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시간 고강도 운동은 심장 건강을 망친다 [오윤환의 느낌표 건강]
일주일 5시간 이내로 중강도 운동이 적당
운동은 건강에 이롭다. 2022년 미국심장협회지(Circulation)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기존 권고안(중강도 주 150~300분, 고강도 주 75~150분)의 2배까지는 확실히 사망률을 낮춰주는 이득이 있다. 4배까지 하더라도 해가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동도 약과 마찬가지라서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지나치게 심한 운동은 심장에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이를 ‘운동 유발 심장 리모델링’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들이 있는데 한 연구에서는 장기간 지구력 운동을 한 선수의 11%에서 병적인 수준의 우심실 비대가 관찰되었다. 또한 지구력 운동선수들의 좌심실 이완 기능이 일반인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심장 리모델링의 대표적인 소견으로는 좌심실 비대, 심방 확장 등이 있다. 장기간의 지구력 운동은 좌심실 기능을 증가시킨다. 이는 운동으로 인한 혈액량 증가와 압력 과부하에 대한 적응 반응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심장이 과도하게 커지면 여러 부작용(심실 충만 장애, 이완기 기능 저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 지나친 심장 크기 증가는 부정맥의 위험 인자가 될 수 있다.
운동은 강력한 스트레스 자극원이 될 수 있는데 과도한 운동은 교감신경계를 지나치게 활성화시켜 신경전달물질(카테콜라민)의 과다 분비를 유발한다. 이는 심근세포 손상과 섬유화를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전신 염증 반응을 유발해 심근 기능 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지나친 운동으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 증가 역시 심장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울트라 마라톤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레이스 직후 심근 단백질(트로포닌 I) 수치가 정상 범위 이상으로 상승한 참가자가 30%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극심한 운동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 심근 손상을 시사하는 소견이라 할 수 있다.
심방세동은 운동선수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부정맥이다. 장기간의 지구력 운동은 심방 크기를 증가시키고 심방 전도 속도를 감소시켜 심방세동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운동 중 과도하게 상승한 교감신경 활성도가 심방세동의 유발 인자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운동량과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J자형 곡선 관계를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지구력 운동선수들의 심방세동 발생률이 일반인보다 29% 높다고 보고된 바 있다.
고령자는 특히 고강도 운동 주의해야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운동이 적절할까? 아직 명확한 기준은 없지만 일본에서 시행된 대규모 역학 연구 결과에 따르면 주당 2.5~5시간의 중강도 운동이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가장 크게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일주일에 5시간 이내의 중강도 운동이 심장 건강에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고령자나 심혈관질환자의 경우에는 고강도 장시간 운동에 대해 주의가 필요하다. 과도한 운동은 급성 심혈관계 사건의 위험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저 심장질환이 있는 경우 과도한 운동은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한 연구를 통해 허혈성 심장질환자에게 고강도 운동이 급성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3.7배 높인다고 보고되기도 했다.
운동이 심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개인의 건강 상태와 운동 강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규칙적인 신체활동은 분명 건강한 삶을 위한 기본 요건이지만 과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