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응준 작가의 존재감은 한국 문화계에서 독특하다. 영화와 소설, 시를 넘나드는 모습은 《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를 집필한 중국인 작가 다이쓰제(戴思杰)와 비슷하다. 이번에 출간된 산문집 《고독한 밤에 호루라기를 불어라》에는 그런 그의 탐미주의적 성격이 잘 녹아있다.
산문집은 곁에 있는 두 존재의 죽음을 통해 시작된다. 먼저 그가 27세 때 돌아가신 어머니다. 작가는 당시에 대해 “내가 그날 그 저녁 문득 내 정수리에서 빠져나와 발등을 때리곤 데굴데굴 어머니의 병실 바닥을 굴러 침대 밑으로 들어갔던 어떤 그림자 덩어리인 것만 같다”고 회상했다.
또 다른 죽음은 16년간 함께하다 2016년 그의 곁을 떠난 반려견 토토다. 그 두 죽음은 작가를 또 다른 길로 이끈다. “나는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타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타인 역시 스스로를 치유하게 되길 기도했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가 토토의 죽음을 겪었던 2016년부터 2017년까지 문학잡지 ‘릿터’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민음사 블로그 ‘수필인간’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했다. 작가는 창작의 배경에 대해 “시는 고통 속에서도 쓰지만 소설은 고통 속에서는 못 쓴다”고 말한다. 그런 측면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산문이 어떤 영역인지 궁금하게 한다. 확실한 것은 그가 맞닥뜨린 소중한 이들의 죽음이 독자들과 그의 글 속에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흘러간다는 것이다.
그의 글에는 둘의 죽음 외에도 아버지나 허수경 시인의 죽음에 대한 연민도 담겨 있다. 허 시인은 젊은 나이에 독일에서 쓸쓸히 삶을 마감했다. ‘먹거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던 독일의 박사학위에 집착하지 말고, 그냥 한국에서 살지’라는 동정과 글로 남아 여전히 죽지 않는 시인을 위로하며 자신도 글로 살고 있음을 안위하는 게 잘 느껴진다.
죽음과 더불어 작가의 또 다른 메시지는 표제작처럼 외로울 때 호루라기를 불라는 것이다. 들고양이나 코끼리처럼 흔적 없이 죽음을 맞이하지 말고, 주변에 무언가 표식을 남기라는 것은 작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외로운 신호로도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