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입적’ 충격 빠진 조계종…사인 미스터리 속 “검시말라” 메모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 화재 현장서 법구 발견 “CCTV에 모두 녹화…미안하다”, 경찰 필적 감정
2023-11-30 이혜영 기자
'검시 말아달라. 미안하다' 메모 발견…합동감식
자승스님은 입적 당시 요사채에 혼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이 날 당시 요사채에 자승스님 외 3명이 함께 있었다는 일부 보도와 관련해 조계종은 "(CCTV)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며 자승스님께서 혼자 입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요사채와 떨어져 있는 다른 건물에는 주지스님과 직원 등 4명이 있었고 이들은 화재 직후 모두 대피했다. 화재 현장 인근 차량에서는 '검시를 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유서로 추정되는 메모지에는 "검시할 필요 없다. 제가 스스로 인연을 달리할 뿐이다. CCTV에 다 녹화돼 있으니 번거롭게 하지 마시길 부탁한다" "민폐가 많았다. 미안하고 고맙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부검과 함께 해당 메모의 필적 감정 등을 의뢰한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절차상 정확한 신원 확인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자승 스님이 기존에 사용하신 물건과 DNA 대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초저녁에 발생한 화재에서 자승스님이 대피를 하지 못한 이유와 스스로 입적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수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합동 감식에 돌입했다.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도경 과학수사과, 안성경찰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기관 17명이 감식에 투입됐다. 합동감식팀은 최초 발화점과 소훼 형태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찾는 데에 주력할 방침이다.총무원장 지낸 실세…입적 직전까지 왕성한 활동
자승스님은 조계종 33대·34대 총무원장을 지낸 종단 고위 인사다. 1954년 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1972년 해인사에서 지관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74년 범어사에서 석암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제30대 조계종 총무원장 정대스님의 상좌도 지냈다. 동화사, 봉암사 선원 등에서 안거 수행하고 수원 포교당, 삼막사, 연주암 주지 등을 역임했다. 1986년부터는 총무원 교무국장으로 종단 일을 시작했다. 이후 총무원 재무부장, 총무부장 등을 지내고 조계종 중앙종회의원을 4선 했다. 2006년 14대 전반기 중앙종회에서는 의장을 지냈다. 그는 지난 2009년 55세에 역대 최고 지지율로 조계종 33대 총무원장으로 선출됐으며, 2013년 연임에 성공했다. 2022년에 상월결사를 만든 뒤 부처의 말씀을 널리 퍼뜨리는 전법 활동에 매진해왔다. 자승스님은 총무원장 퇴직 후 최근까지도 강한 포교 의지를 드러내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왔다. 조계종 기관지인 불교신문에 따르면, 그는 지난 27일 다음 순례 계획에 관한 질문에 "앞으로 내가 주관하는 순례는 없을 것 같다"면서도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갑작스러운 자승스님 입적 소식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화재 현장에서 자승스님 법구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총무원 주요 부서 직원들이 야간에 소집되는 등 긴박한 상황이 펼쳐졌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장례를 엄수하기로 했다. 장례는 종단장 규정에 따라 입적 일을 기점으로 5일장으로 행한다. 영결식은 장례 마지막 날인 12월3일 오전 10시로 예정돼 있다. 다비는 자승스님의 소속 본사인 용주사에서 실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