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추락사’ 20대女 유족 “‘살려달라’ 애원하는 모습에 억장 무너져”

피고 측, 첫 재판서 스토킹 등 혐의 대부분 인정 유족 측 “허망한 죽음…가해자 사과 한 마디 없어”

2024-05-01     박선우 객원기자
법원 재판정 내 피고인석 ⓒ연합뉴스
전 남자친구에 의한 상습적 교제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20대 여성의 유족 측이 가해 남성의 첫 재판에서 엄벌을 탄원했다. 피고 측은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방법원 형사7단독(배진호 부장판사)는 특수협박, 협박,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25)씨의 첫 재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을 종합하면, A씨는 먼저 작년 10월6일 오전 5시3분쯤 당시 여자친구 B씨에게 이별통보를 받은 것에 격분해 B씨에게 “자살하겠다. 죄책감 갖고 살아라”라는 메시지 및 유서 사진을 전송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다. 또한 같은 해 12월9일 B씨가 다른 사람과 술을 마셨다며 B씨 거주지의 욕실 타일을 깨뜨린 혐의, 같은 날 새벽 이웃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퇴거당하자 인근을 맴돌며 약 13시간동안 문을 두드리거나 360여 회에 걸쳐 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토킹한 혐의, 같은 해 8~12월 간 B씨가 수 차례 결별 의사를 밝혔음에도 지속적으로 찾아와 와인잔을 깨 자해하거나 의자를 집어던지는 등 폭력적인 행위를 반복한 혐의도 함께다. B씨가 목숨을 잃은 건 지난 1월7일 오전 2시30분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였다. 당시 B씨는 해당 오피스텔 9층에서 떨어져 사망했는데, 최초 목격자 겸 119 신고자는 A씨였다. 사건 직후 B씨의 유가족 측은 타살 의혹을 제기했다. B씨의 죽음이 A씨의 스토킹 혹은 협박과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함께였다. 다만 검찰은 B씨의 죽음에 직접적인 타살 혐의점은 없다고 판단, 우선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A씨 측은 이날 재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A씨의 변호인은 “특수협박 혐의와 관련해 사실관계는 인정한다”면서도 “의자를 집어던진 행위가 해악 등의 고지가 있었는지 법리적으로 다툴 것”이라고 예고했다. 반면 B씨의 유족들은 재판부에 A씨의 엄벌을 탄원했다. 이날 재판을 지켜본 B씨의 어머니는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던 딸이 억울하고 허망하게 죽었다”면서 “그날(지난 1월7일) A씨가 찾아오지 않았다면 우리 딸이 떨어져 죽을 일은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씨의 여동생 또한 “지금까지 유족에게 사과 한 마디 없는 가해자의 오만함에 다시 한 번 분통이 터진다”면서 “창틀에 매달려 ‘살려달라’ 애원하는 언니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억장이 무너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엄벌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