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당후곰’은 옛말…무턱대고 청약 넣었다간 ‘이렇게’ 된다
고분양가 논란에 청약 ‘옥석 가리기’ 심화…‘당첨 후 취소’ 속출 무시 못할 페널티…최장 10년 재당첨 제한에 특공 기회 사라져
최근 고분양가 논란으로 청약 시장의 옥석 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 주변 시세 대비 저렴하지 않다는 평가를 듣는 단지를 중심으로 계약 취소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청약 당첨 후 포기할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는 점이다. 최장 10년간 재당첨이 제한되고 특별공급이라면 기회를 아예 잃게 된다. 이제는 ‘선당후곰(선 당첨 후 고민)’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국형은 10억이 기본”…현실 된 ‘고분양가’ 논란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달 서울에서 1순위 청약을 받는 아파트 3곳의 중소형 평형 분양가격이 모두 10억원을 넘겼다. 성동구 용답동 ‘청계리버뷰자이’ 전용 59㎡ 최고가가 10억4420만원, 마포구 아현동 ‘마포 푸르지오 어반피스’는 11억4330만원, 강서구 발산동 ‘삼익더랩소디’는 전용 44㎡가 11억원에 책정됐다.
이들 단지 뿐만 아니라 최근 분양 시장에선 고분양가 논란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수도권에선 ‘국민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 타입의 분양가가 10억원 미만인 곳을 찾기 어렵다. 지난달 분양한 서울 도봉구 ‘도봉 금호어울림 리버파크’가 드물게 10억원 미만이었지만, 이마저도 최고가 9억원으로 책정됐다. 상대적으로 서울 외곽이란 평가를 받는 곳인데도 국평의 분양가가 10억원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이에 뒤늦게 청약의 장점이 없다는 점을 깨닫고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평을 듣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가 대표적이다. 이 단지는 일반공급 당시 14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계약 취소가 줄을 이었고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갔다. 경쟁률이 25대 1이었던 구로구 개봉동 ‘호반써밋개봉’과 78대 1이었던 성북구 보문동 ‘보문센트럴아이파크’ 등에서도 미계약이 대거 발생했다.
“기회 영영 잃는다”…‘묻지마 청약’ 주의보
청약에 당첨됐지만 계약을 포기한 경우라면 페널티를 받게 된다. 일단 한 번 당첨된 청약 통장은 다신 사용할 수 없다. 계약을 취소하고 다음 기회에 도전하려면 청약 통장에 새로 가입해야 한다. 청약을 신청하려면 지역에 따라 가입 1~2년, 월 약정납입금 12~24회 등 요건을 채워야 한다. 자격 조건을 충족하기 전까진 최장 2년 동안 청약을 신청할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특별공급에 당첨됐다 취소한 경우라면 기회는 영영 사라진다. 특공은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사회계층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해주는 취지라, 당첨 횟수를 1세대당 평생 1회로 제한한다. 특공 유형으로는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 청년, 기관 추천 등이 있다.
단 내년부터는 부부가 청약에 중복 지원할 수 있게 돼, 배우자가 결혼 전에 특공에 당첨된 적이 있더라도 특공을 신청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이 같은 내용의 공공주택 특별법 시행규칙을 입법 예고했다. 당국은 이른바 ‘혼인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해 결혼 전 배우자의 청약당첨이나 주택소유 이력을 청약요건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분양 단지의 지역에 따라서도 페널티가 달라진다. 투기과열지구에서 공급되거나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 단지라면 최장 10년 동안 다시 당첨될 수 없다. 다만 현재 투기과열지구는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4개 지역만 해당한다. 나머지 비규제지역에서 공급되는 민영주택은 재당첨 제한을 받지 않는다. 또 예비 당첨자의 경우에는 동호수 추첨 이전까지는 포기하더라도 페널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