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까자마자 시큼한 쉰내가”…쿠팡PB ‘곰팡이 즉석밥’ 논란

쿠팡PB ‘곰곰 현미밥’에서 잇따라 ‘이물’ 발견 유통업계 “미세 핀홀 의심”…식약처 “조사 대상 아냐”

2023-08-24     박성의 기자
쿠팡 자체브랜드(PB) ‘곰곰 즉석밥’에서 곰팡이로 의심되는 이물이 잇따라 발견되며 소비자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폭염과 장마가 겹친 8월 들어 ‘곰곰 즉석밥’과 관련한 이물 및 악취 민원글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어, 상품의 ‘원료-패키징-유통’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8월18일 쿠팡 ‘곰곰 소중한 우리쌀 현미밥’ 고객 리뷰에 올라온 곰팡이 의심 이물 ⓒ쿠팡 홈페이지 캡쳐

줄 잇는 ‘변색‧악취‧이물’ 관련 불만 리뷰

서울에 거주하는 A씨는 최근 ‘곰곰 소중한 우리쌀 현미밥’(곰곰 현미밥)을 개봉하고 깜짝 놀랐다. 쿠팡 ‘로켓 배송’(24시간 안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을 통해 받아본 ‘곰곰 현미밥’ 표면이 정체모를 ‘보랏빛 이물’로 물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현미밥에선 시큼한 악취까지 풍겼다. A씨는 주문한 20개 상품 중 5개 상품을 개봉했고, 그 중 2개 상품에 이상이 발생한 것을 확인한 뒤 환불을 결정했다. A씨는 “유통기한을 확인했는데 2024년 3월까지였다”며 “아무리 식품이 상하기 쉬운 여름철이라지만 즉석밥은 멸균 공정이 핵심아닌가. 1개도 아니고 복수의 상품에 곰팡이가 피어있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A씨와 같은 불만을 호소한 소비자가 최근 한 달 간 적지 않게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기준 쿠팡 리뷰란에 올라온 상품평을 분석한 결과, 최근 한 달간 ‘곰곰 현미밥’ 품질 불량을 지적한 사례만 최소 10건 이상이다. 리뷰를 올리지 않고 고객센터에 직접 환불 및 교환을 요구하거나, 곧바로 폐기한 경우까지 감안하면 부패가 의심되는 현미밥이 더 유통됐을 가능성도 있다. ‘곰곰 현미밥’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리뷰를 통해 ▲보랏빛 혹은 분홍빛 이물 발견 ▲시큼한 악취 ▲정체불명의 액체 고임 현상 ▲상품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 등을 호소했다. 소비자들 중 일부는 직접 곰팡이가 핀 즉석밥 사진을 쿠팡 홈페이지에 올려 환불 및 교환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의 경우 부패가 의심되는 현미밥을 섭취한 후 복통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 16일 B씨는 리뷰를 통해 “포장상태부터 심상치 않았다. 부풀어 올라 살짝 찌르기만 해도 터질 것 같았다”며 “뜯으니 썩은 냄새가 진동을 했다. 용기 가운데 흥건하게 액체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지난 14일 C씨 역시 리뷰를 통해 “(상품에서) 쉰내가 났다. 그냥 먹었는데 배탈이 나서 며칠째 고생 중이다”라고 적었다.

‘핀홀’이 문제? 식약처도 제조사도 ‘묵묵부답’

즉석밥에서 ‘곰팡이 논란’이 불거진 게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즉석밥 시장 1위인 CJ제일제당 ‘햇반’ 역시 지난해 곰팡이 제품이 발견되며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당시 CJ측은 “햇반은 무균 공정을 거치기에 제조 과정상에서 곰팡이가 발생할 수 없는 구조”라며 “유통 과정이나 판매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해명했다. 이후 수거한 제품을 폐기했으며, 고객에게 동일 제품을 보내주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쿠팡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햇반과 마찬가지로 ‘곰곰 즉석밥’ 역시 무균 공정을 거치기에 제품 생산 과정에서 곰팡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것이다. 쿠팡 PB전문 자회사 씨피엘비(CPLB) 관계자는 “전문 식품분석기관에 의뢰해 제품 품질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며, 해당 상품 관련 이슈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항들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일각에선 유통 중 용기에 미세한 파손이 일어나 ‘핀홀’(작은 구멍)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즉석밥의 경우 상품 적재, 배송, 개봉 과정에서 포장에 핀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는 이 작은 구멍 탓에 부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공정 과정 중 현미에 흑미가 혼입돼 변색됐을 가능성 ▲백미보다 유기질이 많은 현미 특성상 부패에 취약하다는 점 등이 원인일 수 있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다만 쿠팡을 비롯한 즉석밥 제조사 측에서는 이물이 발생하는 원인에 명쾌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물이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 많다는 이유에서다. 품질 논란이 ‘대규모‧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이상 리콜이나 전수 조사 등도 어렵다는 게 식품업계의 중론이다. 매년 ‘곰팡이 즉석밥’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먹거리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는 사태에 개입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곰팡이로 의심되는 이물은 ‘식약처 의무 보고 대상’이 아니어서다. 전문가들은 ‘곰팡이 의심 사례’가 다수 발생할 경우 식약처가 제조사를 직권 조사하거나, 보상을 의무화하는 등의 근거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곰팡이는 식품에 문제가 생길 때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이물로, 식약처가 관련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조사 결과 이 같은 이물이 곰팡이로 확인될 경우 제조사에 과태료를 물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소비자가 식품에서 이물을 발견했을 때는 식약처 등 관계기관에 적극적으로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