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선천성 질환 미리 알고 대비해야 [따듯한 동물사전]
인위적인 선택적 교배로 인해 품종마다 공통된 선천성 질환 발현 가능성 높아
많은 사람은 성견에 비해 어린 자견의 건강이 더 취약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자견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체적인 성장을 충분히 이루지 못해 아직 작고 미성숙하기 때문이다.
물론 신체의 각 장기와 조직이 충분히 성장하지 않은 탓에 외부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고, 외부 병원체를 이겨내는 데서 성견에 비해 취약할 수 있다. 그럼에도 신체 조직과 장기들이 매우 젊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건강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건강하게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일부 동물은 태어날 때부터 구조적 또는 기능적 결함을 갖고 있다. 이를 ‘선천성 질환’이라고 한다.
반려견의 선천성 질환은 특정 품종과 연관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는 대부분 반려견이 교미를 통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인위적으로 특정 외모나 기질을 강화하기 위해 선택적으로 교배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에서 질병과 관련된 열성 유전자 또한 강화돼 품종마다 공통된 선천성 질환이 발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온몸에 검은 점이 있는 점박이로 유명한 달마시안의 경우 다른 개와 달리 태어날 때 선천성 청력 상실이 나타난다. 연구에 따르면, 달마시안의 약 10% 이상에서 청력 상실이 나타난다. 구체적으로 양쪽 귀에서 모두 청력 상실이 나타나는 경우는 15%, 한쪽 귀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22% 정도다. 매우 높은 빈도로 나타나는 것이다.
말티즈, 심장질환…셰퍼드, 고관절 이형성증
작고 앙증맞은 외모를 가진 치와와는 유전적으로 수두증이 호발한다. 수두증의 경우 뇌척수액이 뇌실 내에 과도하게 축적돼 뇌실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되는 질환을 말한다. 뇌실의 압력이 증가하면 신경이 압박되면서 여러 신경 증상을 유발하는데, 균형을 잡지 못하고 비틀거리거나 눈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고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안진을 보이기도 한다.
주둥이가 짧고, 얼굴이 납작한 불독과 퍼그, 시추 등 단두종은 이런 구조적인 특성으로 호흡기 문제가 자주 나타난다. 공기를 들이마시는 코의 구조가 비정상적으로 좁아져 ‘드르렁 드르렁’ 코를 고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기관지 연골의 문제로 기도가 좁아져 간헐적으로 거위 울음소리처럼 꺽꺽 소리를 내는 기관지 협착이 나타나기도 한다.
국내에서 많이 기르는 포메라니안, 말티즈 등 소형견에서는 PDA라는 선천성 심장질환이 종종 보인다. ‘동맥관 개존증’이라 불리는 PDA는 갓 태어난 개의 심장에 존재하던 동맥관이 출생 후에도 닫히지 않아 폐 혈관에 과도한 혈액이 유입돼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 이런 증상이 악화되기 전에 동맥관을 닫아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골든 리트리버와 저먼 셰퍼드 같은 대형견에서는 고관절 이형성증이 나타난다. 이는 유전적인 소인뿐 아니라 빠르게 성장하고 체중이 비교적 많이 나가는 대형견의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생후 6개월 이전에는 증상이 미미하거나 거의 보이지 않는다. 1년령 전후에 증상이 서서히 악화돼 비정상적인 보행과 통증으로 인한 운동 상실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