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인요한에 ‘영어’·“안철수씨” 고함에 인성 논란 번져
“개인감정으로 선 넘어” “상대가 먼저 무례…통쾌해”
2023-11-08 구민주 기자
국민의힘 안팎에서 이준석 전 대표를 둘러싸고 ‘인성 논란’이 번지고 있다. 최근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안철수 의원에게 보인 그의 언행을 두고 당 인사들이 “선을 넘었다”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이 전 대표는 상대의 무례한 태도에 대응했을 뿐이라며 ‘지나친 공격’이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이 같은 인성 논란이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이 전 대표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거란 우려 섞인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6일 안철수 의원과 이준석 전 대표가 여의도 한 식당의 옆방에서 각각 기자들과 점심을 먹다 신경전을 벌인 사실이 7일 알려졌다. 양측 관계자들에 따르면, 안 의원은 일행들에게 지난 4일 이 전 대표가 부산을 찾아온 인요한 위원장에게 영어를 사용해 비판한 점을 문제 삼았다.
안 의원은 4일 이 전 대표가 인 위원장을 향해 ‘닥터 린튼’(Dr. Linton) ‘미스터 린튼’(Mr. Linton)으로 호칭하고 영어로 말을 이어간 것을 두고 ‘인 위원장을 우리 구성원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혐오 발언’, 즉 ‘헤이트 스피치’라고 비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밖에도 그는 당 최고위원회가 이 전 대표 징계를 취소한 점, 또 이 전 대표와 가까운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이 자신에 대한 ‘건강 이상설’을 언급한 점 등도 비판했다.
그러자 옆방에 있던 이 전 대표가 “안철수 씨 조용히 하세요”, “안철수 씨 식사 좀 합니다”라며 여러 차례 고함을 쳤다. 잠시 정적이 흘렀지만 이내 안 의원은 “내가 못할 말 한 건 없지” “모두가 이준석을 싫어한다”는 식의 얘기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해프닝이 알려지자 당 안팎에선 여러 갈래의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인 위원장을 향한 이 전 대표의 ‘영어 저격’을 두고 ‘인종차별’ 논란이 불거지던 터라, 당내 여러 인사들이 이 전 대표의 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8일 채널A에 출연해 안 의원을 향한 이 전 대표의 대응을 ‘추태’라며 맹비난했다. 그는 “옆방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한다고 고성을 지르면서 아버지뻘인 안철수 의원에게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니다”라며 “기분이 나쁘면 헛기침을 하면 되지 몇 번이나 소리 지르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 추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과 정치 생명을 걸고 뜻을 함께할 사람들이 모일까. 이 식당 사건이 이준석 신당이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깎아내렸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역시 7일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이 전 대표가 윤핵관과 안철수 의원을 향한 사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본인보다 나이 드신 분(인 위원장)이 먼 길까지 찾아왔으면 정중하게 ‘사실 제 뜻은 이런 겁니다’라고 설명하면 되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며 “이런 모습 때문에 정치적으로 상당부분 고립됐다”고 말했다.
반면 이 전 대표 태도를 향한 당 안팎의 비판이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8일 통화에서 “인요한 위원장이 먼저 사전 협의도 없이 행사장에 찾아온 점, 그리고 안철수 의원이 기자들 앞에서 먼저 자신을 비난한 점에서 상대방이 먼저 무례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표의 표현이 다소 직설적일 순 있지만 그렇다고 인종차별을 운운하거나 ‘나이도 어린 게’라며 비난하는 건 지나치게 밉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른바 ‘이준석 인성론’ ‘이준석 싸가지론’은 2012년 이 전 대표가 이른 나이에 정계에 입문하면서부터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었다. 특히 지난 대선을 거치며 윤 대통령을 비롯해 ‘윤핵관’들과 거듭 언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 전 대표는 무례하고 싸가지 없다는 공세를 꾸준히 받아왔다.
하지만 이러한 이 전 대표의 태도가 그가 정치인으로서 특히 젊은층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란 평가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에 출연해 이 전 대표를 향해 ‘싸가지 없는 정치’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그래서 인기가 있는 것”이라며 “보수에선 발칙하고 싸가지 없다고 싫어하지만 2030 입장에선 본인들을 잘 대변한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성세대와 싸우며 성장하는 2030세대들이 보기엔 통쾌한 것”이라며 “(당은) 젊은 세대를 이끌어 들이기 위해서라도 우리 길을 따르라고 할 게 아니라 2030의 길을 인정하고 연합하는 연대하는 지분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러한 인성 논란이 반복될 경우 향후 이 전 대표의 정치 여정에 도움이 되지 않을 거란 지적도 제기된다. 비윤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한 인사는 이날 통화에서 “여론은 어쩔 수 없이 ‘어른’에게 맞서는 모습을 무례하게 볼 수밖에 없다”며 “이 전 대표가 때로 억울하더라도 차기 정치 지도자로 성장해나가기 위해선 자신을 둘러싼 여러 비판과 조언들을 새겨듣고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