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스타들의 일탈, 도를 넘었다

여자친구 낙태시키고 유부남 코치와 불륜설, 후배 성추행 주장까지 선수 사생활, 커뮤니티나 SNS 통해 어디서든 공개될 수 있어

2024-07-07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최근 스포츠계는 많이 어수선하다. 시작은 골프선수 출신 박세리였다. 박세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박세리희망재단은 박세리의 아버지 박준철씨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딸이 아버지를 법 심판대에 세운 셈이다. 박씨는 투자계약을 위해 재단의 법인 도장을 몰래 제작해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세리 아버지 다음은 축구선수 손흥민(EPL 토트넘 홋스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다. 손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는 최근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도중 손 감독은 욕설을, 코치들은 아이들에게 체벌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박세리나 손흥민이나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왼쪽부터)프로농구 KCC 소속의 허웅, 피겨스케이팅 선수 이해인,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의 나균안 ⓒ연합뉴스

허웅·이해인·나균안 등 톱스타들에 ‘충격’

비단 부모들만이 아니다. 일부 현역 선수도 최근 불미스러운 행동 탓에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2023~24 시즌 프로농구 챔피언십 최우수선수(MVP)이자 허재 전 농구 국가대표 감독의 첫째 아들인 허웅(KCC)은 오프 시즌 동안 농구판을 다시 한번 뒤흔들고 있다. 허웅은 “사생활 폭로를 빌미로 3억원을 요구받았다”며 전 여자친구를 경찰에 고소했다. 공갈미수, 협박,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내세웠다. 

고소 과정에서 전 여자친구가 두 차례나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게 드러났다. 허웅 측은 “결혼하려고 했다”고 항변했으나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비도덕적인 ‘책임감 없는 남자’로 낙인찍힌 모양새다. 허웅은 동생 허훈(KT)과 함께 프로농구의 인기를 견인하는 슈퍼스타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 투표에서도 최다 득표를 했다.

사상 첫 국외 전지훈련을 갔던 피겨스케이팅에서는 음주가 문제가 됐다. 여자싱글 간판 이해인이 다른 톱 클래스 선수 A와 숙소에서 술을 마신 것.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을 갖고 진행한 전지훈련이었기 때문에 명백한 규율 위반이다. 더 큰 문제는 조사 과정에서 터졌다. 이해인이 미성년자인 남자 후배 선수 B를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주장이 나왔다. 빙상경기연맹은 6월20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이해인에게 음주 및 후배 성추행을 이유로 국가대표 3년 자격정지의 중징계를 내렸다. 아마추어 스포츠에서 3년 자격정지는 현역 은퇴나 다름없다. 

이해인은 이후 실명까지 드러내면서 “B와 나는 연인 사이로 연인끼리의 가벼운 스킨십이었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반나절 만에 B가 “작년에 사귄 것은 맞으나 다시 만나는 것은 고민 중이었다. 지금 정신적 충격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고 법무법인을 통해 밝혔다. B의 부모가 강하게 반발하는 가운데 진실 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워크에식(직업의식)에 반하는 행위가 있었다. 롯데 자이언츠 우완 투수 나균안이 선발 등판 당일(6월25일) 새벽까지 술자리에 있었던 게 밝혀졌다. 물론 이날 등판 결과(1⅔이닝 8실점) 또한 최악이었다. 전후 사정을 아는 팬들은 그가 마운드를 내려올 때 야유를 퍼부었다. 롯데는 품위 손상을 이유로 나균안에게 30경기 출장정지의 자체 징계를 내렸다. 나균안은 시즌 전부터 개인 가정사 때문에 입길에 올랐던 터라 팬들에게 단단히 미운털이 박혔다.

이 밖에도 여자골프(KLPGA)에서는 사제지간 불륜설이 터져 나왔고, 프로축구 FC서울의 황현수는 음주운전이 적발돼 계약이 해지됐다. 황현수는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 채 구단 훈련에 참가하고 출전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경기장 안이 아닌 경기장 밖이 더 소란스러운 지난 6월이었다.

 

“새벽에 술값 대신 내달란 선수 전화도”

과거보다 스포츠 선수의 일탈, 비위 행위가 더 잘 주목받는 이유는 비밀이 없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굳이 언론사에 제보하지 않아도 선수 사생활을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폭로할 수 있다. 디지털이 아닌 아날로그 사회 때도 스포츠 사건·사고는 꽤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합의하고 언론보도 등을 무마했다. 심각한 사회적 중범죄가 아닌 이상 경기장 밖 선수 개인사 등에 대해서는 언론이 관대한 면도 있었다. 한 프로구단 관계자는 “새벽 4시에 술값을 대신 내달라고 선수로부터 전화가 오기도 했고, 선수가 몸싸움을 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서로 달려간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들어서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대나무숲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는 시대다. 앞서 언급했듯 대나무숲은 온라인 커뮤니티일 수도, 개인 SNS일 수도, 가십거리 넘쳐나는 유튜브 채널일 수도 있다. 나균안의 새벽 술자리는 그를 알아본 한 팬이 사진을 찍어 야구 커뮤니티에 올린 것이 도화선이 됐다. 시간까지 정확하게 찍혀 있어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개인사 폭로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다가 역풍을 맞기도 한다. 허웅의 경우 한 매체에서 취재에 들어가자 미리 전 여자친구 고소를 ‘공표’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허웅의 이미지는 상당히 실추됐다. 휴대폰 하나면 얼마든지 사진을 찍을 수 있고, 개인 메시지 캡처도 가능하며, 이를 곧바로 커뮤니티에 올릴 수 있는 현실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선수들은 사생활을 보호받지 못한다고 토로한다. 지켜보는 눈이 많아서 공개된 장소에서 술을 마실 수도, 여느 청춘들처럼 편안하게 연애를 할 수도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팬들의 눈을 피해 더욱 음지로 향하게 되고, 일이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기도 한다. 구단이나 연맹 등의 징계가 두려워 사건·사고를 감추기에 급급하다가 일이 더 커질 때도 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이미지 훼손 등을 이유로 협박받는 일까지 생긴다. 선수들의 입지가 커지면서 구단이 선수 사생활을 일일이 관리하기 어려워진 점도 있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스포츠 스타들의 스캔들 기사는 많은 클릭 수를 부르기 때문에 미디어 매체가 과하게 확대 재생산하는 면도 없지 않다. 

프로 선수의 ‘이름값’에는 책임이 따른다. 더 많이 알려진 선수일수록 더 무거운 짐을 떠안게 된다. 하지만 대중에게 널리 인정받은 그 이름값 때문에 많은 연봉을 보장받는 것도 사실이다.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고, 지푸라기라도 조심히 밟아야 하는 이유다. 스타는 어린 팬들이 우상으로 삼아 우러러보는 존재라는 점도 기억해야만 한다. 일탈은 한순간이고, 후회는 한평생일 수 있다는 것을 구단이나 에이전트가 매 순간 각인시켜줘야 할 것 같다. 명예는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