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밟는 지뢰? 김기현의 ‘인요한 딜레마’
‘尹心’ 업은 인요한 ‘불출마‧험지 출마’ 압박에 김기현 ‘난색’ 親尹계 반발 속…“혁신위 좌초돼도, 성공해도 金 용퇴” 전망도
2023-11-15 박성의 기자
‘거침없는’ 인요한에 김기현 ‘브레이크’
15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최근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에는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원들의 전언을 통해 당 지도부를 향한 혁신위의 불만, 나아가 ‘혁신위 조기 해체 가능성’까지 보도되자 이 같은 ‘생중계식 발언’을 자제하자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여당 지도부와 혁신위 간의 갈등설은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되레 갈등이 점차 증폭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당초 김기현 대표에게 쏠려있던 ‘윤심’이 ‘중진 불출마’를 제안한 인 위원장에게 가 있다는 추측이 이어지면서다. 인 위원장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에 직접으로 연락 온 건 아니고,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거를 소신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우리 당과 우리가 필요한 거를 그냥 거침없이 해라’ 이런 신호가 왔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당 지도부·친윤 핵심·중진 의원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안과 관련해 “조만간 움직임이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며 “이분들은 대한민국 반역자도 아니고 각을 세우는 사람들도 아니고 나라를 사랑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과의 갈등설을 부인하면서도, 혁신위발(發) 쇄신안이 정치 뉴스를 뒤덮는 상황에 대해선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날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요한 혁신위’를 향해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또 그것이 번복되거나 혼선을 일으키는 모습은 혁신을 위해서도, 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당의 체질을 개선하고 당의 면모를 일신하기 위해서 발전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존중한다”면서도 “총선은 단편 예술작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작품이다. 당을 중심으로 지도부가 총선을 종합 예술 차원에서 잘 지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혁신 실패해도, 성공해도 비대위?
당장 김 대표와 인 위원장의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해산한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여당 혁신위가 밟게 되면, 인 위원장 개인뿐 아니라 혁신위에 전권을 위임한 김 대표에게도 적지 않은 타격이 가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문제는 혁신위가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를 간판 과제로 내세운 상황에서 그 당사자로 김 대표가 지목됐다는 점이다. 즉, 혁신위가 성과를 내기 위해선 김 대표의 불출마‧험지 출마 결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해석인데, 이를 받아들이면 김 대표는 4선을 한 ‘울산 남을’을 떠나야 한다. 개인에게도 쉽지 않은 선택이지만, 이렇게 되면 인 위원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TK(대구‧경북) 의원들이 김 대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TK 지역구 의원실 관계자는 “인 위원장이 ‘이거 안 밟으면 우리 다 죽어’라며 김 대표에게 지뢰를 밟으라고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지뢰를 밟는 순간 김 대표는 중상을 입게 되는데, 그렇다고 당이 살 것이란 확신도 없으니 김 대표가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혁신위가 당 쇄신을 성공적으로 마쳐도 ‘김기현 지도부’가 총선을 지휘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대표가 험지 출마, 총선 불출마를 결단해도 전국구 선거를 지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에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한 1~2주 시한 내 김기현 당대표는 쫓겨난다고 본다”며 대안이 ‘한동훈 비대위’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신평 변호사는 지난달 30일 KBS라디오 《최강시사》에 출연해 ‘만약 인요한 혁신위의 성과가 좋아서 당에 어떤 혁신이 왔다하더라도 김 대표는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된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한 뒤, “김 대표가 지금 이 상황을 극복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어려운 것이고, 혁신위가 잘해서 그 성과를 김 대표가 그대로 향유한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