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운명 최대 승부처는 ‘세대별 투표율’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2020년 총선 민주당 압승 배경엔 40·50대 투표율 상승 있어 직전 총선 대비 무려 10%p 높아져
제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판세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3월초만 하더라도 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파장 여파로 국민의힘이 총선 승리 기세를 잡았다는 보도가 쏟아져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민주당 공천 파장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수습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판세는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 대통령실발 악재로 인식되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발언 논란, 윤석열 대통령의 대파 가격 논란,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된 의료계와의 첨예한 갈등 등 선거에 보탬이 되는 이슈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악재가 쏟아졌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리스크가 확대되던 국면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조국혁신당을 창당하며 ‘윤석열 심판론’을 부각시켰고,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이해찬 전 대표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천으로 악화되던 여론이 반전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3월 한 달 동안만 하더라도 국민의힘에서 민주당 쪽으로 판세 변화가 발생한 셈이다.
그렇다고 다 끝난 싸움일까. 그렇지는 않다.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 시점의 전화조사 방식으로 유권자들의 의견을 모은 결과다. 투표율이 반영되거나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응답하는 무당층 그리고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는 유권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포함되지 않은 조사 결과다. 가장 과학적으로 선거 판세를 가늠해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선거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잣대로 인식한다면 그것 또한 지나친 일이다. 우선 투표 의향을 물어볼 때 ‘바람직한 응답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40·50대 적극 투표층, 89.7%
시사저널이 케이스탯리서치에 의뢰해 3월18~19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서울·인천·경기 수도권 지역 유권자를 대상으로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데 투표하실 생각입니까, 아니면 투표하지 않을 생각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수도권에서 적극 투표층은 83.6%로 나왔고 가급적 투표층은 11.9%였다. 적극 투표층은 20대 65.3%, 30대 75.1%, 40대 89.7%, 50대 89.7%, 60대 89.8%, 70대 이상 93.3%로 나타났다(그림①). 전체 응답 결과 적극 투표층은 응답자 10명 중 무려 8명을 넘는다. 실제 투표율도 그렇게 될까. 역대 총선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해진다. 2016년 총선 투표율은 58%, 4년 전인 2020년 총선은 66.2%였다. 대체로 여론조사에서 구해지는 값에 -20%포인트를 하면 실제 투표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렇게 보면 20대는 45.3%, 40대는 69.7%, 70대 이상은 73.3% 정도로 조정 가능해진다.
선거 지역 여론조사로 발표된 결과를 분석해 보자. 국제신문과 부산M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3월21~24일 실시한 조사(경남 양산을 500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 ±4.4%p, 응답률 17.6%.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어느 후보를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민주당 김두관 후보 49%, 국민의힘 김태호 후보 37%로 가상대결 결과가 나왔다. 김두관 후보가 12%포인트 앞서는 수치다. 당초 낙동강벨트의 핵심 지역으로 꼽히는 경남 양산을은 초접전이 예상되거나 근소하게 김태호 후보의 우세가 점쳐졌던 곳이다. 그럼에도 여론조사 결과에선 민주당 후보가 약진하는 모습이다. 적극 투표층에서 김두관 후보가 14%포인트 더 앞서는 결과다. 연령별 지지율을 보면 40대 76%, 30대 58%, 50대 51%, 18~29세 46% 순으로 김두관 의원을 지지했다.
지지층이 얼마나 투표소 오는지가 관건
과연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대로 선거 득표율이 그대로 연결될까. 알 수 없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연령대별 투표율이 포함되지 않아서다. 아무리 40대 지지율이 높은 후보자라도 지지층이 투표소에 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실제로 2016년 20대 총선과 2020년 21대 총선의 세대별 투표율을 비교해 보면 명약관화하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 전체 투표율은 58%였다. 세대별로 보면 20대 52.7%, 30대 50.5%, 40대 54.3%, 50대 60.8%, 60대 71.7%로 나타났다. 30대 투표율이 가장 낮았다. 당시 민주당이 123석에 그친 이유는 지지층이 나오긴 했지만 아주 많이 나오진 않았던 탓이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이 비록 민주당에 1석 차로 패하긴 했지만, 122석을 차지한 것은 60대 투표율이 매우 높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20년 민주당이 무려 180석으로 압승을 거둔 배경에도 투표율이 있었다. 2020년 총선 투표율은 역대급인 66.2%나 되었다. 20대 58.7%, 30대 57.1%, 40대 63.5%, 50대 71.2%, 60대 80%였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40대와 50대는 직전 총선 대비 무려 10%포인트나 투표율이 더 높아졌다(그림②).
사전투표제로 양쪽 진영 모두 투표율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지지층이 얼마나 많이 투표소로 나서는지가 핵심이다. 2020년 방송 3사 출구조사의 심층 분석을 통해 세대별로 어떤 정당에 얼마나 투표했는지 분석해 보았다. 2020년 총선 세대별 지역구 투표 현황을 분석해 보면 20대의 절반이 넘는 56.4%가 민주당 후보자에게 투표했고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투표한 비율은 32%로 나타났다. 30대는 민주당 61.1%, 미래통합당 29.7%로 나왔고 40대는 3명 중 2명 정도인 64.5%가 민주당 후보자에게 표를 주었다. 60대 이상은 유권자 10명 중 6명 정도인 59.8%가 미래통합당 후보자에게 투표했고 32.7%는 민주당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것으로 결과가 나온다. 결국 선거 여론조사가 아니라 최종적인 투표율이 결합된 값이라야 선거 예측이 가능해진다(그림③).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의 전설적 명문 구단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주전 포수 자리를 굳건히 지켰던 레전드인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는 명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고 한다. 다 졌다고 생각한 게임에서도 단 한 방으로 전세를 역전하는 장면을 수도 없이 목격해 왔다. 누군가 선거 예측을 주저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난을 보낸다면 최고의 답변은 ‘승부처는 세대별 투표율’이라고 답할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