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 ‘음주·조직적 은폐’ 모두 사실로…“어리석은 판단 후회”

음주운전 사실 부인하다 증거 속속 드러나자 열흘 만에 시인 김씨 “상처·실망 드려 죄송…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 소속사 “상황 숨기기 급급…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사과”

2024-05-20     이혜영 기자
가수 김호중이 뺑소니 사고 열흘 만인 5월19일 음주운전 혐의를 시인하며 사과했다. ⓒ 연합뉴스
가수 김호중(33)이 뺑소니 사고 열흘 만에 음주운전 사실을 시인하며 고개를 숙였다. 소속사 차원의 조직적 은폐 시도 역시 모두 사실로 드러난 가운데 경찰은 조만간 김씨를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김호중은 19일 창원 공연을 마친 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저는 음주운전을 했다"며 "크게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다.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씨는 "저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많은 분들에게 상처와 실망감을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공식 팬카페에도 "저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인해 이렇게 많은 식구들이 아파한다는 걸 직접 겪지 않아도 알아야 어른의 모습"이라며 "조사가 끝나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는 사과문을 올렸다. 김씨는 활동 중단 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우리 식구들의 꿈을 저버리지 않으려면 열심히 사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며 "가슴 속에 하나하나 새기며 살겠다"고 말했다. 
가수 김호중이 자신의 팬카페에 올린 사과문 ⓒ 연합뉴스
김씨의 소속사 역시 증거 인멸에 조직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다.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아티스트 김호중 논란과 더불어 당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며 "최초 공식 입장에서부터 지금까지 상황을 숨기기에 급급했다. 진실되게 행동하지 못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공지했다.  이어 "김호중은 경찰에 자진 출석해 음주운전 등 사실관계를 인정하며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당사는 아티스트를 보호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으로 되돌릴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경찰은 김씨 측과 일정을 조율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측 변호인을 통해 연락을 받았으나 출석 일정을 조율해 확정한 것은 없다"며 "김씨의 출석 여부 및 일정은 수사 일정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5월18일 가수 김호중(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입구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 연합뉴스
김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도로에서 반대편 도로의 택시를 충돌하는 사고를 낸 뒤 달아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사고후 미조치 등)를 받는다. 사고 3시간 뒤 김씨의 매니저인 30대 남성이 경찰을 찾아 자신이 사고를 냈다고 허위 진술했고, 김씨는 사고 직후 귀가하지 않고 경기도의 한 호텔로 갔다가 17시간 뒤인 다음날 오후 4시30분께 경찰에 출석해 운전 사실을 시인했다. 김씨는 운전자 바꿔치기는 인정했지만 사고 열흘이 지나는 동안 음주운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김씨 소속사 측은 "김씨가 유흥주점에 방문해 술잔을 입에 댔을 뿐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경찰 대리 출석을 종용하는 김씨 음성이 담긴 녹취록과 폐쇄회로(CC)TV, 주변인 진술 등 음주운전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결국 뒤늦게 술을 마신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사고 당일 강남의 한 스크린 골프장에 소속사 대표와 래퍼 출신 유명 가수 등 4명과 머물렀고, 이들 일행은 이곳에서 맥주를 주문해 마신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유명 개그맨과 저녁 식사를 하러 들린 식당에서도 소주 7병과 맥주 3병을 마신 후 유흥주점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집에서 400여m 떨어진 유흥주점에서 대리기사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귀가했다가 다시 차를 직접 몰고 나와 운전하던 중 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김씨가 방문한 유흥주점을 압수수색해 주점 매출 내역과 CCTV 영상을 확보했다. 또 술자리 동석자와 주점 직원 등으로부터 '김씨가 술을 마시는 모습을 본 것 같다'는 취지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김씨가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소변 감정 결과를 경찰에 통보한 상태다.  김씨의 음주 여부를 밝힐 핵심 증거인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는 소속사 본부장이 제거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소속사 이광득 대표는 이 같은 정황이 모두 드러난 상황에서도 음주운전 혐의와 조직적 은폐 등에 대해 줄곧 부인해왔다.  논란이 커지는 와중에도 전국 투어 콘서트를 예정대로 소화한 김씨는 지난 18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 무대에 올라 "모든 죄와 상처는 내가 받겠다. 모든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김씨가 음주 사실을 인정했지만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이 사고 17시간 뒤에야 이뤄진 탓에 자백과 별개로 음주운전 혐의가 인정될 지는 미지수다. 경찰도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줄곧 음주 사실을 뒷받침할 객관적 증거 확보에 주력해왔다. 경찰은 김씨와 소속사가 조직적으로 증거인멸 등 사건 은폐에 가담한 데다 도주 우려도 있다고 보고 김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