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 조국의 복수 시작되나…원내 3당 돌풍 현실화
민주당이 패스트트랙 타려면 조국혁신당 도움 필요…이재명 경쟁자로 떠오른 조국
조국 대표가 이끄는 조국혁신당의 돌풍이 현실화됐다. 창당 한 달여 만에 치러진 4·10 총선에서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며 원내 3당에 올랐다. 조국혁신당의 원내 입성이 앞으로 여의도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돌풍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비례 순번 2번으로 원내 입성에도 성공한 조 대표가 향후 정국에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 관심을 끈다. 무엇보다 조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악연의 사슬이 더욱 복잡하게 꼬이게 됐다는 점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11일 오전 10시 기준 집계가 거의 마무리된 비례대표 투표에서 조국혁신당은 24.25%를 득표하며 12석 확보에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175석), 국민의힘(108석)에 이어 원내 3당에 오른 것이다.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 전략이 적중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국혁신당은 두 자릿수 의석을 바탕으로 국회 내에서 ‘캐스팅보터(의견이 양분될 때 승패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제3의 주체)’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특히 175석으로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한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의 협조를 받아 180석 이상이 되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단독 처리,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무력화 등이 가능하다. 민주당은 각종 사안에서 조국혁신당의 협조를 필요로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국혁신당 역시 민주당의 조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양당은 긴밀한 협력적 관계를 형성할 전망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조국혁신당과 민주당이 ‘윤석열 정권 견제’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지만, 결국엔 경쟁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놓였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조국혁신당이 민주당 위성정당 표를 뺏어가며 대체제로서 성과를 낸 만큼 조국혁신당도 민주당과 주도권 경쟁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친명(親이재명 민주당 대표)과 결이 다르고 오히려 친문(親문재인 전 대통령)에 가까운 조국혁신당이 민주당의 정통성을 두고 경쟁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무엇보다 이번 총선을 통해 조국 대표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양당 사이엔 미묘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진영·대결정치 극대화 우려…조국·황운하 ‘사법리스크’도 문제
조국혁신당은 민주당보다 더 앞장서서 대정부·대여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선명성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조국 대표는 앞서 선거 운동 과정에서 ‘범야권 200석이 달성될 경우’를 가정해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검찰개혁 완수 등의 공약을 내건 바 있다. 당초 야권 200석이 전망됐던 10일 오후 6시 출구조사 결과 발표 직후엔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야권 200석까지 나오지 않았지만, 190석에 육박하는 위협적인 구도가 형성된 만큼 조국혁신당의 강경 노선은 정부·여당에 충분히 위협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국혁신당의 강경 노선이 극단적인 진영 및 대결 정치를 더 극대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조 대표를 비롯한 일부 인사들의 ‘사법리스크’도 문제다. 조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 등의 혐의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원심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된다. 비례 8번으로 당선된 황운하 의원도 문재인 정부 청와대 하명 수사·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상태다.
다소 역설적인 건 현재 조 대표를 위협하는 사법리스크가 윤석열 대통령 탄생의 트리거였다는 점이다. 지난 2019년 윤석열 검찰총장은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수사를 계기로 민주당과 갈등하며 문재인 정부 심판의 주체가 됐고, 지금은 조국 대표가 윤 대통령을 위협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그간 절치부심해 왔던 ‘조국의 복수’가 막 시작됐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