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시험대에 오른 조국…시험대에도 못 오른 이준석·이낙연

“조국은 야권 재편의 새로운 축…이재명과 주도권 싸움 가능성” 개혁신당·새로운미래, 대안 세력 증명 못 해

2024-04-07     박나영 기자
“동남풍을 일으킨 사람은 제갈공명인데, 조국이 제갈공명인 것 같다.”(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3월29일 MBC라디오 인터뷰) 서기 208년 어느 겨울, 삼국시대 전설적인 전투인 적벽대전에서 촉나라의 제갈공명은 바람의 방향을 읽어 승리했다. 제갈공명의 예언대로, 적벽에 불던 북서풍은 남동풍으로 방향을 바꿨고 조조의 위나라 100만 대군은 쏟아지는 불화살에 궤멸했다. 제갈공명이 마술사라는 설도 있었지만, 사실 그는 바람의 흐름, 습기의 정도, 구름의 모양 등으로 다가올 날씨를 예측한 것이었다. 제갈공명에 비유되는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이번 총선에서 그가 일으킨 돌풍은 어떤 의미일까. 민심에 흐르는 정권심판론의 방향과 크기가 ‘조국 바람’에 제대로 투영된 것인지는, 4월10일 총선 개표 결과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나아가 총선 다음의 민심이 그를 어디로 이끌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월21일 부산 부산진구 서면에서 선거 연설을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 제공

범야권 압승할 경우 조국에게 공이 돌아갈 가능성 커

“타이밍이 절묘했다. 민주당이 혼선을 겪는 가운데 대안으로 떠올랐다.”(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 YTN 인터뷰), “조국혁신당이 윤석열 대통령을 정면으로 끌어내 국민이 ‘공정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던지게 했고, 여권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박성민 정치컨설턴트, MBC 100분토론) 바람은 이미 태풍의 형상을 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 선거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모금한 펀드가 20분 만에 100억원을 돌파했고, 54분 만에 200억원이 완판됐다. 총선을 일주일 앞둔 4월3일 조국혁신당은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1위에 올라섰다. 창당 한 달 만이다. 연합뉴스·연합뉴스TV가 3월30~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하겠느냐’는 물음에 조국혁신당을 꼽은 응답자는 25%로 집계됐다. 국민의미래(국민의힘 비례 위성정당)는 24%, 더불어민주연합(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은 14%, 개혁신당 4%, 녹색정의당과 새로운미래, 자유통일당은 각각 1%로 집계됐다.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를 넘어 ‘지국비조(지역구는 국민의힘, 비례는 조국혁신당)’ 흐름까지 감지된다. 조국혁신당의 등장이 범야권의 지지층 규모를 키우는 데 이어 현 정권에 불만을 가진 일부 중도보수층 표심까지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리얼미터가 3월28~2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세가 강한 영남에서도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다. 대구·경북(TK)에서 조국혁신당 투표 의사 비율은 16.9%로, 더불어민주연합(13.6%)보다 높고 부산·울산·경남에서는 30.8%로 더불어민주연합(13.6%)보다 2배 이상 높게 집계됐다. 특히 스스로를 중도층으로 분류한 응답자 중 32.5%가 조국혁신당에 투표하겠다고 답해 중도층 상당수의 표심이 흡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총선에서 재현되면 조국혁신당은 15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범야권이 압승할 경우 ‘지민비조’로 중도층의 표심을 끌어낸 조 대표에게 공이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조국혁신당은 앞서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딸 논문 대필 의혹과 지난 대선 당시 고발사주 의혹 등을 규명하기 위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또 민주당과 힘을 합쳐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과 양평고속도로 의혹까지 밝혀내겠다는 계획이다.  정치 컨설턴트인 유승찬 스토리닷 대표는 총선 이후 조 대표의 행보와 관련해 “민주당이 압승한다면 선거의 공은 조국 대표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법 리스크 등 여러 이슈도 있겠지만 (검찰정권) 조기 종식을 걸고 선거를 치른 것이기 때문에 탄핵을 둘러싼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자연히 (조 대표는) 리더십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야권 재편을 둘러싸고 축이 하나 더 생긴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이재명 대표와 주도권을 두고 대결하는 구도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조 대표에게 현실적으로 시간이 얼마나 남았을지는 의문이다.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을 선고받은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겨둔 상태다. 조 대표 스스로도 “(실형이 확정된다면) 감옥 가야죠. 책 읽고 팔굽혀펴기 하고 스쿼트 하면서 건강 관리 열심히 해서 나와야죠”라고 선거 이후 국회의원직을 수행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왼쪽 사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연합뉴스·시사저널 임준선

이준석,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이낙연, 잠룡 낙마 가능성

일찌감치 제3지대에 자리 잡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이낙연 새로운미래 대표는 4월4일 현재까지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를 볼 때 출마 지역구에서 승리해 원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개혁신당은 제3지대 세력의 통합을 주도하다가 스텝이 꼬이면서 지지율이 고꾸라졌다. 지역구 대다수 후보의 지지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경기 화성을에서 고군분투하는 이준석 대표도 3파전으로 전개되는 지역 여론조사에서 한정민 국민의힘 후보를 따돌리고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선두를 달리는 공영운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낙선할 경우 정치생명이 끝날 수 있다는 평가에 이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낙선 경험을 예로 들며 정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보수의 대안세력을 증명해 내지 못한 만큼 이 대표가 낙선할 경우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의 원내 진입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새로운미래는 빅텐트 구축 실패에 이어 조국혁신당의 선전으로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이 대표는 호남에 지지 기반을 둔 야권 대권주자로서, 낙선할 경우 정치적 입지가 크게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4월1~2일 광주 광산을 유권자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는 14%에 그치며, 민주당 민형배(65%) 후보에게 무려 51%포인트나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스스로 ‘사법 리스크가 없다’는 점을 내세워 이재명·조국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민주당을 탈당한 데다 총선에서도 낙선할 경우 이 대표가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 입지를 계속 이어가기는 힘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