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게 해주겠다” 치킨집 갑질 대구 공무원에 공분…홍준표 답변은

고의로 맥주 쏟고 업주에 폭언한 대구 중구청 공무원들 ‘감사’ 시청·중구청 항의글 봇물…홍 시장 “구청장이 적절 처분할 것”

2024-06-20     이혜영 기자
대구 중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6월7일 한 치킨집에서 가게 바닥에 맥주를 쏟은 뒤 사장 부부를 향해 "망하게 해주겠다"며 갑질·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이 일고 있다. ⓒ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대구 중구청 소속 공무원의 치킨집 갑질을 둘러싼 공분이 확산하고 있다. 중구청은 물론 대구시청에도 이번 사건에 연루된 공무원 4명의 중징계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홍준표 시장은 "추태" 지적에 구청 차원에서 적절한 처분이 이뤄질 것이란 입장을 냈다. 

20일 대구시와 대구 중구청 홈페이지에는 공무원들의 치킨집 갑질 사건과 관련해 엄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성토가 줄잇고 있다. 

갑질 당사자가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자 중구청 민원게시판에는 지난 17일 이후 600개 넘는 게시물이 올라 왔다. 해당 공무원들에 대한 '파면' 또는 '해임'을 요구하는 민원이 빗발치는 상황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운영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도 기강해이와 중징계를 질타하는 글이 게시됐다. 

한 네티즌은 "구의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라 해도 대구시의 이미지를 실추시킨 큰 죄과임이 분명해 보인다"며 홍 시장에 엄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홍 시장은 직접 댓글을 달고 "중구청장이 적절한 처분을 할 것"이라고 짧은 입장을 표명했다. 

이번 논란은 지난 13일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게시물을 기점으로 촉발됐다. 대구 중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지난 7일 40~50대로 보이는 남성 4명이 치킨과 술을 주문했는데, 일행 중 한 남성이 테이블 바닥에 맥주를 쏟았고 이를 수습한 A씨 부부를 향해 폭언을 쏟았다고 주장했다. 

A씨가 공개한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성 4명 중 한 명이 의도적으로 바닥에 맥주를 쏟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A씨의 아내는 이를 확인한 후 몸을 숙인 채 바닥에 쏟아진 맥주를 수건으로 닦아 냈다. 이 과정에서 A씨 아내는 "물을 흘리셨나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후 일행은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빠져나갔는데, 얼마 후 일행 중 1명이 다시 가게로 들어와 "바닥 치우는 게 뭐 그리 대수냐"고 소리를 지른 뒤 자신이 구청 직원임을 언급하며 "망하게 해주겠다"는 폭언을 했다는 게 A씨 측 주장이다. 

해당 영상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확산했고, 일행 4명이 실제로 모두 대구 중구청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공분이 커졌다. 

대구 중구청 공무원 갑질 논란에 대해 류규하 중구청장이 공식 사과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 대구 중구청 제공

대구 중구청은 지난 18일 이번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을 게시했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사과문을 통해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것은 구청의 중요한 업무임에도 불미스러운 일을 초래한 것에 대해 전 직원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모든 행정적 조치를 취한 뒤 공직 기강 확립을 위한 대책 마련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중구청은 조사 공정성을 위해 대구시에 감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시는 감사 협조 요청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구청은 4명에 대한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경위서를 제출 받았다. 해당 공무원들은 사장에게 직접 사과를 전했지만 업체 사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구청 측은 "경위서를 바탕으로 대면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결과에 따라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