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 ‘종부세 공세’…차기 대선까지 핫이슈로 뜬다 [최병천의 인사이트]

고민정·박찬대가 쏘아올린 ‘종부세의 정치학’…용산을 당황케 하다

2024-06-08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5월에는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다. 그래서 가족의 달이다. 그러나 민주당에 5월은 ‘정책 이슈를 주도했던’ 달이 되었다. 민주당이 정책 이슈를 주도했던 쌍끌이는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연금 개혁’이었다. 민주당의 정책 이슈 주도는 민주당의 노력만으로 된 것은 아니었다. 가장 크게는 경제지(한국경제)와 보수언론(조선일보)의 도움이 있었다. ‘일자별 흐름’까지를 염두에 두고 기사 제목들을 정리해 봤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재밌다. 기사와 사건들을 번호를 붙여 표기한다. ‘종부세의 정치학’이기도 했고,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한국경제와 조선일보는 그들대로 서로가 ‘이슈에 올라탔던’ 흥미로운 사례였다.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이재명과 보수언론·경제지의 정책연합

첫 시작은 5월8일 박찬대 원내대표의 한국경제 인터뷰였다(지면은 5월9일자). 박찬대 원내대표는 ‘찐명(찐이재명)’계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한국경제 인터뷰에서 ‘실거주 1주택자’인 경우 종부세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파격이었다. 한국경제 인터뷰 내용은 파급력을 가졌다. 다른 언론들이 연이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박찬대 원내대표의) ‘개인 의견’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대표적인 종부세 강화론자다. 이후 후속 보도 거리는 없었다. 민주당의 종부세 논란은 다시 수면 밑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런데 돌발적인 사건이 두 개 발생한다. 하나는 조선일보발(發) 국민연금 이슈의 부상이다. 다른 하나는 고민정 최고위원발(發) 종부세 폐지론의 등장이다. 묘하게도 날짜도 비슷한 시기에 겹쳤다. 

먼저 조선일보발 국민연금 이슈의 등장을 보자. 5월23일 조선일보 사설이 실린다. 제목이 매우 자극적이다. ‘사실상 여야 합의된 연금 개혁안, 미룬 사람은 역사의 죄인’이다. 5월29일은 21대 국회 임기의 마지막 날이었고, 5월28일은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되어 있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연금 개혁에 대해 의견이 접근했다. ‘내는 돈’을 의미하는 보험료는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받는 돈’을 의미하는 소득대체율은 민주당은 45%, 국민의힘은 43%를 주장했다. 단, 국민의힘은 구조 개혁을 동반한다면 44%까지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조선일보 사설이 실렸던 5월23일 목요일, 이재명 대표는 국민의힘 안(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연금 개혁안을 수용할 테니 이에 대한 협의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대표의 제안을 반대한다. 다음 날인 5월24일 금요일, 조선일보 사설은 제목도 내용도 수위가 더 높아진다. 사설 제목은 ‘與 연금 개혁 납득 못할 태도, 그간 개혁 주장 거짓이었나’였다. 내용도 강력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다음 국회로 넘기자’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이 때문인지 국민의힘은 90% 이상 여야 합의가 이뤄졌는데도 타협안을 깰 궁리를 하는 듯한(모습이다). 국민연금 개혁의 기회다. 여야 모두 자식 세대에 씻지 못할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을 바꾸고, 타협안을 깰 궁리를 하고, 자식 세대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5월23일과 5월24일 연금 개혁 이슈를 매개로 ‘조선일보-이재명 정책연합’이 결성된 모양새가 됐다. 

다음으로, 고민정 최고위원발(發) 종부세 폐지론이 등장한다. 5월24일 공개된 신동아 인터뷰였다. 신동아 기사 제목은 ‘종부세 폐지해야, 언제까지 서민정당만 표방할 것인가’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대변인을 했던 대표적인 친문 인사다. 문재인 대통령 대변인을 했던 현직 의원이 ‘종부세 폐지 필요성’을 주장했다. 민주당 현역 정치인 중 ‘종부세 폐지’ 주장은 최초였다. 고민정 최고위원의 신동아 인터뷰는 곧바로 기사화됐다. 거의 모든 매체가 받았지만 특히 한국경제와 조선일보가 적극적이었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다음 날인 5월25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올린다. 제목은 ‘이념정당이 아닌 실용정당이 되어야 합니다’였다. 제목에 이미 부동산 종부세 이슈는 ‘이념정당스러운’ 것이기에 종부세 폐지를 통해 ‘실용정당’으로 거듭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매우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종부세 완화 논의 공식화한 민주당

연금 개혁 이슈와 박찬대-고민정의 종부세 이슈는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 민주당의 ‘정책 쌍끌이’가 되어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를 비롯한 보수지와 경제지 모두에서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표 내용을 보면, 조선일보는 ③, ⑦, ⑧, ⑨, ⑪, ⑫에 해당하는 6번의 사설을 통해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금 개혁안을 측면 지원하고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압박했다. ⑩, ⑭는 우호적인 기사와 데스크 칼럼을 통해 지원한 경우다. 

민주당의 정책 쌍끌이, 한국경제와 조선일보의 언론 쌍끌이는 서로 복합작용을 하며 5월 3주~5주 차에 ‘정책을 주도하는’ 민주당이 되도록 만들어줬다. 이재명 대표는 이러한 분위기에 고무되어 5월29일에는 민생지원금 ‘차등 지원’이라는 내용을 발표한다. 마치 민주당이 여당이고,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야당이 된 것 같은 2주간이었다. 밀리기만 하던 용산 대통령실은 5월31일 ‘종부세 폐지 검토’ 입장을 밝힌다. 맞불작전이자 동시에 반격이었다. 재밌게도 용산 대통령실의 반격이 나온 이후, 종부세에 대해 한겨레와 경향신문 역시 ‘민주당을 압박하는’ 기사를 쏟아낸다. 용산은 종부세 폐지를 주장하고,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종부세 완화를 반대하는’ 압박이었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좌우 협공을 받는 모양새가 됐다. 

5월 3주~5주 차는 민주당-한국경제-조선일보의 ‘정책연합 국면’이었다. 6월 1주 차는 한겨레-경향신문-대통령실의 ‘민주당 협공연합’ 국면이었다. 민주당은 협공을 받고 종부세 이슈에 대해 작전상 후퇴를 선택한다. 

이재명 대표가 직접 종부세 완화를 지시한 적은 없다. 그러나 연금 개혁 이슈와 종부세 이슈가 쌍끌이로 절정에 다다르던 5월28일경 민주당은 종부세 완화 논의를 공식화한다. 작전상 후퇴를 했지만, 박찬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조세연구 모임을 만들어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종부세 완화’는 민주당이 대선까지를 염두에 두고 만지작거리는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