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두번은 못 해”…둘째 아이 10만 명도 안 낳는다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10만 선 붕괴 최근 육아 경험자의 ‘저출산’ 현상 심화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 아래로 추락했다. 이미 출산과 육아를 경험한 부모들이 현실의 '쓴맛'을 느끼고 둘째 출산을 포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전년보다 1만2448명 줄어든 9만17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10만 명을 밑돌았다. 2000년 33만6000명이었던 둘째 이상 출생아 수는 2004년 처음으로 첫째아 수에 추월당했고 격차는 매년 더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첫째와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격차는 4만6600명으로 집계됐다. 2019년 약 2만2000명에서 5년 만에 두배 이상 벌어진 것이다. 2018년 15만3656명을 기록한 둘째 이상 출생아는 5년 만에 40.0% 급감했다. 같은 기간 첫째아 감소 폭(20.0%)의 두배를 웃도는 속도다.
둘째 이상 출생아 수 감소는 출산·육아를 경험한 부모의 '저출산' 현상이라는 점에서 첫째아 감소세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애초 출산·육아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진 부모들이 '현실 육아'를 경험한 뒤 출산을 포기하는 현상이 반영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으로 생긴 커리어 공백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경제적인 문제도 상당하다. 부모 급여 등 국가 지원이 늘고 있지만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맞바꿔야 하는 소득 감소분을 대체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역부족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이 상승하는 점도 둘째 이상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이유로 꼽힌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출산연령은 33.6세로 매년 상승하고 있다. 둘째아 평균 출산연령은 34.4세로 첫째아(33.0세)보다 1.4세 많았다. 출산연령이 올라갈수록 일과 육아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워킹맘'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박진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첫째 출생아 수 감소가 결혼 건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면 둘째 이상은 고된 육아 경험이 더해진 결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