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 문자 패싱 논란에도 ‘한동훈 대세론’ 더 커진 3대 이유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韓, 尹과의 차별화·이재명 이길 적임자로 당심 잡아…경쟁자들의 전략 실패도 원인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가 점입가경 양상이다. 한동훈 후보를 비롯해 4명의 후보가 당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할 때만 하더라도 이렇게 치열하게 진행될 것이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갈등 구도는 그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친윤(親윤석열) 대 비윤, 또는 친윤 대 친한(親한동훈) 대결 정도로 예상됐다.
그런데 갈등의 차원이 예상을 넘어섰다. 선거 초반 변수는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법 제3자 추천 발의 제안 정도였다. 이에 대해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후보는 윤 대통령을 야당의 꼼수대로 탄핵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악수(惡手)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선거 판세를 바꿀 스모킹건이 되지 못했다.
이후 불거진 이슈가 윤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의 ‘사과’ 문자 논란이었다. 명품백을 받아 논란이 되었던 김 여사가 총선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1월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후보에게 대국민 사과를 상의하는 5개의 문자를 보냈던 일이다. 한 후보가 총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었음에도 영부인의 문자를 ‘읽씹’(읽고 무시)해 선거 패배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공방전이 벌어졌다.
여기에 한 가지 돌발 변수가 더 등장했다. 바로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이 제기한 한동훈 법무장관 시절의 ‘여론조성팀 운영’이다. 장 전 최고위원은 한 방송에 출연해 “댓글을 달고 하는 그런 팀이 아니라 다양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우호적인 게시글을 만들어서 여론을 조성한다”고 폭로했다. 그는 “한동훈 당시 장관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콘텐트 등을 유튜브 소스로 만들어서 여러 유튜버나 스피커들, 방송에 나오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 전달하고 유포하고 이래서 긍정적인 이미지와 여론을 조성하는 팀”이라는 설명도 했다.
하지만 이 주장에 대해 한 후보는 “자발적으로 지지자들이 댓글을 단 게 잘못인가”라며 “돈을 주고 고용했다든가 팀을 운영했다든가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댓글 조작이 불법이라며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할 정도로 파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심지어 민주당은 여당 내부에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배경이 의심스럽다며 ‘한동훈 특검’을 주장하고 나섰다.
韓 45% 〉 羅+元+尹 30%…더 벌어진 격차
주목할 포인트는 당대표 후보자 토론과 합동연설회에서 일방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한 후보의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기조는 여전히 깨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7월9~11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국민의힘 당대표는 누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보는지’ 물어본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한 후보가 57%로 가장 높았다. 같은 조사기관에서 6월25~27일 실시한 조사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2%포인트 더 올라갔다(그림①). 국민의힘 지지층과 무당층을 합한 결과에서 한 후보 대 나머지 3명의 후보는 45% 대 30%로 나왔다. 6월 조사에서는 38% 대 34%였으니 숱한 논란에도 한 후보의 지지율은 더 견고해진 셈이다. 특히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대구·경북 지역 6월과 7월 조사에서 한 후보는 각각 33%, 44%로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지사가 만나주지도 않는 ‘패싱’을 당했지만 지역 경쟁력은 더욱 높아졌다.
당심을 정확하게 알기는 어렵지만 지지층 여론만 놓고 보면 ‘어대한’은 더욱 강력해졌다. 합동연설회에서 몸싸움까지 벌어지고 후보자 토론에서 거의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한 후보가 다수의 지지를 받는 ‘팬덤’ 현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 요구’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해 정권을 가져왔지만 지난해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집권여당은 연전연패하고 있다. 총선에서 참패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꾸라졌다. 임기 이후 잠깐을 제외하고 국정 운영 긍정 지지율은 20~30%대로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채 상병 특검법뿐만 아니라 김건희 여사 논란까지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되고 있다. 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는 ‘대통령과 일심동체’를 강조하면서 차별화에 대한 기대감은 사라졌다. 한 후보만 차별화를 시도하는 인물로 평가받고 있어 ‘어대한’이 깨지지 않는 이유가 된다.
두 번째는 ‘이재명을 이길 수도 있는 후보’라는 점이다. 윤석열 국정 리더십 위기론으로 인해 여당은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선을 승리로 이끌 대안이 필요하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이재명과 대중 경쟁력으로 견줄 만한 유일한 인물이 한 후보다. 8월18일 민주당 전당대회는 이재명 전 대표의 ‘일극체제 대관식’ 성격으로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국민의힘에는 위기 국면이 된다.
‘대통령과 일심동체’ 벗어난 유일 후보 평가
그렇다면 빅데이터는 한 후보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7월12~16일 한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한 후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논란’ ‘의혹’ ‘비판하다’ ‘갈등’ ‘우려’ ‘읽씹’ ‘무시하다’ ‘국정농단’ ‘배신’ ‘범죄’ ‘위기’ ‘마타도어’ ‘의혹제기’ ‘지지하다’ ‘합리적’ ‘진심’ ‘진정성’ ‘성공’ 등으로 나왔다(그림②).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를 보면 한 후보가 전면적으로 공격받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게 된다. 그럼에도 ‘어대한’이 깨지지 않는 이유는 당 내부 논란보다도 ‘이재명의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는 경쟁력이다.
마지막으로 친윤 그룹의 공격에도 ‘어대한’이 깨지지 않는 결정적 이유는 ‘경쟁자들의 파괴력 부족’이다. 한 후보가 배신자 프레임, 김 여사 문자 논란, 여론조성팀 등으로 내부 공세에 시달릴 때 원희룡 후보나 나경원 후보는 여론 반전에 실패했다. 그저 토론회와 합동연설회에서 ‘한동훈 대표 불가론’만을 주장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번에는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오피니언라이브 캐치애니(CatchAny)로 7월12~16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를 확인해 보았다. 연관어는 ‘국민의힘’ ‘한동훈’ ‘원희룡’ ‘특검’ ‘민주당’ ‘정치’ ‘여사’ ‘당원’ ‘국민’ ‘나경원’ ‘김건희’ ‘이재명’ ‘국회’ ‘윤석열’ ‘수사’ ‘최고위원’ ‘탄핵’ ‘선관위’ ‘위원장’ ‘지지’ ‘윤상현’ 등으로 나왔다(그림③). 한 후보 이외 다른 후보의 변곡점은 빅데이터 연관어에 잘 보이지 않는다. ‘어대한’이 지속되는 결정적인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