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명 연쇄 살인 유영철, 신혼부부 엽총 살해한 정형구 이감
법무부, 이감 전 사형 집행 시설 점검하는 등 배경에 촉각
2023-09-25 이혜영 기자
사형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인 연쇄 살인범 유영철과 신혼부부 살해범 정형구가 서울구치소로 이감됐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형 미결수들이 서울구치소로 모이게 되면서 향후 형 집행 가능성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 교정 당국은 지난주 유영철을 대구교도소에서 서울구치소로 옮겼다. 유영철은 노인과 부녀자 등 21명을 연쇄 살인해 사형을 선고받고 미집행 상태로 수용 중이다.
유영철과 함께 서울구치소로 이감된 정형구는 1999년 1월 강원도 삼척에서 신혼부부를 엽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정형구는 피해자 부부가 탄 차량이 먼지를 내며 자신이 탄 차를 추월했다는 이유로 잔혹 살해했다.
서울구치소에는 강호순과 정두영 등 연쇄 살인을 저지른 다른 미집행 사형수들이 수용돼 있다. 이번 이감 조치로 유영철과 정형구까지 더해지면서 연쇄 살인범들이 한 곳으로 집중 수감되게 됐다.
지난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사형 집행시설 점검을 지시한 후 이감이 진행되면서 배경을 둘러싼 여러 해석이 뒤따른다.
한 장관 지시로 법무부가 서울구치소·부산구치소·대구교도소·대전교도소 등 사형 집행시설을 보유한 4개 교정기관을 점검한 결과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시설을 갖춘 곳은 서울구치소가 유일했다고 한다. 사형은 교정시설의 사형장에서 집행하게 돼 있다.
유영철이 기존에 수감돼 있던 대구교도소의 경우 조만간 다른 곳으로 이전할 예정인데, 이전 교도소 내부에는 사형 집행 시설을 만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법무부는 한 장관 지시로 유영철과 강호순 등의 피해자 유족이 가해자 측으로부터 제대로 보상을 받았는지 등 실태도 조사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연쇄 살인범들을 서울구치소로 이감한 데 대해 "교정 행정상 필요한 조치"라고만 설명했다.
한국은 1997년 12월30일 23명의 사형을 집행한 이후 사형 집행에 나서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현재 사형 확정 후 미집행 된 수감자는 59명이다.
한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지난 어떤 정부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며 "(사형 집행은) 주권적 결정이며 사형의 형사 정책적 기능이나 국민 법 감정, 국내외 상황을 잘 고려해 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