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뉴스] 1000만 국민 울린 ‘천안함 소녀’의 추모글

2024-04-12     송응철 기자

천안함 용사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봄씨(19·오른쪽 사진)가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담아 낭독한 편지가 계속 국민의 마음속에 잔잔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김 원사의 세 딸(해나·해강·해봄) 중 막내인 해봄씨는 3월22일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제9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아버지에게 쓴 편지를 읽어내려갔다. 이날 해봄씨는 아버지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에 입학하게 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큰언니인 해나씨가 아버지처럼 해군이 되기 위해 우석대 진천캠퍼스 군사학과에 진학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이런 모습이 담긴 영상은 국가보훈부가 운영하는 SNS에 올라왔고, 4월9일 조회 수 1000만 회를 돌파했다. 정부 기관 SNS 게시물 중 역대 최다 조회 수다. 아래 사진은 2023년 12월 해군 제2함대 사령부에 작전 배치된 신(新)천안함. 오른쪽 글은 해봄씨의 ‘해가 빛나는 봄에’ 편지 전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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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벌써 봄이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었어. 올해 2월 고등학교 졸업식 때 친구들이 아빠와 같이 사진 찍는 모습을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나더라고. 이토록 빛나는 3월의 봄. 해가 빛나는 봄이라는 뜻을 가진 아빠의 막내딸 해봄이는 다른 새내기들처럼 가슴 설레고 마음 따뜻해야 하는데 왠지 무겁고 괜히 조금 슬퍼지네. 지난번 아빠 계신 현충원에서 알려는 드렸지만 해나 언니는 아빠처럼 해군이 되겠다고 군사학과로 진학했고 해강 언니는 벌써 대학교 3학년이야. 물론 나도 대학생이 되었고. 그런데 아빠, 내 꿈은 많은 관객들 앞에서 멋진 춤을 추는 건데, 춤을 출 때면 너무 행복해서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해. 내가 지금 이렇게 행복하게 춤추는 것을 나중에 누가 기억해 줄까? 내가 또 만일 어른이 되고 이날을 기억했을 때 어떤 마음일까, 하고.

이 사진 기억하지? 6살 흐릿한 기억 속 아빠는 사진 속 기억처럼 나를 미소 짓게 해. 예쁜 척하고 있는 언니들을 앞세우고 엄마와 나란히 선 아빠의 옅은 미소, 그날 내가 그린 브이처럼 아빠도 행복한 날이었겠지? 고마워, 아빠. 아빠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고, 아빠를 존경하는 사람으로 기억되게 해주어서. 이 따뜻한 봄에 아빠와 함께 활짝 피어날 테니 날 꼭 지켜봐 줘. 꽃이 많이 핀 날, 아빠의 빛나는 봄, 햇살 같은 내가 꼭 소식처럼 찾아갈게. 아빠의 젊고 멋진 인생 닮은 자랑스러운 아빠의 막내딸이 춤추듯 고백할게. 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잘 해낼 거니까 너무 걱정은 하지 마. 항상 꼭 지켜보고 꼭 응원해 줘. 아빠가 내게 아주 커다란 힘이라는 거 꼭 알았으면 좋겠어. 아빠. 사랑해요, 아빠. 

아빠의 막내딸 김해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