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치료비 요구에 2019년 4월부터 8개월 간 입금
도교육청, 진상조사 결과 토대로 경찰에 수사 의뢰
2023-09-21 이혜영 기자
의정부 호원초등학교에 근무하다 숨진 고(故) 이영승 교사가 생전에 50만원씩 8번에 걸쳐 총 400만원을 '페트병 학부모'에 송금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 치료비를 명목으로 끈질기게 이 교사에게 돈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교사를 비롯해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다 숨진 동료 교사 사망 사건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도교육청은 2년 전 잇달아 발생한 호원초 교사 사망 사건 관련 학부모의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도교육청이 조사한 내용을 검토 중인 경찰은 조만간 교사 사망 당시 학교 관계자들을 상대로 주요 민원 내용과 학교 조치 사항 등 전반적인 사안을 확인할 방침이다. 악성 민원을 제기한 의혹이 있는 학부모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도교육청은 구체적으로 2021년 12월 숨진 이영승 교사가 학교 재직 때뿐 아니라 입대 이후에도 학부모로부터 지속해 민원성 연락을 받은 경위를 수사해 달라고 의뢰했다.
이 교사는 2016년 부임 첫해 학생이 교실에서 커터칼로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고와 관련해 군입대 이후까지 수 년에 걸쳐 학부모로부터 보상 요구를 받았다.
MBC 보도에 따르면, 페트병 사건 학부모인 A씨는 아이 손 치료를 위해 학교 안전공제회로부터 141만원을 보상금으로 수령했지만 이 교사가 군에 입대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추가 치료비와 수술비를 요구했다.
이 교사 전역 이후인 2019년 4월17일 월급 당일 계좌에는 50만원이 송금된 내역이 찍혔고, 이 같은 송금은 8개월 동안 계속됐다. 이 교사가 총 400만원의 돈을 보낸 사람은 페트병 사건 학생 어머니인 A씨였다.
이 교사는 군에 복무하던 중 학교로부터 '치료비나 돈을 주든지 학교로 전화 안오게 하라'는 취지의 합의를 종용받았다고 한다. 때문에 이 교사는 2018년 2월부터 6월까지 수 차례에 걸쳐 휴가를 내고 학부모를 직접 만나기도 했다. 군 입대를 전후한 학부모의 민원은 이 교사가 사망한 2021년까지 계속된 걸로 추정된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호원초에 근무하다 2021년 6월과 12월 6개월 간격으로 사망한 고(故) 김은지, 이영승 교사 관련 조사 내용을 발표한다.
도교육청은 지난 8월 두 교사의 사망이 알려진 이후 합동 대응반을 꾸리고 유족과 교원단체가 문제 제기한 학부모 악성 민원과 학교 축소 보고 여부, 극단적 선택 원인 등을 조사했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의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서울 소재 관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