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딸의 ‘적’이 늘고 있다…권력 감시일까 무지성 방탄일까

친명·강성 지지층, 이재명 옥죄는 ‘검찰‧사법부‧언론’ 동시 폭격 ‘비명 수박’ 규정 범위도 넓어져…‘당원권 강화’로 발언권↑

2024-06-17     구민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후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윤석열 정권 규탄 및 해병대원 특검법 관철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강성 지지자들의 ‘적(敵)’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내에선 기존 비(非)이재명계 의원들을 넘어 원조 친명 일부까지 견제하는 모습이다. 당밖으론 이 대표의 의혹들을 수사하는 검찰과 최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중형을 선고한 사법부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은 이에 보조를 맞추거나 이슈를 더욱 키우는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에 반(反)하는 대상들에 강경하게 맞서는 건 곧 기울어진 권력을 바로잡는 일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여당과 야권 일부에선 이 대표를 위한 이들의 ‘무지성 방탄’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과 디시인사이드 ‘이재명갤러리’ 등 게시판엔 17일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1심 재판 심리를 맡은 신진우 수원지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 서명 운동에 동참해달라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이 대표의 팬클럽 조직 중 하나인 잼잼자봉단·잼잼기사단이 만든 온라인 설문을 통해 서명을 받고 있다.

신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이화영 전 부지사 1심 판결에서 징역 9년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하며 쌍방울 측이 이 대표를 위해 대북송금을 대납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검찰은 이 판결을 근거로 12일 이 대표를 제3자 뇌물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고, 이 사건 역시 신 부장판사에게 배당됐다.

선고 직후부터 지지자들은 여러 친명 커뮤니티에 판사의 고향 등을 거론하며 “판레기(판사+쓰레기)”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가 국민에게 준 권한으로 신 부장판사의 탄핵안을 발의,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친명계 의원들의 공개 발언과 맞물리면서 더욱 화력을 키워나갔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야당 간사로 임명된 판사 출신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판사의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판결문”이라고 평가했고 박찬대 원내대표도 김 의원의 글을 공유한 후 “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다.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며 ‘판사 선출제’를 꺼내들어 지지자들의 열띤 반응을 얻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최고위원 등이 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친명이 나서고 개딸이 키우는 검찰‧사법부‧언론 십자포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12일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도 또 한 번 ‘척결’ 대상이 됐다. 지지자들은 “검찰개혁이 시급한 이유” “조작‧왜곡 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보복기소 재판부 쇼핑” “대한민국 검찰공화국의 실상”이라며 검찰에 대한 십자포화에 나섰다.

이번엔 언론을 향한 공개 비난으로도 확산됐다. 이 대표가 지난 14일 재판에 출석하며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말해 논란이 되자 친명계 의원들과 지지자들은 “기레기(기자+쓰레기) 발작 증세” “속이 시원하다”며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당내에선 이 대표 ‘반대파’를 견제하는 이른바 ‘수박’(겉은 민주당, 속은 국민의힘이라는 뜻으로 ‘비명계’를 비하하는 말) 색출도 계속되고 있다. 다만 그 대상과 범위가 한층 넓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국회의장 후보 선출 과정에선 당내 ‘친명계’로 분류돼 온 우원식‧박주민 의원이 줄줄이 ‘수박’이 됐다. 지지자들이 미는 추미애 의원과의 경쟁에 나섰다는 이유에서였다. 우 의원은 의장으로 선출된 후 상임위 단독 선출을 위한 본회의를 개의하자 ‘수박’ 타이틀에서 벗어났고, 이내 ‘국민의힘에 숙의의 시간을 주자’며 한 차례 본회의를 미루자 또 다시 ‘수박’이란 비판을 받아야 했다.

최근 수박으로 새롭게 찍힌 의원은 ‘원조 친명’ ‘7인회’로 불려온 김영진 의원이다. 김 의원이 ‘당 대표 사퇴 시한’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지난 총선 공천을 거치며 제거해 낸 ‘수박’이 아직 당내 남아있다며 ‘완전 색출’을 외치고 있다. 이들의 즉각적인 반응과 행동으로 인해 당내 쓴소리를 담당할 ‘레드팀’이 아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내 ‘반대파’를 꾸준히 견제해 온 지지자들은 이제 이 대표를 지키는 데 방해가 되는 당 밖의 권력기관들에 본격적으로 화력을 키우고 있다. 이들의 발언권은 이 대표의 ‘당원 중심주의’ 기조로 인해 더욱 강해지는 양상이다. 지난 12일 민주당은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국회의장단 후보자와 원내대표 선거에 당심을 반영키로 하는 등 이들의 권한을 ‘공식적으로’ 키워줬다.

 

“다수 민심이 원해” “개딸에게 보내는 신호”

친명계 등 당내에선 압도적인 총선 ‘민의’에서 확인했듯이 권력을 향한 마땅한 감시와 견제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이 대표에 지나치게 불공정하게 기울어져 있는 검찰‧법원‧언론 권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란 것이다.

한 친명계 의원은 이날 “이 대표의 ‘애완견’ 표현이 과하게 들렸을 순 있다”면서도 “검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하고 있고, 법원이 제1야당 대표를 일주일에 3~4차례 재판에 출석시키고 있으며, 언론이 부정적인 부분만 부각해 쓰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총선에서 다수 국민이 우리 당과 이 대표의 손을 들어준 건 이러한 권력을 좀 더 제대로 감시해 달라는 뜻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민주당이 강성 지지층에 과도하게 휘둘리고 있으며 이 대표 ‘방탄’이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여당에선 ‘독재’ ‘파시즘’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연일 ‘이재명 일극체제’에 대해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의 거칠어지는 공개 발언은 곧 이 대표 사법리스크에 대한 불안의 방증이며 ‘개딸들에게 보내는 좌표이자 신호’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 대표를 지지하는 강성 당원들과 친명 의원들 사이 ‘티키타카’와 이슈몰이가 훨씬 더 강력해졌다”며 “이젠 이 흐름에 반하는 ‘찍 소리’를 내면 뼈도 못 추릴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듣기 싫은 소리라고 무조건 배척하는 조직은 위험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