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尹 천하’ 속 김건희 여사의 운명은?

‘최대 192석’ 따낸 메가 범야권, 총선 끝나자마자 ‘김 여사’ 재소환 尹, 리스크 방치 시 ‘레임덕’ 가시화 전망도…“與도 도울 이유 없어”

2024-04-11     변문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당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야권이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공세 수위도 더 거세지는 양상이다. 당장 야권은 원내 첫 일성으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 등을 재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치권에선 총선으로 치명상을 입은 정부가 ‘김 여사 리스크’를 매듭짓지 않을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이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김 여사는 본인의 리스크가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 11일까지 약 넉 달간의 잠행을 이어오고 있다. 김 여사는 이번 총선 투표도 지난 5일 일부 경호원들과 비공개 일정으로 조용히 다녀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야권에선 “대한민국 역사상 총선에 영부인이 공개적으로 투표하지 않은 적이 없다(조국 대표)” “윤 대통령은 김 여사를 감추려는 듯 관례를 깨고 홀로 사전투표했다(신현영 민주당 대변인)” 등의 질타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후 범야권은 22대 총선에서 192석을 차지했다. 민주당은 총 175석(지역구+비례정당 의석)을 따내며 단독 과반을 확정지었다. 여기에 ‘반윤(반윤석열)’ 기조를 외치고 있는 조국혁신당(12석)·진보당(1석)·개혁신당(3석)·새로운미래(1석)까지 합치면, 지난 21대 국회보다 더 거대한 범야권이 등장하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범야권의 중심인 민주당은 다음 국회에서도 국회의장직과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확보해 차기 정국 주도권을 다시 쥐게 됐다. 특히 민주당은 조국혁신당 등의 협조만 얻으면, 상임위에서 부결된 법안을 본회의로 직접 상정할 수 있는 ‘패스트트랙(재적의원 5분의 3 찬성 필요)’도 언제든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입법 권력을 바탕으로, 야권은 총선이 끝나자마자 ‘김 여사’를 화두에 올렸다. 서울중앙지검장 출신 이성윤 민주당 전북 전주을 당선인은 당선 직후 “윤석열 정권을 확실하게 심판하겠다”며 “김건희 부부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는 앞서 서울중앙지검장 재직 당시 ‘한동훈 녹취록 오보 사건’ 등을 놓고 윤 대통령(당시 검찰총장)과 수차례 충돌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로 당선을 확정지은 조국 대표도 이날 대검찰청 앞 기자회견을 통해 ‘김 여사 소환조사’를 검찰에 촉구했다. 조 대표는 “소환조사를 하지 않으면 22대 국회 개원 즉시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종합 특검법’을 추진하겠다”고도 엄포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자존심을 지키시길 바란다. 왜 검찰 출신 대통령과 검찰 지도부가 검찰 조직 전체를 망가뜨리는 꼴을 보고만 있냐”고 지적했다.

총선 기류를 의식한 듯, ‘김 여사의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도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수사팀이 필요한 수사를 하고 있고,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수사 대상과 방식에 제한 없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야권의 김 여사 특검 추진 분위기에 대해선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고 인적 책임 범위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해서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사) 대상이나 방식에 제한 없이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는 데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그에 따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 정부가 현 상황에서 ‘김 여사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국정 운영이 마비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미 정부는 여권의 총선 참패로 치명상을 함께 입은 상황이다. 특히 일각에선 ‘김 여사 리스크’, ‘이종섭·황상무 논란’, ‘경제 위기 미온 대처’ 등 정부발 악재가 핵심 참패 원인으로 거론되면서, ‘정부 책임론’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여권 내 중진들도 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관련해 조국혁신당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미 윤석열 대통령은 레임덕을 넘어 데드덕이 시작됐다”며 “김 여사 문제를 방치한다면 앞으로 남은 3년 동안 실제 ‘조기 탄핵’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레임덕이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민주당은 윤석열 정국을 사실상 끝내는 수순이기 때문에, 국민의힘도 김 여사 리스크 등 각종 현안에서 정부를 도와줄 이유가 없어졌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