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배신자’ 프레임, 약발이 약하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與 지지층, ‘윤석열-한동훈’ 관계를 ‘보완재’보다는 ‘대체재’로 평가

2024-07-05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민주당 대표 경선은 이재명 전 대표 추대론이 나오는 반면 국민의힘 대표 경선은 한동훈, 원희룡, 나경원, 윤상현 후보가 붙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원희룡 후보를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김기현 대표가 뽑힐 때 ‘윤심의 개입’으로 판을 뒤집은 선례가 있다. 당시 김 후보는 지지율 5%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당선됐다. 이번 7·23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의 경쟁자는 사실상 ‘윤심’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6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당대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세 가지를 살펴보자. 한 후보의 출마선언문과 여당 전당대회 여론 흐름, 최대 이슈인 채 해병 특검에 대한 여론 흐름이 중요하다. 

첫째, 출마선언문 분석. 한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왜 패배했을까?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①윤 대통령과의 어정쩡한 차별화 ②빈약한 콘텐츠 ③‘이·조 심판론’으로 상징되는 남 탓의 정치학 때문이다. 6월23일 출마선언문에는 이에 대한 복기가 반영됐다. 수평적 당정 관계 수립을 전면에 내걸었다. 채 해병 특검의 독자 발의가 대표적이다. 한 후보의 채 해병 특검은 제3자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방식이다. 현재 조희대 대법원장은 윤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다. 민주당으로서는 받을 수 없는 카드다. 그렇지만 특검 찬반 구도에서 ‘특검 지명자의 적절성’으로 프레임은 바뀌게 된다. 빈약한 콘텐츠는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라는 단락에 담겨 있다. 예컨대 “원전과 유전은 우파 에너지, 신재생은 좌파 에너지라는 정치적 도식을 깨부수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다. 정책 콘텐츠와 관련해 실제로 얼마나 잘할지는 두고 볼 문제지만, 최소한 포부를 밝히고 있는 셈이다. ‘남 탓의 정치학’에 대한 복기도 반영되어 있다. 중도·수도권·청년을 강조하고,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다. 

둘째, 국민의힘 대표 후보에 대한 여론의 흐름은 어떨까?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해 여론조사 두 개를 살펴보자. 뉴시스·에이스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한동훈 59%, 원희룡 16%, 나경원 13%, 윤상현 6%, 모르겠다 7%였다. 한국갤럽 조사는 한동훈 55%, 원희룡 19%, 나경원 14%, 윤상현 3%, 모르겠다 9%였다. 에이스리서치는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였고, 한국갤럽은 전화면접조사였다.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국면이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핵심 보수층일수록 한동훈 지지 강도 높아

한 후보의 지지층은 누구인가? ‘배신의 정치’ 프레임으로 공격하는 용산 대통령실의 뜻은 작동하게 될 것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갤럽 조사를 좀 더 상세히 살펴보자. 

[표①]은 한국갤럽 조사다. 6월25~27일 실시된 조사다. 여당 지지층에 국한한 한 후보 지지율은 55%다. 나머지 세 명의 후보를 다 합친 지지율은 36%다. 세 명 후보를 다 합친 것보다 약 1.5배 더 높다. 한 후보의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서울 30%, 대구·경북(TK) 33%, 부산·울산·경남 32%다. TK에서 가장 높다는 점이 눈에 띈다. 연령대를 보면, 20대는 16%다. 60대는 34%다. 70대 이상은 47%다. 70대 이상에서 보수 지지층이 가장 강한 것을 고려하면 ‘보수층일수록’ 한동훈 후보 지지율이 높다. 이념별로 보면 보수는 42%, 중도는 26%를 지지한다. 정리해 보자. 한 후보 지지율은 ‘여당 지지층’에서 가장 높고, 지역에서는 TK, 연령은 70대 이상, 이념 성향은 보수층에서 상대적으로 높다. 즉, 한 후보는 ‘핵심 보수층’에서 지지를 받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과 다른 후보들이 ‘배신자’ 프레임으로 공격해도 지지가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큰 이유다.

셋째, 경선 초기 최대 이슈인 ‘채 해병 특검’에 대한 여론을 살펴보자. [표②]는 채 해병 특검에 대한 한국갤럽 조사다. 유의할 것은 한국갤럽 조사는 ‘한동훈표 특검’을 묻거나 ‘민주당표 특검’에 대해 물은 것은 아니다. 원론적인 의미에서 채 해병 특검을 물은 조사다. 

특검 찬성에 대한 전체 여론은 63%다. 찬성 여론을 중심으로 지역을 살펴보면, 서울 61%, TK 50%, 부·울·경도 58%다. 모든 지역에서 찬성이 더 높다. 상대적으로 보수 성향이 있는 18~29세는 66%로 압도적이다. 60대 조사도 흥미롭다. 특검 찬성 49%, 특검 반대 40%다. 60대에서도 특검 찬성이 9%포인트 더 높다. 70대 이상은 특검 찬성 30%, 특검 반대 47%다. 특검 반대 여론이 더 높은 유일한 연령대다. 보수는 43%, 중도는 75%가 찬성하고 있다. 여당 지지층은 34% 찬성, 53% 반대다. 

 

보수의 지지 받는 중도 확장 정치인 등장할까

논의를 정리해 보자. 첫째, 한 후보의 출마선언문을 보면 총선의 패배 원인을 복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채 해병 특검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고, 중도 지향적 행보를 하고 있다. 우상호 전 의원이 재밌는 논평을 했다. 처음에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으로 생각했는데, 출마선언문을 보니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위협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를테면 ‘한나땡’은 가고, ‘한대위’(한동훈 대표 되면 위협적)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둘째, 배신자 프레임은 효과가 있을까? 배신자 프레임은 효과가 없을 가능성이 높다. 한 후보 지지층은 ‘핵심 보수층’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왜 한 후보를 지지할까? 그 이유는 핵심 보수층이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 보수층은 윤 대통령에게 실망하고, 그 대안으로 한 후보를 생각하고 있다. 핵심 보수층에 윤 대통령과 한 후보의 관계는 ‘보완재’이기도 하지만, ‘대체재’ 성격이 더 강하다. 

셋째, 채 해병 특검은 TK, 부·울·경 지역과 20대와 60대에서도 찬성이 더 높다. 채 해병 특검 찬반 프레임에 갇혀 있으면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다. 프레임 전환을 주장하는 한 후보의 주장이 보수 쪽에서도 먹힐 가능성이 크다.

종합해 보자. 현재 한 후보의 지지층은 ‘핵심 보수층’이다. 중도층의 지지는 아직 취약한 편이다. 그러나 한 후보의 메시지와 방향은 ‘중도 지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이재명 대표를 기소했던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이 못해도 윤 대통령이 더 못하기 때문에 괜찮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한나땡’은 갔다. 한대위(한동훈 대표 되면 위협적)가 올 것인가? 지켜볼 문제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