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18개 음식점서 ‘9000만원’ 뜯어낸 ‘장염맨’ 잡았다
전국 음식점에 무작위로 전화걸어 ‘장염 합의금’ 요구한 혐의 음식점 총 3000여 곳에 범행 시도…뜯어낸 돈은 도박에 탕진
식사 후 장염에 걸렸다며 전국 음식점 400여 곳으로부터 거액을 뜯어낸 이른바 ‘장염맨’이 경찰에 붙잡혔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전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상습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A(39)씨를 구속해 수사 중이다. 작년 6월부터 지난 3월까지 전국 각지 음식점에서 418차례에 걸쳐 약 9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다.
A씨의 범행은 대범했다. 숙박업소를 전전하며 생활하던 그는 스마트폰으로 ‘전국 맛집’을 검색, 실제론 방문한 적 없는 음식점들에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거기서 식사한 후 장염에 걸렸다”며 합의금을 요구했다. 합의를 주저하는 업주들에겐 “영업정지를 당하고 싶으냐”고 협박했고, 업주가 “우리 가게 영수증과 장염 진단서를 보내달라”며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면 즉시 전화를 끊었다. 주로 낮 시간대를 이용해 범행하고 야간엔 휴대전화를 꺼 경찰 추적을 피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범행 기간 동안 A씨의 전화를 받은 음식점들은 제주도를 포함해 전국 3000여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돈을 뜯긴 업소만 418개로, 이들은 총 9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합의금 명목으로 A씨에게 건넨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범행이 전국에 걸쳐 지속되자 피해 업주들끼리 온라인상에서 사례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A씨에게 ‘장염맨’이라는 별명이 붙게 된 연유다.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업주 진술 및 통화 녹음파일, 계좌 거래내역 등을 분석해 지난 12일 부산시의 한 숙박업소에서 A씨를 체포했다. 유사 범행 전과로 작년에 출소한 그는 음식점 업주들에게 뜯어낸 돈의 행방에 대해선 “인터넷 도박과 생활비로 썼다”는 취지로 진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