로 미리 발생할 수도, 두 번 연속 발생할 수도 있는 ‘빈도’의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는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번호조합을 선택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즉 사람들이 선호하는 특정 조합이 있다는 뜻이다.

가령 해당 회차의 1등 당첨 번호는 ‘1, 5, 8, 16, 28, 33’이다. 이 조합을 선택한 사람은 63명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이 선택한 ‘선호도가 높은 조합’인 셈이다. 실제로 이 조합은 전체 조합 814만여 개 중 1만138번째로 많이 선택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처럼 서로 다른 63명이 똑같이 선택한 조합이 꽤 많았다는 것이다. 무려 313개였다. 따라서 313개 조합 중 아무 조합 하나라도 1등에 당첨되면 당첨자 63명이 무더기로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63명의 당첨자가 나올 확률은 2만6023분의 1로, 로또 1등 당첨 확률보다 커진다.

 

Q. 특정 선호 조합이 무더기로 나오는 이유는?

A. 그렇다면 왜 특정 번호조합이 무더기로 나올까. 복권위는 로또 판매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첨확률보다 더 높은 게임 수가 팔리면서 상대적으로 당첨자 수도 늘어났다는 것이다.

최근 로또는 매회 평균 1억 건 이상씩 판매되고 있다. 이는 로또 도입 초기인 1~10회차 평균 판매량인 200만 건의 50배 늘어난 수치다. 복귄위 관계자는 “구매자가 살 수 있는 번호조합은 814만개뿐이지만 이들이 사는 게임 수는 매주 1억 건이 넘는다”며 “가령 예전에는 100명만 사던 (특정) 조합을 지금은 1000명이 구매한다면, 그 조합이 당첨됐을 때 당첨자 수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로또 판매량은 주로 GDP 증가율 혹은 소득 수준에 비례해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수는 ‘수동 구매’다. 자동과 달리 수동 구매를 할 때 사람들이 무의식중에 선호하는 번호를 고른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복권위는 지난해 7월 조작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 통계연구소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에 관련 검증을 각각 의뢰했다.

서울대 연구소의 분석 결과, 전체 로또 구매량이 증가함에 따라 총 구매량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는 수동 구매량도 늘어나 다수 당첨 발생 가능성이 커졌다. 수동 구매가 증가하면서 특정 번호에 대한 쏠림 현상이 생긴 것이다. 실제로 지난 1등 당첨자 63명 중 수동이 52명, 자동이 11명이었다. 또 2002~23년 당첨번호를 분석한 결과, 추첨의 동등성도 검증됐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다수 당첨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서울대 연구소가 631회(2015년)~1059회차(2023년) 총 429회차에서 20회 이상 구매된 번호조합과 화차별 구매 방식을 분석한 결과, 1등에 다수가 당첨된 번호조합이 발생할 이상치 확률은 1등 24~31%, 2등은 2.53~5.18% 수준이었다. 이에 “회차별로 전체 구매 횟수, 수동 구매 횟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경향에 따라 과거 1등 50게임 당첨, 2등 664게임 당첨의 경우처럼 앞으로도 많은 당첨 게임 수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30일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로또·연금복권·경마·경륜 등의 복권을 구매한 가구는 221만2000가구로 조사 대상 가구(2183만4000가구) 중 10.1%를 차지했다. ⓒ 시사저널 박은숙

Q. 왜 당첨금 이월 사례가 사라졌나.

A. “로또 인생역전은 옛말이다.” 현재까지 최고 1등 당첨금은 2003년 4월에 발생한 407억원이다. 직전 회차에서 1등 당첨자가 나오지 않아 해당 금액이 이월되면서 그야말로 ‘인생역전’ 수준의 금액이 나왔다. 최근에는 이월 사례가 사라지면서 의혹이 증폭된 분위기다.

로또 1, 2, 3등의 당첨금은 해당 회차 총 판매액에 따라 결정된다. 각 등위별로는 로또 금액을 당첨자 수로 나눠 지급된다. 1등 당첨자가 없는 경우 해당 금액은 이월되고 다음 회차 1등 상금에 합산된다. 이러한 연속 이월은 2회로 제한된다. 

복권위는 로또 판매량이 급증하면서 이월 가능성도 줄었다고 했다. 가령 1등 당첨자가 63명이던 회차에서 아무도 선택하지 않은 조합은 37개뿐이었다. 복권위 관계자는 “만약 미선택 조합 37개 중 1등 당첨 조합이 나왔다면 다음 회차로 이월됐을 것”이라며 “그(이월될) 확률은 22만137분의 1로, 4233년 만에 한 번 일어날 확률”이라고 했다.

 

Q. 로또 추첨방송은 생방송이 아니다?

A. 추첨 방송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녹화방송이라 조작이 가능하다”, “공개방송으로 진행하라”, “로또 판매 마감시간과 추첨시간을 똑같게 하라” 등의 반응이 나온다.

우선 ‘로또 6/45’의 추첨방송은 매주 토요일 오후 8시35분경 MBC방송국 스튜디오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방송에는 복권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과 MBC의 추첨방송 담당자, 경찰관, 방청객들이 참관한다. 녹화방송은 아니다. 다만 복권 판매 마감시간인 오후 8시에 바로 추첨하는 게 아닌 약 35분 뒤에 추첨을 진행한다. 복권위에 따르면 판매가 마감되는 즉시 복권 판매량을 확인하고, 각 게임의 데이터가 제대로 입력됐는지 등 작업을 거치면서 시간차가 발생한다.

추첨 과정은 7단계를 거친다. 각 단계는 ▲추첨 당일 추첨기와 볼세트를 보관장소에서 추첨방송 스튜디오로 이동 및 배치 ▲봉인된 케이스에 보관된 추첨볼 점검 및 방청객 중 1인 볼세트 선정 ▲추첨용 볼세트를 추첨기에 넣어 테스트 ▲방송 리허설(추첨 볼세트로 모의추첨 실시) ▲추첨볼 배열(방청객 중 한 명이 눈을 가리고 추첨기 안 공을 임의의 순서대로 배열) ▲추첨개시 및 추첨방송 실시(볼과 볼 사이 추첨간격은 평균 4~5초) ▲당첨결과 공지 등으로 이뤄진다.

복권위는 지난해 6월 끊이지 않는 조작 의혹에 사상 첫 ‘대국민 로또 추첨 공개방송’을 시행하기도 했다. 매주 추첨방송에는 약 15명의 일반인만 방청했지만 당시 공개방송에는 150명이 참석했다.

MBC 생방송 행복드림 로또 6/45 ⓒMBC 홈페이지

Q. 기계와 티켓 조작 가능한가

A. ‘시스템 조작설’도 오랜 기간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음모론은 ①내부 관계자가 시스템 조작을 통해 낙첨 티켓을 당첨 티켓으로 변경 ②실물 티켓 위·변조 ③외부 비인가자가 복권시스템에 불법 침입 ④추첨기와 추첨볼 조작해 번호 선정 등이 있다.

이와 관련 연구 의뢰를 받은 TTA는 각 의혹에 “조작이 불가능하며 로또복권의 신뢰성을 저해할 만한 위험 요소가 없음을 확인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의혹 ①에 대해 “서버·네트워크·DB 접근 제어 등을 통해 비인가 사용자는 복권시스템에 접근할 수 없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접근해 낙첨 티켓을 당첨으로 변경하더라도 CBC-MAC 확인 단계에서 변조된 티켓은 원본과 불일치해 지급이 거절된다”고 했다. 의혹 ②는 “티켓에 인쇄된 티켓인증 코드는 중복되지 않은 난수로 생성, 해쉬값으로 저장돼 위·변조 시 탐지된다”며 “바코드가 위조돼도 해당 정보가 시스템에서 조회되지 않아 지급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외부 불법 침입 및 추첨기·추첨볼 조작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망과 각 망을 방화벽으로 통제, 서버 접근제어 솔류션을 활용하고 있다”, “이중 잠금장치 설치, 무작위로 추출되는 방식이다” 등을 이유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Q. ‘당첨금 상향’ 혹은 ‘당첨 확률 축소’ 계획은?

A. 최근 1등에 당첨되는 사람은 평균 11명, 1인당 평균 당첨금은 2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한 게임당 2000원이던 시절인 2004년 1월 기준 로또 1등 평균 당첨금 35억3000만원에 비해 줄어든 금액이다. 이에 지금의 고물가 시대에서 당첨금이 더 이상 ‘로또’가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대 연구소는 향후 1·2등 다수 당첨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따라서 번호조합 경우의 수를 높여 당첨 확률을 낮춰야 한다고 제언했다. 예를 들어 현행 1~45개에서 6개의 번호를 고르는 방식을 1~70에서 6개의 번호를 선택하는 것으로 바꾸는 방법이 있다. 이럴 경우 1등 당첨 확률은 1억3111만5985분의 1로, 지금보다 약 16배 낮아진다.

일각에선 주택 가격 상승에 맞춰 로또 당첨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와 관련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의견을 수렴할 이슈이긴 하다”며 “공청회를 하든지 어떤 방식이든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전했다.

다만 지나친 복권 소비가 사행성 조장, 근로의욕 감퇴 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조심스러운 기류가 강하다. 특히 당첨금을 상향하려면 결국 로또 판매가격도 올려야 한다. 정부가 로또 발행 초기 게임 당 2000원이던 판매가격을 2004년 8월부터 1000원으로 낮춘 것도 사행성 논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