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언주, 부산시장 보궐선거 당시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
선거 앞두고 제3자가 비용 댄 ‘이언주TV’…법조계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 의견 이언주 측 “이 전 의원과 관련 없는 사업체, 저희 이름 쓴 채널 아니겠나…사실과 다른 부분 법적 조치”
2024-03-21 이원석·김경수 기자
4·10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경기 용인정 후보로 출마하는 이언주 전 의원이 과거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앞두고 자신의 정치 활동을 홍보하기 위한 유튜브 채널 운영 비용을 제3자에게 지출하도록 해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유튜브 채널 ‘이언주TV’ 관련 업무 일체를 담당했다는 A씨는 최근 시사저널에 자신이 일한 넉 달가량 동안 이 전 의원 측이 아닌 제3자들로부터 급여 등 비용들을 제공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기간은 이 전 의원이 국민의힘 소속으로 2021년 4월에 있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때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2020년 9월부터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언주TV, 출마 위한 정치 활동으로 의심할 만한 여지 있어”
A씨에 따르면 처음 그는 과거 재직하던 업체 대표를 통해 이 전 의원을 돕는 일을 소개받아 서울에서 부산으로 거처를 옮겨 일하게 됐다. A씨는 이 전 의원과 그 측근들의 지시를 받으며 이 전 의원의 정치 활동 홍보, 부산시장 선거 관련 콘텐츠들을 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그런데 정작 A씨는 당시 월 급여 250만원과 콘텐츠 제작비뿐만 아니라 체류 등에 쓰인 부대 비용들까지도 모두 부산 모대학 교수인 B씨와 시민단체·출판사 대표 등을 지낸 C씨 등으로부터 받았다. 실제 A씨는 시사저널에 당시 본인이 제작했던 유튜브 콘텐츠 파일, 이 전 의원 및 그 보좌진과 일 관련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 B씨와 C씨로부터 급여 등 비용을 입금받은 내역 등을 제시했다. B씨와 C씨는 당시 이 전 의원과 가깝게 지냈던 인사들로 알려졌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은 ‘공직선거의 후보자 또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등 정치 활동을 하는 자에게 제공되는 금전이나 그 밖의 물건, 그 자의 정치 활동에 소요되는 비용을 뜻한다. 이에 따라 이언주TV가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앞둔 이 전 의원의 정치 활동으로 해석되면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은 정치자금에 해당할 수 있다. 즉 그 비용을 제3자가 대는 것은 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서초동에서 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언주TV의 제목, 문제가 된 시기, 방송 내용 등이 이 전 의원의 정치 활동, 특히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위한 정치 활동이라고 의심할만한 여지가 있고, 거기 소요되는 비용을 이 전 의원이 아닌 제3자가 지출한 뒤 정치자금으로 신고하지 않았다면 불법적인 기부 행위로 보아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될 소지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이언주TV 운영한 B씨 “이 전 의원 부탁으로 맡아와”
다음은 별도의 운영 주체, 사업체(제작사)가 존재한다는 이 전 의원 측의 주장이다. A씨에게 2020년 10월 급여 등 비용을 제공한 C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2020년 10월 A씨에게 급여를 제공한 것은 맞다. 당시 B씨가 운영하던 이언주TV 채널 인수 제안을 받고 일시적으로 지출했으나 수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B씨는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이언주TV의 운영을 맡은 것은 맞다고 시인하면서도 “(이언주TV와 관련해)법인을 만든 적 없고, 사업자 등록을 낸 적도 없다. (별도의 사업체라는 건)이 전 의원 측의 주장”이라고 했다. 또 B씨는 이언주TV 운영을 맡게 된 배경과 관련해 “이 전 의원을 돕기 위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할 줄 알고 시작했지만 내 돈이 그렇게 크게 들어가는 줄은 몰랐다”라며 “한 달에 700~800만원을 몇 달 쓰면서 버티다 안 되겠다 싶어서 이 전 의원에게 포기 의사를 밝혔다”고 설명했다. B씨는 2020년 11월 C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제가 (유튜브 채널 운영을) 맡을 때 (유튜브 수익이) 5만원 수준인 걸 알고도 이언주 (전) 의원의 부탁으로 맡아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과 관련이 없는 사업체’라는 이 전 의원 측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이다. 앞의 검사 출신 변호사는 “해당 유튜브 방송을 소유한 별도의 법인이나 사업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B씨가 이 전 의원의 부탁을 받아 정치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여러 비용들의 지출을 대신한 게 사실이라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여지가 더 커진다”고 봤다. 또 다른 정치자금법에 밝은 경력 20년차의 변호사는 “설사 다른 제작사나 운영 주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적으로 해당 유튜브 담당자가 직접적으로 이 전 의원의 정치 활동을 조력하기 위한 목적으로 일한 것이라면 이 전 의원이 비용을 지출했어야 하는 것이지 제3자가 지출한 것은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다. 시사저널은 관련 내용에 대해 이 전 의원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본인과는 닿지 않았다. 다만 이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시사저널에 “사실과 다른 부분에 대해선 혹시라도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강력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