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부동산”…실적 바닥에 짐 싼 증권맨들

대형 증권사, 직원 줄이고 성과급 삭감 부동산PF 여파에 대손충당금 확대 기조

2024-03-20     조문희 기자
지난해 사업보고서 제출 마감 시한을 앞두고 증권사들의 실적이 속속 집계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증권사의 사업보고서를 종합하면, 관통하는 키워드는 ‘몸집 축소’다.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실적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아두고 임직원 수와 연봉을 모두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맨 평균연봉 1000만원씩 깎였다

20일 자기자본금 기준 상위 증권사 5곳이 최근 공시한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직원 수와 직원 1인 평균 급여가 모두 전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10대 증권사 가운데 현재까지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증권사는 미래에셋‧NH투자‧삼성‧하나‧대신증권 등이다. 이들 5개 증권사의 전체 증권사 수는 1만2361명으로, 전년 대비 239명 줄어들었다.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임직원 수는 3470명으로, 전년보다 115명이나 줄었다. 뒤이어 대신증권(1419명) 65명, NH투자증권(3097명) 31명, 하나증권(1789명) 25명, 삼성증권(2586명) 3명씩 줄었다. 5개 증권사 전체 직원의 연간급여 총액은 1조6500억원 상당으로, 1인당 평균 급여로 환산하면 1억3300만원이다. 이는 2022년 1인 평균 연봉 1억4500만원보다 8% 줄어든 수치다. 증권사별로 보면 NH투자증권의 1인 평균 연봉(1억3800만원)이 전년보다 21% 넘게 삭감됐다. 하나증권(1억2900만원)도 12.8% 줄었으며, 미래에셋증권(1억3400만원) 5.0%, 대신증권(1억1600만원) 4.9%씩 감소했다. 삼성증권만 유일하게 9.8% 올라 1억4500만원을 기록했다. 증권사는 연봉에서 기본급보다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 큰 편인데, 지난해 부동산 시장 침체 영향으로 관련 실적이 급감하면서 임직원 급여액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봉 상위권 직원들은 주로 부동산 관련 임직원이었으나, 올해엔 명단에서 모두 사라졌다.
서울 여의도 증권가 건물 ⓒ시사저널 박정훈

실적 깎아먹는 대손충당금, 10배 늘린 증권사도

부동산 실적 악화는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기조로도 확인됐다. 대손충당금이란 손실이 날 것을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자금을 말하는데, 회수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 채권 금액을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채권 총액이 늘어날수록 대손충당금도 같이 커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지난해 증권사 채권 총액 증가폭보다 대손충당금이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가령 삼성증권은 2022년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291억원에 불과했지만, 2023년 3257억원으로 무려 10배 늘어났다. 같은 기간 대손충당금의 기초가 되는 채권 총액은 20조원에서 16조원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이밖에 미래에셋증권도 대손충당금을 1612억원에서 2822억원으로 75% 크게 늘렸고, NH투자증권(2514억원→3259억원)과 하나증권(2007억원→2580억원)도 30%가량, 대신증권(1185억원→1397억원)은 18% 늘렸다. 다만 대손충당금이 전년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해서 각사의 재무적 위험도가 비례해 커지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보수적 충당금 적립 주문이 있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위험을 반영한 것”이라며 “대손충당금 규모나 증가율이 꼭 경영상 리스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충당금을 적게 쌓아둔 회사가 더 위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