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장서 母子 살해 후 자택 찾아가 남편도 해쳐
호주 경찰 범행 동기 수사 중…교민사회 “충격적”
2024-02-22 이혜영 기자
호주 시드니에서 40대 한국계 태권도 사범이 한인 일가족 3명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해 교민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22일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날 법원에서 3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국계 호주시민권자 유아무개(49)씨와 관련한 첫 심리가 열렸지만 1분 만에 종료됐다. 범행 과정에서 다쳐 병원에 입원 중인 유씨는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경찰은 유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앞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SW)주 경찰국은 전날 유씨가 지난 19일 자신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수강생이던 7살 소년과 소년의 모친 조아무개(41)씨를 차례로 살해한 데 이어 남편 조아무개(39)씨에 대한 살인을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고 발표했다.
일가족의 죽음은 남편 조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 직장 동료 등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드러났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20일 오전 10시30분께 조씨가 거주하던 노스 파라마타 인근 볼컴 힐스의 주택으로 출동, 이곳에서 흉기에 찔린 채 숨져 있는 남편 조씨를 발견했다.
조씨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가족의 행방을 추적했고 같은 날 12시30분께 같은 지역 태권도장에서 모자(母女)의 시신을 발견했다. 이들 시신에서는 목이 졸린 흔적이 나왔다. 경찰 조사 결과 숨진 남자 어린이는 태권도장 수강생으로, 유씨 제자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병원에 입원해 있던 그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피해자들의 사망 추정 시각을 19일 오후 5시50분~6시30분으로 보고 있다. 유씨가 여성과 아이를 먼저 목 졸라 살해한 뒤 사망한 조씨 차량을 타고 볼컴 힐스에 있는 남편 조씨를 찾아가 추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남편 조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가슴과 팔, 배에 자상을 입은 유씨는 범행 후인 19일 오후 11시50분께 시드니 서부 웨스트미드 병원에서 수술과 치료를 받았다. 당시 의료진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유씨는 "슈퍼마켓 주차장에서 공격 받았다"고 진술하며 범행을 은폐했다. 유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주시드니 한국 총영사관은 사망한 일가족 3명은 모두 한국계 호주 시민권자라고 설명했다. 영사관은 한국에 거주 중인 아내 조씨의 가족에 연락, 조력을 제공할 방침이다.
교민사회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유씨가 운영하던 태권도장에 자녀를 보내던 한 학부모는 지역 언론에 "유씨가 조씨 부부와 아이까지 살해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20년 간 지역 건설업에 종사해 온 남편 조씨의 직장 동료들은 참극에 "매우 성실하고 존경받던 동료를 잃었다"며 "충격적이고 슬프다"고 사망한 피해자들을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