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 없는 네이버, 득일까 실일까
네이버, 日소프트뱅크와 지분 매각 등 ‘물밑 협상’ 라인야후 가치 10조원 예상…“AI 신사업에 투자” ‘국민 메신저’ 지위 상실 불가피…투심 ‘출렁’
이른바 ‘라인 사태’가 갈수록 험악해지는 모습이다. 일본 정부가 네이버에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압박하는 수위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네이버라는 민간 기업의 차원을 넘어, 국가 간 분쟁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라인을 뺏기면 안 된다”는 국민 정서와는 다르게, 시장에선 네이버의 지분 매각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네이버는 라인야후 지주회사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가진 소프트뱅크와의 지분 매각 협상에 나선 상태다. 관건은 ‘제값을 받을 수 있는지’다. 지분을 액면가로만 따지면 네이버 몫은 8조원 정도다. 인공지능(AI) 분야 투자가 절실한 네이버로선, 라인을 내어주고 대규모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라인야후 지분을 매각했을 때 매출 타격은 물론 사업 구조 재편도 불가피한 터라, 증권가에선 우려가 끊이지 않는 분위기다.
라인 ‘적정 몸값’은 최소 10조…“AI 투자 실탄 확보”
13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소프트뱅크 측과 라인야후 지분을 두고 매각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10일 이 같은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협상은 물밑에서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지분 협상에서 영업상 비밀이 새어나갈 경우 불리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정치권에선 네이버가 일본 측에 라인야후를 빼앗기지 않도록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지만, 네이버는 일찌감치 지분 매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네이버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라인야후에 접목시키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지분 매각을 포함한 여러 대안을 검토해 왔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경영상 어려움을 느낀 데엔 불합리한 이사회 구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라인야후 지주사인 A홀딩스에 대한 지분은 정확히 절반이지만, 이사회는 5명 중 3명이 소프트뱅크 측이었다. 소프트뱅크가 숫자로 밀어붙이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라인야후 이사회 멤버도 신중호 대표이사 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그마저도 지난 8일 해임되면서 현재는 새 이사회 전원이 일본인으로 채워진 상태다.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 매각에 나선다면 신사업 투자용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김진구 키움증권 연구원은 “향후 AI 기반 데이터 부가가치를 높일 글로벌 업체 투자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평가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가 지분 매각으로 수조원의 현금을 확보해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 추가 인수합병을 추진한다면 주가에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진단했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시 순이익 20%↓”…주가 타격 불가피
물론 네이버가 제 값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네이버가 보유한 지분은 8조원 상당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하면 10조원 이상 받아내야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프트뱅크의 1분기 연결기준 보유현금은 17조5000억원 정도이지만, 영업이익은 13% 감소한 2조1700억원에 그친 상태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 측 지분을 전부 인수하기에는 재무적 부담이 큰 것이다. 소프트뱅크 측은 앞서 “당사의 사업이나 현금흐름에 영향이 없는 전제 하에서 규모를 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소수 지분만 넘겨받으려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라인야후 지분 매각 시 영업 손실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라인은 이미 일본에서 활성 사용자가 1억 명에 육박하는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폭넓게 쓰이고 있다. 동아시아와 동남아를 아우르는 네이버의 글로벌 전략의 핵심 플랫폼으로 손꼽혀온 터라, 이를 잃게 되면 네이버의 기업가치도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평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라인야후 지분 전량 매각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내년도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15~20% 하향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라인을 기반으로 한 일본 및 동남아로의 글로벌 확장 스토리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고, 매각 대금을 이용한 글로벌 인수합병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이것만으로 재평가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하정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네이버의 일본 라인 이슈에 대해 반등 가능성보다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며 “지분 매각 시 현금이 유입되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투자 방향인 AI에서 자신감이 없다면 이익 상승에 대한 확신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듯 주가도 출렁이는 흐름이다. 13일 네이버 주가는 전장 대비 2%대 내린 18만4000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라인 사태가 벌어지기 전인 지난 1월 고점(20만9500원)과 비교하면 넉 달 새 12% 이상 곤두박질 친 상태다.
한편 이번 ‘라인 사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네이버의 판단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네이버 결정이 타의가 아니고 스스로에 의해 이뤄질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정부에서 할 일”이라며 “불이익한 조치 등이 있을 경우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며 네이버에서 이번 사안에 부당함을 느낀다면 그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