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정말 민주당에 유리할까

‘사전투표율과 전체투표율 상관관계’ 두고 학계 의견 분분 ‘野에 유리하다’는 가설 대선에선 깨져…與野 모두 투표 독려

2024-04-04     박성의 기자

22대 총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여의도 일대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사전투표율에 따라 여야의 ‘손익계산’이 달라질 것이란 셈법에서다. 그간 정치권에선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정당이, 본투표율이 높으면 보수 정당이 유리하다’는 속설이 정설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도 사전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나섰다. 사전투표율을 끌어올리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에 유리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과연 ‘사전투표율’은 이번 총선의 유의미한 변수가 될 수 있을까.

3월25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동주민센터 앞 게시판에서 주민센터 직원이 사전투표소 설치 공고를 게시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한 사진 ⓒ연합뉴스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전체 투표율도 높다?

사전투표제가 처음 실시된 것은 2014년 지방선거다. 사전투표가 도입되면서 전체 투표율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빨간 날’에도 장사를 해야하는 자영업자부터 출장이 예고된 직장인, 주말 투표를 선호하는 유권자 등이 투표장으로 향할 기회를 넓혔기 때문이다.

이 같은 경향은 숫자의 ‘흐름’에서도 확인된다. 사전투표가 도입된 2014년 지방선거에 당시 사전 투표율은 11.5%였다. 이 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56.8%로 2010년 지방선거 전체 투표율 54.5%에 비해 2.3%p 높았다.

사전투표를 실시했던 2016년 총선 전체 투표율은 58.0%로 2012년 총선 전체 투표율 54.2%보다 3.8%p 증가했다. 사전투표제를 도입했던 2017년 대선 때도 전체 투표율은 77.2%로 사전투표 실시 전인 2012년 대선 때의 75.8%보다 1.4%p 상승했다. 지난 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은 26.69%로 지난 20대 총선(12.2%)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고, 전체 투표율은 66.2%를 기록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도 22.64%를 기록하며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통틀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종투표율도 48.7%로, 보궐선거를 감안하면 높은 편이었다.

실제 사전투표가 전체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상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우리나라의 1회부터 6회 지방선거를 분석한 논문에 따르면, 2014년 사전투표 도입으로 전체 투표율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증가가 있었다. 거주지 외 지역에서도 투표할 수 있는 ‘관외투표’가 도입되면서 유권자들의 편의가 향상됐기 때문이다.

반면 학계 일각에는 사전투표율과 전체투표율의 상관관계를 확언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가상준 단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사전투표 도입 이후 실시된 4번의 전국 선거에 참여한 투표자들의 특징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전투표에 참여한 사람들은 투표 기권자보다는 공식선거일에 투표한 유권자들과 특징이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본투표일에 투표하려던 유권자들이 시기만 앞당겨 사전투표장으로 향했다는 얘기다.

종합하면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본투표율, 전체 투표율도 높아진다’는 가설은 아직 명확히 검증되지 않았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아직 축적되지 않았고 ▲선거마다 ‘구도’와 ‘현안’이 달랐으며 ▲세대별 유권자의 특징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게 이 같은 가설을 ‘정설’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역대 사전투표율 ⓒ시사저널 양선영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에 유리할까?

투표율이 올라가면 진보 정당에 유리하다는 가설은 어떨까. 우선 이 같은 가설의 근거는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사전투표 의향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여론조사기관 매트릭스가 연합뉴스·연합뉴스TV 의뢰로 지난달 30~31일 2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100% 무선 전화 면접,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한 결과 투표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의 39%는 사전투표일에 투표를 한다고 답했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들은 국민의힘 지지자보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상대적으로 더 많았다. 투표 의사를 밝힌 응답자 중 민주당 지지자는 51%가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자는 25%에 그쳤다.

사전투표를 진보 정당의 주 지지층인 30~50대가 더 선호한다는 것도 변수다. 사전투표일에 투표하겠다도 밝힌 응답자의 연령 구성을 살펴보면, 30대 48%, 40대 41%, 50대 45%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반해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한 60대는 39%, 70세 이상 유권자는 23%로 저조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사전투표율의 증가가 ‘진보 정당의 승리’로 이어지지 않은 게 지난 대선이다. 사전투표율이 36.9%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던 지난 대선에서는 윤석열 당시 후보가 당선됐다. 정치권에선 ‘문재인 정부 실정론’이 화두로 올랐던 지난 대선의 ‘구도’가 투표율이란 변수를 무의미하게 만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투표율을 두고 여야 모두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으며 사전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압승’을 외치는 민주당도, ‘역전’을 노리는 국민의힘도 ‘역대급 사전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 각 진영의 지지층이 사전투표일부터 집결해야 각 당이 원하는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을 것이란 자체 분석에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전투표 관련 입장발표’를 통해 “‘사전투표 하면 진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다’는 이야기에 신경쓰지 말고 ‘내가 찍으면 우리가 된다’ ‘우리가 찍으면 대한민국이 이긴다’만 생각하고 모두 투표해달라”고 투표를 독려했다.

민주당은 사전투표율 31.3% 목표로 지지자 독려에 나섰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부산시 동구 초량동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민주당 부산 국회의원 후보자 사전투표독려 퍼포먼스에서 “포기나 방관은 중립이 아니다. 주권을 포기하면 그만큼 누군가가 부당하게 그 권력을 획득한다”면서 “(투표) 참여가 곧 권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