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만분의 1 확률로 태어난 다섯쌍둥이의 ‘기적’…육아는 ‘현실’
[인터뷰] 다섯쌍둥이 키우는 육군 서혜정 소령·김진수 대위 부부
2024-02-23 정윤경 기자
6500만분의 1 확률 출산 기적…“백 번 천 번 잘한 일”
“자기야, 큰일 났어. 아기집이 다섯 개 보인대.” 2021년 4월 어느 날, 혜정씨는 초음파 사진으로 다섯쌍둥이를 보고 남편 진수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단 많이 먹자. 많이 먹고 잘 키우자”는 진수씨의 씩씩한 대답에, 혜정씨는 다섯쌍둥이 출산이라는 굳은 결심을 하게 됐다. 처음 간 병원에서는 산모의 건강을 우려해 ‘선택적 유산’을 권했다. 혜정씨는 “다섯 명의 심장소리를 듣는 순간 모두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출산이 임박한 28주 무렵 혜정씨는 일반적인 만삭 배를 넘어섰다. 진수씨는 양손을 내밀어 깍지를 끼면서 “배가 이만큼 나왔었다”고 회상했다. 출산 당일 제왕절개수술을 위해 투입된 의료진만 30명이 넘었다. 극소 저체중아로 태어난 다섯쌍둥이는 중환자실 신세를 지다 둘째 수현양의 퇴원을 끝으로 생후 103일 만에 완전체로 모이게 됐다. ‘기적’과도 같은 출산 끝에 부부는 육아라는 ‘현실’을 마주했다. 당장 다섯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출산 후 남편 진수씨에게 주어진 출산휴가는 고작 열흘뿐이었다. 결국 창원에 살던 다섯쌍둥이의 친할머니가 올라와 인천에 있는 부부의 집에서 함께 살게 됐다. 평일에는 어린이집 하원 후 4시부터 저녁 9시까지 돌봄 선생님이 아이들을 돌봐주기로 했다. 정부로부터 일정 금액을 지원받아 부부가 부담하는 돌봄 서비스 비용은 월 30만원 정도다.“대출 지원, 소급 적용해야…다둥이 낳게끔 환경 조성”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다섯쌍둥이의 식비와 생활비도 큰 부담이다. 혜정씨는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스마트폰도 한 대씩 사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섯쌍둥이에게 매달 들어갈 교육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혜정씨는 “학원은 아예 못 보낼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부부는 1명당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받는다. 혜정씨는 “이마저도 어린이집 활동비로 다 나간다”고 했다. 부부는 신생아 출산가구에 대해 주택 구입자금 대출이자율을 추가 감면해 주는 디딤돌대출 혜택을 받지 못했다. 디딤돌대출 소득 조건이 부부 합산 연 8500만원 이하이기 때문이다. 신생아 특례대출의 부부합산 소득요건은 이보다 나은 연 1억3000만원이지만, 부부는 정책 시행 이전에 출산해 소급 적용을 받지 못했다. 진수씨는 “우리는 7인 가구인데 부부 소득만을 기준으로 대상을 정하면 어떡하나”라면서 “대출은 삶과도 직결되는 큰 문제인데 신경을 써줘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혜정씨도 “정책이 발표된 당해에 태어난 아이들에게만 지원할 게 아니라 이미 태어난 아이들에게도 소급 적용해 줘야 한다”면서 “첫째를 낳은 사람이 둘째도 낳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부는 육아휴직에 대한 고민도 털어놨다. 남자도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닌 ‘의무’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진수씨는 “육아휴직은 당연히 쓸 수 있는 권리인데 선택 사항으로 하면 쓰는 사람만 쓰게 된다”고 지적했다. ‘진급’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진수씨는 “야근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사람과 육아휴직도 쓰고 ‘칼퇴’하는 사람을 비교해 보면 상급자는 누구를 진급시키겠느냐”며 “하나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실적인 문제에도 부부는 다섯쌍둥이 출산에 대해 “백 번 천 번 잘한 일”이라고 거듭 말했다. 진수씨는 “왜 (아이를) 안 낳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힘들긴 하지만 나와 닮은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며 “가족들끼리 모일 일이 잘 없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 모임 횟수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진수씨가 “오둥이 동생도 생각하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자 혜정씨는 “그럴 일은 없다”고 딱 잘랐다. 그러면서도 혜정씨는 “새로운 행복은 낳아봐야 아는 것”이라며 “다섯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이 없지만 커가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이 점점 말문도 트이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진다”며 “또 어떤 새로움을 우리에게 안겨줄지 매일매일 기대된다”고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