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의 ‘서울대판 N번방’…음란물에 女후배 얼굴 합성한 서울대생들

총 3명 구속…주범 2명·재유포자 1명 서울대 출신 2명이 범행 주도…女후배 얼굴 합성 피해자 수십 명 이상…경찰, 수사 확대 가능성

2024-05-21     강윤서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연합뉴스

학교 후배 여학생들의 얼굴 사진을 합성한 음란물을 텔레그램에 유포하고 성적으로 조롱한 서울대생 일당이 검찰에 넘겨졌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허위영상물 제작 및 유포 등의 혐의로 30대 서울대생 남성 박아무개씨와 강아무개씨 2명을 지난달 11일과 이달 16일 각각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박씨와 강씨는 2021년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약 3년간 텔레그램에 채널과 대화방을 개설해 서울대 동문 12명을 비롯해 피해자 수십명을 대상으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와 강씨는 각각 48명·28명을 상대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했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들의 졸업사진, 소셜미디어(SNS) 사진 등을 이용해 합성 영상물을 제작했다. 또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공범 3명과 해당 영상물 위에 음란행위를 하는 모습을 재촬영하기도 했다. 

박씨와 강씨는 일면식 없는 사이였으나 이 과정에서 서로를 “한 몸”이라고 지칭하고 “합성 전문가”라며 치켜세우는 등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씨가 대학 동문 등을 상대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해 신상정보와 함께 박씨에게 전달하면, 박씨는 이를 유포하고 피해자에게 전화로 접근하는 등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와 강씨가 제작한 영상물을 텔레그램에서 받아 다시 퍼뜨리거나 자신의 지인들을 상대로 다시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공범 3명(1명 구속)도 추가로 검거됐다. 구속된 20대 남성 A씨는 최소 17명의 지인 여성들을 상대로 2000건이 넘는 허위영상물을 제작·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제작·유포한 음란물을 재유포한 이들을 계속 추적하며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건 피해자 가운데 피해 여성 12명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수사를 요청하는 등 수 년에 걸쳐 가해자 추적과 검거를 위해 백방으로 뛰어왔다. 이들은 모두 박씨와 동문인 서울대 출신으로 파악됐다. 

한 피해 여성은 2021년 7월 영화예매 정보를 얻기 위해 자신의 휴대전화에 텔레그램 앱을 설치했다가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남성의 성기랑 제 사진을 그렇게 이제 오버랩해서(겹쳐서) 한 그런 사진, 다리 벌리고 있는 여성 나체사진이라든지 (음란물 합성 사진이었다)”고 말했다.

대화방 참가자들은 피해자들을 “이번 시즌 먹잇감” 등으로 칭하며 성적으로 조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이러한 상황이 담긴 대화방을 캡처해 피해 여성에게 전송한 뒤 응답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인 압박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연락을 직·간접적으로 받아 피해 사실을 알게 된 일부 피해자는 서울 서대문·강남·관악경찰서와 세종경찰서 등에 개별적으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며 수사 중지·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지난해 12월 관련 사건들에 대해 재수사 지시를 내렸고 서울청 사이버수사대가 다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앞서 네 차례 수사에서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특성으로 인해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면서도 “국수본에서 자체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해 재수사를 지시했다. 기존 수사가 미진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