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한 가운데 외교부는 깊은 유감을 표했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일본의 과거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전쟁 범죄자를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에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급 인사들이 또다시 공물을 봉납하거나 참배를 되풀이한데 대해 깊은 실망과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추계 예대제(例大祭·제사) 기간 일본 측 주요 인사들의 참배와 공물 봉납 동향을 주시해 가며 대응해 나갈 예정”이라면서 “일본의 책임있는 지도자들이 역사를 직시하고 과거사에 대한 겸허한 성찰과 진정한 반성을 행동으로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부터 19일까지 진행되는 추계 예대제를 기념해 ‘내각총리대신 기시다 후미오’ 명의로 ‘마사카키’라는 공물을 봉납했다. 다만 추계 예대제 기간 중 야스쿠니 신사를 직접 참배할 일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내 내전과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사망한 246만6000여 명의 영령을 추모하는 곳이다. 이들 영령 중 213만3000여 명이 태평양 전쟁 관련자로 알려졌다. 극동 국제군사재판에 따라 사형당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 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공간이기도 하다.
일본 현직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사례는 지난 2013년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마지막이었다. 이후 현직 일본 총리에 의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아베 전 총리는 임기 당시 봄, 제사, 가을 제사, 패전일(8월15) 때마다 공물 혹은 공무 비용을 봉납해 왔다.
반면 일본 현직 고위급 관리와 정치인들에 의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이번에도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 등 장관급 각료 3명이 직접 신사를 참배했고, 오는 18일엔 일본 여야 의원들의 집단 참배도 이뤄질 것으로 보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