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걷다 참변…‘압구정 롤스로이스 돌진’ 20대 피해자 끝내 사망
8월5일 뇌사 상태 빠진 피해 여성, 지난 25일 새벽 숨져 檢, ‘도주치사’로 혐의 변경…가해자 여전히 일부 혐의 부인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에 치어 뇌사에 빠졌던 피해자가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결국 숨졌다.
사고 피해자인 20대 여성 배아무개씨의 법률 대리인은 27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25일 새벽 5시께 피해자가 혈압 저하로 인한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배씨의 유해는 고향인 대구 인근의 납골당에 안치됐다.
피해자 가족에 따르면, 배씨는 사고 후 병원으로 이송됐을 당시 의료진에 "살려달라"고 말하는 등 의식이 있었지만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고 사고 사흘 후 8월5일 새벽께 뇌사 상태에 빠졌다.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검찰은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가해자 신아무개(28)씨의 혐의를 특가법상 도주치사 등으로 변경해 달라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신씨는 지난 8월2일 오후 8시10분께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로 돌진, 배씨를 뇌사 상태에 빠트리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상 등)로 지난 9월 구속 기소됐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11시∼오후 8시 인근 성형외과에서 시술을 빙자해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차례 투여받고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약 100m 가량 차를 몰다 사고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과거 두 차례 마약 전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 구조를 위해 행인들이 몰려든 상황에서도 차량 안에서 휴대폰을 만지는 등 적절한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후 신씨는 차량에 깔린 피해자를 방치한 채 사고 현장을 이탈, 약물을 투여 받은 성형외과로 이동했다. 신씨는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은 채 성형외과를 찾은 데 대해 구조를 요청하러 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씨는 사고 당일 경찰에 체포됐지만 이튿날 석방됐고 이로 인해 경찰의 '봐주기 수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신씨 몸에서는 케타민 등 7종의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검출됐다. 신씨는 모두 의료 목적으로 처방, 투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사고 9일 뒤 신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틀 뒤 구속됐다.
신씨는 지난달 1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서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도주의 범의(범행 의도)를 갖고 현장을 이탈한 게 아니다"며 도주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신씨가 병원 측과 약물 투약과 관련해 말을 맞추기 위한 목적으로 현장을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씨 기소 당시 검찰은 "극심한 피해를 당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공소유지 및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하고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