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자문위원 김이태 교수, 사우디 겨냥 공개 발언 파장
“사우디 국민 시선 메가 이벤트에 돌려 충성·지지 확보 누리기 위한 것”
2023-11-29 이혜영 기자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에 고배를 마신 한국이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한 켠에서 승자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개 저격하는 발언을 쏟아내 논란이 일고 있다. '금전 투표'를 명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사우디는 물론 해당국을 지지한 국가들에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란 평가다.
논란이 된 발언은 28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사우디 리야드(119표 획득)가 2030년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됐다는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불거졌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현장에 있던 김이태 부산대 관광컨벤션학과 교수는 회의장을 빠져 나온 뒤 언론 인터뷰에서 투표 결과에 대해 "사우디는 오일머니 물량 공세를 통해 2030년까지 4300조원 투자를 통해 리야드를 건설하고자 했다"며 "엑스포 개최를 위해 10조원 이상 투자를, 저개발 국가에다 천문학적 개발 차관과 원조기금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금전적 투표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주요 패인으로 "리야드의 왕권 강화를 통한 국가 이미지 쇄신과 자국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제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사우디 비전 2030"을 꼽으면서 "사우디 국민의 시선을 엑스포 유치와 동계올림픽 등 여러 메가 이벤트에 돌려 국민의 충성과 지지 확보를 누리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이 전해지면서 김 교수의 발언이 외교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정치권과 정부 관계자들이 '오일머니에 밀린 것'이란 분석을 내놓긴 했지만, 총회 현장에서 공개적으로 상대국을 향해 이 같은 발언을 한 것은 심각한 외교 결례라는 것이다.
사우디를 '돈으로 표를 산 나라', 사우디 지지 국가들을 '돈에 매수 당한 나라'로 규정한 것으로 비춰지는 대목이어서 향후 갈등의 불씨를 남겼다는 비판이 커진다.
전 정권 겨냥 "尹정부 출범 후에야 본격 유치…뼈아픈 대목"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선넘은 '남 탓'이 국제 행사 유치와 외교에서도 드러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29표 획득'이라는 초라한 성적 앞에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민 여러분의 열화와 같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송구스럽다"며 "그동안 지원해 주신 성원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결과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이고 유치 활동을 위해 182개국을 다니며 얻은 외교적 자산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며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응답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송구하고 아쉽다면서도 "엑스포 유치를 국가사업으로 정해놓고도 사우디보다 1년이나 늦게, 윤석열 정부 출범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선 점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고 전 정부를 겨냥한 평가를 내놨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엑스포 유치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여당 주장과 궤를 함께 하는 것으로 읽힌다.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안타깝게도 문재인 정부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사우디에 비해 늦게 출발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기업이 총력을 다해 원팀으로 뛰는 모습은 전 세계에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9일 부산의 엑스포 유치 실패에 "민관이 원팀으로 치열하게 노력했지만,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며 "밤늦게까지 결과를 기다리고 부산 유치를 응원해주신 부산 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위로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