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 재산분할’ 뒤집기 자신한 최태원…법원은 “영향 없다”

서울고법, 최 회장 주장에 이례적 설명자료 내고 재반박 法 “중간단계 계산오류, 최종 재산분할 비율에 영향 無”

2024-06-18     이혜영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왼쪽)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시사저널 박정훈
최태원(63) SK그룹 회장과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판결문 일부가 수정된 가운데 항소심 재판부가 약 1조4000억원 재산분할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결정적 사안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판결문 수정을 두고 최 회장과 노 관장·법원 입장은 첨예하게 엇갈린다. 재산분할 규모를 둘러싼 '세기의 이혼' 공방은 결국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 김옥곤 이동현 부장판사)는 18일 설명자료를 내고 일부 오류를 발견해 판결문을 수정하는 경정 절차를 진행했지만  재산분할 규모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아니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 대해 "최 회장 명의 재산형성에 함께 기여한 원고 부친·원고로 이어지는 계속적인 경영활동에 관한 '중간 단계'의 사실관계에 관하여 발생한 계산오류 등을 수정하는 것"이라며 "최종적인 재산분할 기준 시점인 올해 4월16일 SK주식 가격인 16만원이나 구체적인 재산분할 비율 등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재판부는 1994년 11월 최 회장 취득 당시 대한텔레콤(SK C&C의 전신) 가치를 주당 8원, 최종현 선대회장 별세 직전인 1998년 5월 기준 주당 100원, SK C&C가 상장한 2009년 11월에는 주당 3만5650원으로 계산했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1998년 5월 기준 주식 가치는 주당 100원이 아닌 1000원이라며 법원 판결문에 치명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상고 방침을 분명히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 측 지적이 나온 후 주당 가격을 1000원으로 판결문 내용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수정은 오류를 바로 잡은 것일 뿐 재산분할 규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아니라는 게 재판부 입장이다.  최 회장 측 주장은 다르다. 주당 가격이 100원에서 1000원으로 수정됨에 따라 최 선대회장과 최 회장의 주식 가치 상승 기여는 각각 125배와 35.6배로 조정돼야 하고, 결국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 분할 판결 역시 성립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최 회장의 그룹 성장 기여도가 재판부 판단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노 관장의 '내조 기여분'도 대폭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2009년 11월 3만5650원은 중간 단계의 가치로, 최종적인 비교 대상이나 기준 가격이 아니다"며 "이를 통하면 최 회장과 선대회장의 기여는 160배와 125배로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결문 수정에도 최 회장과 선대회장뿐 아니라 노태우 전 대통령 등 노 관장 측이 SK그룹의 성장에 무형적 기여를 했다는 판단은 그대로 유지되며 이를 토대로 한 재산 분할 비율 65:35 등의 결론은 바뀌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종현 회장이 지극히 모험적이고 위험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던 배경은 사돈 관계였던 노 관장의 부친이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라며 "그룹 경영의 보호막 내지 방패막으로 인식해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영활동과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판결문 경정에 대해서는 "판결 이유에 나타난 잘못된 계산오류와 기재 등에 대해서만 판결 경정의 방법에 의해 사후적으로 수정한 것"이라며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청구 사건에서 선고 이후 사실인정 등에 관하여 '잘못된 계산이나 기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되면 '판결 경정' 방법으로 기재 내용을 사후적으로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례"라고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6월17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노소영 아트나비센터 관장과의 이혼 소송 항소심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판결문 수정을 놓고 소송 쟁점이 추가되면서 대법원 판단을 둘러싼 '경우의 수'도 한층 더 복잡해질 전망이다.  대법원은 우선 항소심의 판결문 수정의 적법성 여부를 먼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경정 절차가 적법하다고 판단하면 수정된 '1000원'을 전제로 1조3808억원의 재산 분할의 타당성을 심리하게 된다.  수정이 적법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더라도 항소심 판결이 파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잘못된 수치(100원)가 재산분할 선고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 지를 가리게 된다. 판결문에 잘못된 수치가 적시됐더라고 항소심 결과에 영향을 줄 만한 요소가 아니며, 분할 규모가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 채 경정 결정만 파기할 수도 있다.  만일 기존 '100원'이라는 판단이 항소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면 대법원은 항소심 결과를 파기하고 다시 심리하도록 서울고법에 돌려보낼 수 있다. 최 회장 측이 민사소송법 211조에 따라 항소심 수정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장을 낼 수도 있다. 이렇게 된다면 대법원은 항고심과 상고심을 각각 별도로 배당하고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노 관장의 법률 대리인인 이상원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최 회장의 기자회견 이후 반박 입장문을 내고 "일부를 침소봉대해 사법부 판단을 방해하려는 시도"라고 직격했다. 이 변호사는 "항소심 법원의 논지는 최 회장이 마음대로 자신이 승계상속형 사업가인지 자수성가형 사업가인지 구분하고 재산분할 법리를 왜곡해 주장하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SK C&C 주식가치의 막대한 상승은 그 논거 중 일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회장 측 주장에 의하더라도 여전히 SK C&C 주식 가치가 막대하게 상승한 사실은 부정할 수 없고 결론에는 지장이 없다"며 "무엇보다 최 회장 개인 송사에 불과한 이 사건과 관련해 SK그룹이 회사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일침을 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